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Biz] 투자 피해...'엔터 토큰 열풍' 이면에 숨은 위험성
입력: 2022.02.03 07:00 / 수정: 2022.02.03 07:43

연예인 나온 백서 믿었다가 40억 날려... 경각심 요구

2019년 3월 코인제스트에 A사의 토큰이 상장됐다. 이날 기념 촬영에는 신태용 축구 감독(맨 왼쪽)도 함께 참석했다. / 코인제스트 블로그 자료
2019년 3월 코인제스트에 A사의 토큰이 상장됐다. 이날 기념 촬영에는 신태용 축구 감독(맨 왼쪽)도 함께 참석했다. / 코인제스트 블로그 자료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하이브, SM, JYP 등의 대형 엔터사들이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 시장에 뛰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엔터 테마주와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불법적인 투자종용으로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웹콘텐츠 방송 플랫폼 A사 토큰(코인) 투자자 조지흠 씨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의 대표 K 씨를 상대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기의정부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K 씨에게 47억 원을 투자한 원모 씨와 A사 설립 자본금을 투자한 신모 씨 역시 K 씨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조 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K 씨는 "(2019년 7월) A사 토큰에 투자하면 빗썸, 업비트 거래소에 상장해 투자금의 수십 배 이상을 지급해주고, (문제가 되더라도) 최소 원금은 내가 보장하겠다"며 1억 8000만 원을 챙겼다.

조 씨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K 씨가 A사의 토큰이 업비트와 빗썸 거래소에 상장하게 된다. 원금도 보장하고, 큰 돈도 벌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겼다"면서 "당시 코인제스트에 상장된 9원짜리 A사의 토큰을 4원에 주겠다며 투자를 받아갔다. 관련 증빙자료는 모두 수사기관에 제출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 씨는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며 조 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K 씨는<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조 씨가 토큰을 구매한 시점은 2019년 5월이다. 해당 토큰이 코인제스트 거래소에 첫 상장한 시점은 2019년 3월이다. 이미 상장됐는데 상장된 토큰을 개인에게 세일 할 이유가 없었다"며 "당시 가격도 상장가 대비 900%정도 올랐고 가격 유지 기간도 30일 이상 지속이 됐다. 상식적으로 비싸게 가격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데 내가 세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를 통해 발행(IEO)한 A사 토크은 코인제스트가 2019년 8월 거래소를 갑자기 폐쇄하면서 휴지조각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A사 토큰은 업비트와 빗썸 거래소에 상장이 이뤄졌을까? 해당 토큰은 지난 2019년 빗썸 글로벌에 상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빗썸 글로벌은 빗썸 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해외 법인은 아니다. 빗썸 코리아가 빗썸 글로벌에 브랜드 임대 계약을 한 것이다. 빗썸 글로벌의 실제 운영사는 홍콩 소재 중국 법인 BGEX다. 결국 A사 토큰은 빗썸과 업비트 어느 곳에도 상장하지 못한 셈이다. 빗썸 코리아는 지난해 9월 빗썸 글로벌과 브랜드 임대 계약을 종료한 상태다.

A사 토큰 상장 계획에 대해 K 씨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 B사에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찬우를 비롯해 연예계 종사자들은 지난해까지 A사 홈페이지에 어드바이저로 소개됐다. 해당 페이지는 2021년 삭제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 씨 제공
정찬우를 비롯해 연예계 종사자들은 지난해까지 A사 홈페이지에 어드바이저로 소개됐다. 해당 페이지는 2021년 삭제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 씨 제공

◆ 왜, 정찬우가 어드바이저로 등장했나?

가상자산 시장은 이른바 '깜깜이' 또는 '묻지마' 상장이나 다단계 형태 불량 토큰이 난립해 피해자가 늘고 있다. 토큰 상장과 공시에 대한 명확한 상장 기준과 공시 제도 없이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다보니 상장 사고도 빈발하다.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상장심사의 핵심 요소인 사업계획서(백서)의 중요 정보를 허위 작성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업 실체 없이도 유명 연예인의 홍보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할 만한 가치평가를 얻는가 하면, 유명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해 백서를 만들고 투자를 종용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생겨나는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팩트>의 단독 취재 결과 K 대표는 연예인 정찬우, 축구감독 신태용을 비롯해 연예계 종사자들을 A사의 사업계획서(백서)와 홈페이지에 어드바이저로 소개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은 투자자들과 직접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A사 설립 자금 투자자인 신 씨는 지난 2018년 10월 13일 서울 잠실동 시그니엘 서울 호텔에서 진행한 'TMTG Night' 토큰 행사에 K 대표와 함께 귀빈으로 참석해 정찬우를 처음 소개 받았다. 신 씨에 따르면 정찬우는 행사 뒷풀이 술자리에서 동료 연예인들을 불러 무용담과 함께 A사의 발전성을 얘기했다.

신 씨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는 배우 L씨, 유명 걸그룹 출신 S씨 등 동료 연예인들이 합석한 상황이었고, 나는 맞은편에 앉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A사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있던 자리였고, A사의 사업 방향성을 이야기 나눴다. 정찬우씨는 나에게 넌지시 잘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찬우는 설연휴 직전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신 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A사 어드바이저로 활동한 배경에 대해서는 "내가 어드바이저로 등록되었는지 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난 절대 동의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어드바이저에 내 이름이 올라 갔는지 모르겠다. (내 이름은) 무단으로 사용 된 것"이라며 "K 대표를 만난 것도 두 번 뿐이고, 아는 동생이 좋은 취지라고 해서 홍보 영상을 찍어 줬던 게 전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 씨에 따르면 정찬우는 2018년 10월 13일 서울 청담동 뷰가라오케에서 A사 핵심 멤버들과 함께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더팩트>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사진은 정찬우가 유명 배우 L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신 씨 아이클라이드 자료

신 씨에 따르면 정찬우는 2018년 10월 13일 서울 청담동 뷰가라오케에서 A사 핵심 멤버들과 함께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더팩트>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사진은 정찬우가 유명 배우 L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신 씨 아이클라이드 자료

그는 또 "A사의 사업방향을 주변에 설명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토큰이 뭔지도 잘 몰랐고, 개념도 없던 시절 누가 누구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하겠는가"라며 "어디까지나 좋은 뜻으로 홍보 영상을 찍어준 게 전부다. 이번 계기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정찬우의 말을 정리해 보면 K 씨는 A사 백서에 정찬우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K 대표는 어떻게 어드바이저를 구성하게 된 것일까? K 대표는"정찬우씨, 신태용 감독님, 음반 관계자 이씨와 나씨 등 다수의 연예 종사자들이 우리 코인 재단 어드바이저로 들어온 사실은 맞다. 우리 사업 프로젝트가 좋다 보니까 그 분들은 돈을 받지 않고 참여했다"며 "그런데 연예인 분들이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다 보니까 그들 소속사로부터 연락이 너무 많이 왔고, 공격도 많이 당했다. 마침 2년 간의 계약 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지난해 홈페이지에서 (어드바이저를) 모두 내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 주식 상장과 달리 가상화폐 상장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상장의 신뢰를 주기 위해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홍보 수단으로 앞세우는 경우가 있어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연예인들은 홍보를 댓가로 일정 금액을 지불 받거나 코인을 받다보니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투자설명에 연예인이 직접 나서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투자가 사기 피해로 연결될 경우 자칫 공범으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의 경우 투자자보호센터를 통해 디지털 자산 관련 투자 사기 유형과 예방, 대응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상장 전 사기 피해에 대해서는 보호책이나 대응 방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의 경우 투자자보호센터를 통해 디지털 자산 관련 투자 사기 유형과 예방, 대응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상장 전 사기 피해에 대해서는 보호책이나 대응 방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 사기 피해 빈발에도 뚜렷한 대책마련 못해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국내 4대(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을 빌미로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통상 이같은 사기행각에 걸려들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코인 상장·폐지 기준, 시세조종 의심 행위, 공시정보 불량 등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지 않다보니 시장의 심각성을 점점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2020년 12월 부터 2021년 4월까지 상장 사기 제보를 받은 접수는 총 61건이다. 이 가운데 80%이상이 △거짓 상장 정보로 투자 유인 후 연락두절된 사례였고, △업비트 직원을 사칭해 상장 제안 및 상장비 요구, △상장 프로젝트의 공시 전 정보 유출 등이 나머지 20%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업비트 상장을 예고하며 현재 상장된 거래소 내 시세를 부풀리거나, △업비트에 상장한다며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받고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유발하는 사기행각 사례, △업비트 상장을 예고하며 투자금을 받고 중개 사이트나 채팅방을 닫아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도 접수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예비 투자자를 위한 보호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빗썸은 고객만족센터를 구축하고 빗썸 내 투자 사기를 유형별로 접수해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상장 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까지는 보호책이나 대응 방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 장세진 홍보 팀장은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고객만족센터로 다양한 피해 접수를 받고 있고 유형별로 대응하고 있지만, 상장 전 투자 피해와 관련해선 원론적인 답변만 할 수 있다"며 "이유는 콜센터가 상장 심사까지 알 수 없다보니 상장 관련 피해 부분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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