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나의 연예공:감] '골때녀' 논란, 방송의 '우선순위'와 '진정한 가치' 
입력: 2021.12.29 08:36 / 수정: 2021.12.29 10:58
SBS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편집 조작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SBS 제공
SBS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편집 조작'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SBS 제공

진심 다 하는 모습에 열광한 시청자, '편집 조작'에 실망

[더팩트|원세나 기자] 잘 나가던 프로그램에 제작진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SBS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편집 조작'이라는 헛발질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 제작진은 징계 절차를 밟게 됐고, 프로그램은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됐다. 여러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잘 차려놓은 밥상을 결국 걷어차 버린 꼴이 됐다.

SBS는 지난 27일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에 따르면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SBS는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때녀'는 일부 방송분에서 경기 득점 순서를 바꿔서 편집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방송 조작 의혹은 지난 22일 방송된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 후 제기됐다. 이날 구척장신이 6대 3으로 승리를 거둔 후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에선 골의 순서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골때녀' 제작진은 편집상의 문제라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꿔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밝혔다.

골때녀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축구를 대하는 출연진에 감동한 시청자들이 폭발적인 응원과 성원을 보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방송된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 후 방송 조작 문제가 불거졌다. /방송화면 캡처
'골때녀'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축구를 대하는 출연진에 감동한 시청자들이 폭발적인 응원과 성원을 보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방송된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 후 방송 조작 문제가 불거졌다.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여러 차례 공식입장을 통한 사과와 관련 조치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고 여론은 냉담하다. '골때녀'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가치인 '진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 때문이다. 출연진의 '진심'에 감동하고 응원한 프로그램이 '조작'이라니, 시청자들은 '실망' 했고 '상처' 받았다.

'골때녀'는 여성들이 모여 축구를 하는 생소한 콘셉트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은 방송이 거듭될수록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에 빠져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 아니라 '축구 선수'로 진지하게 축구를 대하는 출연진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그들이 차츰 선수다운 모습으로 성장해 보여주는 매 경기는 연출로도 만들어내기 힘든 장면들을 탄생시키며 안방에 쫄깃한 긴장감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매주 드라마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과 성원을 끌어냈고 곧바로 시즌2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비롯해 주요 상을 싹쓸이하며 8관왕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골때녀'가 기로에 섰다. 어떻게 하면 '상처' 받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얼핏 난제인듯 보이지만 해법은 이미 제작진의 공식 입장문 안에 나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제 다짐한 약속을 지키면 될 일이다. 잠시 숨 고르기 중인 '골때녀' 팀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힘차게 운동장을 내달리길 기대한다. 더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축구에 진심'인 출연진에게 뜨거운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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