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㊼] 전미경 '장녹수', 애틋함 내뿜은 '불후의 명곡'
입력: 2021.12.16 00:00 / 수정: 2021.12.18 15:30
깊은 감성 목소리를 내뿜는 전미경은 임이여 임일래라 서궁 아씨 여자의 방 OST를 비롯해 KBS 2라디오 여인열전 등의 사극 주제가를 많이 불렀다. /더팩트 DB
깊은 감성 목소리를 내뿜는 전미경은 '임이여 임일래라' '서궁' '아씨' '여자의 방' OST를 비롯해 KBS 2라디오 '여인열전' 등의 사극 주제가를 많이 불렀다. /더팩트 DB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혀졌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롯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미스트롯' 1대 진 송가인과 2대 진 양지은 열창 '역주행'

[더팩트|강일홍 기자] 트로트 가수 중 전미경 만큼 사극 주제곡을 많이 부른 가수는 많지 않다. '임이여 임일래라' '서궁' '아씨' '여자의 방' OST를 비롯해 KBS 2라디오 '여인열전' 주제가 등이 모두 그녀의 목소리로 불려졌다. 그만큼 표현력이 왕성하고 감정을 담는 깊이가 남다르다는 방증이다.

그의 첫 히트곡이자 인생곡 '장녹수'(박성훈 작사 임택수 작곡)도 드라마 주제가다. '장녹수'는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 KBS 2TV에서 방영됐다. 천민 신분으로 태어나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된 장녹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연산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사극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은 BG로 깔리는 전미경의 노래를 통해 뚝뚝 묻어났고, 당시 장녹수와 연산군을 연기한 박지영 유동근의 강렬한 연기도 더 빛이 났다. 덕분에 이 곡은 드라마 OST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고, 26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애틋함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장녹수는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 KBS 2TV에서 방영됐다. 천민 신분으로 태어나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된 장녹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연산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KBS 가요무대
'장녹수'는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 KBS 2TV에서 방영됐다. 천민 신분으로 태어나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된 장녹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연산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KBS '가요무대'

나이대에 따라 드라마를 못 본 사람은 있어도 노래를 한 두번쯤 못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요즘도 라디오 애청자 신청곡 차트와 노래방 인기가요 리스트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전미경의 구성진 목소리 역시 변함이 없다.

'가는 세월 바람타고 흘러가는 저 구름아/ 수많은 사연 담아 가는 곳이 어드메냐/ 구중궁궐 처마 끝에 한 맺힌 매듭 엮어/ 눈물강 건너서 높은 뜻 걸었더니/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전미경의 '장녹수' 가사 1절)

가사와 곡과 가수의 애절한 음성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노래도 흔치 않다. 역사적으로는 질투와 요염의 상징처럼 각인돼 있는 장녹수지만, 한을 내뿜듯 가슴 속 깊은 감성을 토해내는 전미경의 노래를 듣다보면 오히려 슬픈 여인, 불행한 한 시대를 살다간 비극의 여인이 된다.

명곡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처럼 '장녹수'는 전미경이 심금을 울린 뒤 트로트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한번 뜨겁게 조명됐다. '미스트롯' 1대 진 송가인이 국악풍으로 열창해 역주행 신화를 이끌었고, '미스트롯' 2대 진 양지은이 짙은 감성보이스 무대를 보여준 바 있다.

전미경은 90년 추억의 남자(정경천 작곡 장경수 작사)로 트로트 가수로 방향을 튼 뒤 95년 사극 장녹수 주제곡을 부르며 일약 인기가수로 뛰어 올랐다. /전미경
전미경은 90년 '추억의 남자'(정경천 작곡 장경수 작사)로 트로트 가수로 방향을 튼 뒤 95년 사극 '장녹수' 주제곡을 부르며 일약 인기가수로 뛰어 올랐다. /전미경

어려서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한 전미경은 여고 2학년때 작곡가 사무실을 찾아 실력을 확인했고, 80년대 초 MBC '신인탄생'에 출전해 주 장원, 월말 결선 1위를 차지했다. 82년 발라드풍의 '들국화'를 내고 정식 데뷔한 뒤 남북이산가족찾기 열기가 뜨겁던 무렵엔 '이산가족' '망향가' 등의 의미있는 곡을 잇달아 불렀다.

90년 '추억의 남자'(정경천 작곡 장경수 작사)로 트로트로 방향을 튼 뒤 95년 사극 '장녹수' 주제곡을 부르며 일약 인기가수로 뛰어올랐다. 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지 얼마 안 가 방송사 라디오 PD들이 앞다퉈 노래를 선곡하면서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가수 반열에 오른 그는 '해바라기꽃'(박성훈 작곡)으로 새천년을 알리는 의미있는 날(1999년 12월31일 자정) 일본 됴쿄를 연결하는 KBS 이원 생중계 실황 무대에서 열창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5주 연속 골든가요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가수 데뷔 이후 고아원 양로원 교도소 위문 공연을 통한 사회봉사를 40년째 꾸준히 해올만큼 이웃사랑 실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작사한 '세월따라' '부산자매' '순천남녀' '마포는 내사랑' 등을 발표하고, 유튜브(전미경 트롯TV)에 소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도약을 벼르고 있다.

ee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