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휴먼다큐 '이것이 인생이다' 출연 후 탄생한 인생곡
류계영은 KBS 1TV 휴먼다큐 '이것이 인생이다'를 통해 무명 가수에서 일약 대중적 관심을 받는 가수로 인생역전을 일궜다. 그는 2002년 12월24일에 방영된 '치악산 처녀의 애가' 편에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했다. /류계영 |
[더팩트|강일홍 기자] '남자의 인생'(나훈아) '동전인생'(진성) '소풍같은 인생'(추가열) '부초같은 인생'(김용임) 등 인생을 담은 노래는 수없이 많다. 이 중에서도 류계영이 부른 '인생'은 가난을 헤치며 살아온 질곡어린 삶을 꼿꼿하게 딛고 일어선 똑순이의 이야기로 뭉클한 감동을 준 곡이다.
'운명이 나를 안고 살았나 내가 운명을 안고 살았나/ 구비구비 살아온 자욱마다 가시밭길 살아온 내 인생/ 다시 가라하면 나는 못가네 마디마디 서러워서 나는 못가네/ 지는 해에 실려버린 내 사랑아 바람처럼 사라져 간 내 인생아/ 아 사랑이여 눈물이여 묻어버린 내 청춘이여/ 사랑은 다시 오라 나를 부르고 인생은 눈물되어 나를 떠미네'(류계영 '인생' 1절 가사)
류계영은 KBS 1TV 휴먼다큐 '이것이 인생이다'를 통해 무명 가수에서 일약 대중적 관심을 받는 가수로 인생역전을 일궜다. 그는 2002년 12월24일에 방영된 '치악산 처녀의 애가' 편에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했다. 방송 직후 탄생한 그의 노래 '인생'의 가사는 무명작가 오해숙이 썼다.
류계영이 부른 '인생'은 가난을 헤치며 살아온 질곡어린 삶을 꼿꼿하게 딛고 일어선 똑순이의 이야기로 뭉클한 감동을 준 곡이다. 게스트로 열창하고 있는 동료가수 콘서트 무대. /류계영 |
"제 삶의 변곡점은 당시 저를 캐스팅한 황재연 PD로부터 시작됐다고 믿어요. 그 분이 무명가수로 묻혀있던 저를 발굴한 셈이고, '인생'이란 곡도 탄생한 계기가 됐으니까요. 방송을 보고 급히 가사가 만들어졌고 이어 작곡을 의뢰하고 녹음해서 방송에 소개되기까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가수 류계영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부곡리 갈골마을에서 6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다. 손바닥만한 땅이 전부인 부모님과 2살 터울씩 줄줄이 이어지는 다섯 동생, 그는 어려서부터 늘 한 끼 걱정을 하며 살만큼 가난했다.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꿈도 못 꾸고 자신이 다니던 공장인 한일합섬 부설 수원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열 여섯 살에 공장과 학교, 기숙사를 오가는 고된 생활이 이어졌다. 주경야독 5년간 그는 항상 수면시간이 부족해 하루에도 몇 번씩 코피를 쏟고, 쏟아지는 졸음에 넘어져 머리가 깨지기도 했다. 그 대가로 받은 월급은 최소 생계비를 제외하곤 모두 고향 동생들의 배고픔을 채우는데 보태졌다.
힘들고 고달픈 청춘시절에도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위로는 노래였다. 틈만나면 노래를 흥얼거렸고,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해 각종 노래 대회에 나가 실력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학교 졸업 후엔 선배 언니가 서울에 차린 자신의 스탠드바 무대에 서면서 직업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변변한 무대 의상 하나 없이 지하 월셋방 등을 전전하지만, 워낙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가는 곳마다 단번에 오디션을 통과하며 하룻밤에 10군데 나이트클럽을 뛰기도 한다. 이를 악문 9년간의 밤무대 활동으로 다소나마 경제적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될 무렵 남동생이 카지노에 손을 대 4억 이상 빚을 지고 만다.
그에겐 삶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빚을 갚으면서 조금씩 모은 금쪽같은 돈을 털어 제작한 앨범마저 별 반응을 내지 못했다. 좌절감을 떨쳐내기 위해 틈날 때마다 산을 타며 시름을 달래던 중 '이것이 인생이다'의 PD 귀에도 들어갔고, 마침내 그의 인생 역정이 방송에 소개된다.
류계영은 "어린시절 비록 가난했어도 항상 웃음 많은 명랑쾌활 호탕형 스타일"이라면서 "예명을 버들류(柳)자로 바꾼 건 단지 부드럽게 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류계영 |
류계영의 삶이 고스란히 TV로 방영된 뒤 그가 자비를 들여 만든 음반도 발매 2개월 만에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전국을 강타한다. 그의 인생스토리가 담긴 노래 '인생'이 매주 방송 주제곡으로 흐르면서다. 이로써 류계영은 39살의 늦은 나이에 일약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고, '인생' 역시 힘들고 고단한 삶을 반추하는 노래로 가요계에 당당히 자리매김한다.
이후 '인생'은 음지에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소외된 이들의 등불처럼 잔잔한 감동을 전달하며 지금도 KBS1 '가요무대' 애청자들의 단골 신청곡으로 불릴만큼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류계영은 2008년 '여러분' ' 2014년 '사랑이 별건가' 2015년 '정 끊는 약' 등 차례로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 중이다.
류계영의 본명은 최계영이다. 그는 "어린시절 비록 가난했어도 항상 웃음 많은 명랑쾌활 호탕형 스타일"이라면서 "예명을 버들류(柳)자로 바꾼 건 단지 부드럽게 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외유내강 성격인 그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결혼해 고등학생 외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은 인천에서 외과의사로 근무 중이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