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나의 연예공:감] '한 사람만', 온동네 '소문내고 싶은' 드라마
입력: 2022.01.05 06:00 / 수정: 2022.02.10 11:36

시청률 저조에도 웰메이드 호평…JTBC '편성 실패' 아쉬움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극본 문정민 연출 오현종)이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JTBC 제공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극본 문정민 연출 오현종)이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JTBC 제공

[더팩트|원세나 기자] "우리 애 멋있는 거(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는 드립(애드리브의 준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대중에게 조금 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이 말은 팬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며 각종 홍보나 광고 문구로도 쓰인다. 필자가 이 드립을 자연스럽게 떠올린 건 드라마 '한 사람만'을 보고 난 후다.

"동네 사람들, 제발 이 드라마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극본 문정민 연출 오현종)은 호스피스에서 만난 세 여자가 죽기 전에 나쁜 놈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고 덤볐다가 삶의 진짜 소중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휴먼 멜로 드라마로, 죽기 직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죽음마저 치유하고 아픔을 나눌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찾은 여성 전용 호스피스 '아침의 빛'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지금껏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모두 극과 극인 표인숙(안은진 분), 강세연(강예원 분), 성미도(박수영 분)가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죽음의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 이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이른 나이에 삶의 끝을 마주한 세신사 표인숙, 가정주부 강세연, 인플루언서 성미도를 통해 죽음을 상상해보고 지금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한 사람만'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뻔한 클리셰를 전혀 다른 이야기로 풀어가며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가장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다가올 죽음에 고통받는 대신 남은 생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이른 나이에 삶의 끝을 마주한 세신사 표인숙은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고 어린 시절 친구에 의해 귓병을 얻어 소리를 잃었다. 상처받은 인숙은 마음을 닫은 채 어른이 됐고 세신사로 밤낮없이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굴곡 많은 인생을 그저 견디며 살아온 인숙은 어떤 상황도 무감하게 받아들인다. 하물며 죽음 선고를 받았을 때조차 덤덤하다. 사회의 일원으로 세상에 소속돼 본 적 없는 인숙은 더이상 세상에, 그리고 삶에 미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닌 삶이 지속되는 곳"이라는 '아침의 빛'에서 인숙에게도 차츰 빛이 비쳐들며 삶의 색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강세연과 성미도를 만나면서부터다. 세상에 손을 내밀 때마다 상처받았던 표인숙, 아픈 시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느라 마트에 나와 있는 시간이 유일한 자유였던 강세연, 죽음을 선고받는 순간에도 타인의 관심을 먼저 갈망하는 성미도.

드라마 한 사람만은 호스피스에서 만난 세 여자가 죽기 전에 나쁜 놈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고 덤볐다가 삶의 진짜 소중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휴먼 멜로 드라마다.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한 사람만'은 호스피스에서 만난 세 여자가 죽기 전에 나쁜 놈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고 덤볐다가 삶의 진짜 소중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휴먼 멜로 드라마다. /방송화면 캡처

늘 주변인에 머물렀던 세 여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공간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된다. '죽기 전, 나쁜 놈 딱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흘러가며 살인사건 용의자라는 운명공동체로 엮인다. 하지만 혼자라면 외로웠을 그 여정을 세 사람이 함께한다.

밑바닥에서 주먹 쓰는 일을 하는 민우천(김경남 분) 역시 표인숙에게 다가온 또 다른 '한 사람'이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운명처럼 만나고 순식간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목격자로 얽혀 멜로 전선을 더욱더 애틋하게 만든다.

더는 잃을 것 없는 절망적인 삶 속에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따뜻한 미소를 서로에게 지어 보일 수 있는 서로의 존재는 그렇게 서로에게 빛이 된다. 예정된 끝을 앞두고도 하루하루 행복에 가까워지게 될 이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5일 현재 6회차 방송을 마친 '한 사람만'은 제작진의 세련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는 평과 더불어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들여다보는 웰메이드 인생 멜로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지나온 시간, 그리고 다시 살아가야 할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작품"이라며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에 반해 시청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시청률 2.4%(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던 첫 방송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4회 0.6%, 5회 0.9%로 0%대 시청률의 오명을 남기고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 이어지는 상황이 오히려 안타까워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은 JTBC의 잘못된 편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사람만'은 현재 월요일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대게 방송은 작품의 기획의도와 내용, 그리고 주요 타깃 시청자 등을 고려해 편성한다. 그러나 현재 '한 사람만'의 방송 시간대는 이런 시청자층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편성 전략의 실패다.

더불어 심야 시간대 본방송을 놓친 시청자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방송을 다시 시청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사람만'의 재방송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 사람만'은 이미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에 드라마의 리뷰를 올리며 '한 사람만'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자신들만의 '한 사람'과 각자의 '삶의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아침의 빛' 막달레나 원장 수녀(이수미 분)의 강렬한 대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는 이어 "언제 죽는다는 걸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오히려 그것이 새롭게 발견하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인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 삶의 마침표를 찍을 일만 남았던 표인숙이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마무리하게 될지 '한 사람만'이 보여줄 그 끝맺음이 궁금해진다. 과연, '죽음'은 '삶의 마침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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