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헬로트로트' 박하은, 운명처럼 다가온 순간들
입력: 2022.02.25 00:00 / 수정: 2022.02.25 00:00

재즈로 시작해 트로트가수가 되기까지,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회

박하은은 고등학교 때부터 재즈를 불렀지만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 장르를 바꿨다. 최근 헬로트로트에 출연해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박하은 제공
박하은은 고등학교 때부터 재즈를 불렀지만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 장르를 바꿨다. 최근 '헬로트로트'에 출연해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박하은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우연히 다가온 것이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운명을 개척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때 기회도 찾아오고 꿈은 이뤄진다. 가수 박하은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시작한 음악에 매료됐고, 그 중에서도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기쁨을 알려준 트로트에 푹 빠졌다. 최근 종영한 '헬로트로트'는 열심히 달려온 박하은에게 큰 선물이었다.

박하은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MBN '헬로트로트'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부른 장윤정의 '사랑 참'과 홍진영의 '눈물비'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비록 1대1 데스매치에서 탈락했지만 박하은은 안정적인 가창력과 약간의 탁성이 더해진 애절한 음색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앞으로 뭘 해야하는지를 배워 더 뜻 깊었다.

"첫 트로트 싱글을 발표하고 얼마 안 돼서 '헬로트로트'가 한다는 걸 알았고 그래도 이제 조금 준비가 됐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어요. 3차례 예선 무대를 거쳤는데 연습도 정말 많이 했고 계속 붙으니까 신기했고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싶었어요. 4차 예선이 첫 방송이었어요. 그때 이제 처음으로 대선배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거죠. 정말 감동이었어요."

첫 방송 무대는 박하은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다. 평소 존경하던 가수 정훈희가 심사위원으로 앉아있었고 자신을 선택해준 것. 박하은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정훈희를 택했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많은 조언을 듣고 자신을 담금질했다. 또 여러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배우고 성장해 나갔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정훈희 선생님의 '연가'에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이 앞에 심사위원으로 계시니까 정말 놀랐죠. 무대에 입장을 하는데 인자하게 웃어주셨어요. 엄마 같은 눈빛에 긴장하던 게 다 풀렸어요. 또 픽을 해주시니까 정말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선생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박하은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목소리를 가졌다', '모든 장르가 다 가능한 가수'라는 정훈희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트로트 가수로 걸음마를 시작한 그에겐 큰 자양분이다.

사실 박하은의 음악 인생의 시작은 재즈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야간 자율학습에 몰래 빠졌다가 걸린 그는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제대로 배워 보라'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실용음악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정만 가득 차서 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성대결절이 왔다. 한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을 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이 재즈 보컬리스트였다.

"재즈를 처음 접하고 저와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재즈로 입시를 준비하게 됐고 대학에 들어갔어요. 재즈와 팝 공연을 하고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고 하니까 금방이라도 잘 될 줄 알았어요.(웃음) 마냥 노래가 좋았고 즐기면서 하다 보면 언젠가 가수가 될 줄만 알았던 거죠. 오디션이나 이런 도전 없이 막연하게 가수가 돼야겠다는 꿈만 컸던 거 같아요."

박하은은 헬로트로트를 통해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여러 조언들을 통해 부족한 걸 느꼈으니 뭘 해야할지도 알게 됐다. 그걸 자양분 삼아서 올해 더 힘차게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박하은 제공
박하은은 "'헬로트로트'를 통해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여러 조언들을 통해 부족한 걸 느꼈으니 뭘 해야할지도 알게 됐다. 그걸 자양분 삼아서 올해 더 힘차게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박하은 제공

"졸업과 동시에 공연도 없고 험한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박하은은 보컬트레이너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어렵게 생계유지를 하던 그는 언젠가부터 음악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마저 없어지기 시작했고 2018년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갔다. 생활은 더 나아졌지만 오히려 더 숨이 막혔다.

박하은은 무엇보다 무대를 갈구했고 각종 지역 가요제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재즈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열심히 배우면서 트로트를 불렀고 몇몇 가요제에서 입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꼈다. 특히 관객들과 함께 흥에 겨워 소통을 하는 것이 좋았다. "트로트 가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다.

마산에 내려간 지 2년 만인 2020년 6월경 다시 서울로 올라왔지만 그 사이 트로트 열풍이 불어 트로트 가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이미 트로트에 마음을 뺏겨버린 그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한 회사를 만나게 됐고 마침내 2021년 3월 '사랑의 전화기'를 발표하고 정식 데뷔했다.

'사랑의 전화기'는 EDM사운드가 가미된 세미 트로트다. '콕콕 눌러줘요 내 전화번호'라는 가사가 귀에 쏙 박히는 신나는 곡으로 하은의 상큼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데뷔곡이다 보니 밝은 노래로 나왔지만 사실 하은이 더 선호하는 건 '연가'를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깊은 감성의 곡이다. '헬로트로트'에서도 그런 감성의 노래들을 불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펙트럼이 넓고 보여줄 게 많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더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며 준비하고 있다.

"언제 다 만날까 싶은 선배님들을 '헬로트로트'를 하면서 한 번에 만났고 정말 귀한 자산이에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여러 조언들을 통해 부족한 걸 느꼈으니 뭘 해야할지도 알게 됐어요. 그걸 자양분 삼아서 올해 더 힘차게 달려야죠. 앞으로 무섭게 커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웃음) 언젠가 방송에서 꼭 정훈희 선생님의 '연가'를 부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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