[원세나의 연예공:감] '소년심판'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입력: 2022.03.09 07:00 / 수정: 2022.03.09 07:00

촉법소년, 사회적 문제로 대두…'다양한 시선' 성찰 제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 포스터

[더팩트|원세나 기자] "보여 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소년심판' 중 판사 심은석의 대사)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이들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집단폭행이나 성폭행, 심지어는 살인을 저질러도 14세 미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이를 악용한 청소년 강력범죄가 사회면 기사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자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년법 폐지'를 검색하면 대략 6000여 건의 청원이 나온다. 대다수가 소년법의 폐지 또는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낮추는 등의 개정 요구다. 1953년 소년법이 제정된 후 7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소년범 처벌 수위에 관한 찬반 논란도 만만치 않다. 무거운 형량을 받게 하는 징벌적 관점과 소년범이 재범을 일으키지 않도록 기회를 주자는 교화적 관점이 맞서며 이에 관한 이견과 논쟁은 여전히 팽팽하다.

촉법소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그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제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연출 홍종찬)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스트리밍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지난달 25일 첫 공개 후 31위로 출발해 27일 10위에 진입했다.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고 3일(현지시간)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등극했다. 한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 국가에서는 1위를 지키고 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정은 이성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작품 스틸컷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정은 이성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작품 스틸컷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자극적인 뉴스의 이면에 가려진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한다.

작품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년범죄를 소재로 한다. 자칫 예민할 수도 있는 소재지만 소년범의 이면과 소년법정의 현실을 담담히 비추면서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객관적으로 담아내 균형을 맞춘다.

김민석 작가는 작품을 위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랜 고민을 통해 이야기의 윤곽을 잡았다. 그는 각 법원의 지방법원과 가정법원 등을 방문하고 소년원과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기관, 청소년 회복 센터 등을 찾아 50여 명이 넘는 관계자들을 취재했다.

또한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에피소드를 구성한 만큼 이야기는 사실적이다. 아파트 옥상에서 소년들이 던진 벽돌에 한 여성이 사망한 2015년 '용인 벽돌 투척 사건'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인한 후 시신을 유기한 2017년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한국 입시 비리의 민낯을 보여준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미성년자 렌터카 운행 추돌사고 등 범죄 유형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살핀다.

'소년심판'은 각기 다른 주관과 신념을 가진 네 명의 소년부 판사들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고, 시청자들이 객관성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소년범을 향한 각 판사의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골고루 보여주며 균형감을 유지하게 한다.

매사 차갑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심은석, 그와 달리 소년범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판사뿐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차태주(김무열 분), 현실적인 타협의 선을 찾는 강원중(이성민 분), 소년범죄 사건을 빨리 해치워야 하는 숙제로 여기는 나근희(이정은 분) 등 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진 판사들의 선택은 소년범죄를 향한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고 단순한 옳고 그름을 떠나 소년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홍종찬 감독은 '소년심판'을 통해 그간 표면적으로만 다뤄졌던 소년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사회의 역할을 고민하도록 했다. 그는 소년범죄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홍종찬 감독은 범죄를 다루는 데 있어 최대한 자극적인 방식을 지양한 세심한 연출뿐만 아니라 1차원적으로 청소년 범죄만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한 시스템과 구조적인 문제를 살피게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범행과 범인을 바라보도록 상황을 제시한다.

'소년심판'은 결국 소년범죄에 대해 사회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 말미 심은석의 대사는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뜻도 돼. 과연 가해자가 저 아이들뿐일까? 누구도 비난할 자격 없어. 모두가 가해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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