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은지, '제2의 성시원'이 아닌 강지구로서②
입력: 2021.12.13 00:00 / 수정: 2021.12.13 00:00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 강지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또 하나의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IST엔터테인먼트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 강지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또 하나의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IST엔터테인먼트

9년 만에 만난 '인생캐'

[더팩트|박지윤 기자] '술꾼도시여자들' 정은지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고, 입에서는 거친 욕이 나온다. 편의점에서는 '소주 반병 킵 안되나?'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정을 부린다. 그럼에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그다.

2011년 에이핑크로 데뷔한 정은지는 이듬해 tvN '응답하라 1997' 성시원 역을 맡아 연기 출사표를 던졌다. 작품은 흥행했고, 정은지는 여러 수식어와 함께 '인생캐'를 탄생시키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렇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정은지는 약 9년간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성시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술꾼도시여자들' 강지구로 또 하나의 '인생캐'를 만들며 자신에게 딱 맞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그동안 제가 뭘 잘하는지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고민하지 말고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OTT는 낯가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모든 걸 다 오픈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연(한선화 분)이와의 '욕배틀신'도 시원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은지가 말한 '지연이와의 욕배틀신', '술꾼도시여자들' 흥행 기여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와 지연이는 길 한복판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었고, 욕도 거침없이 했다. 이에 해당 장면은 각종 SNS상에서 영상 클립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렇게 드라마 '입덕' 요인이 됐다.

"욕하는 건 부담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앞의 대사가 마음에 걸렸죠. 지연이는 엄마가 없고, 지구는 엄마가 있지만 그 존재를 부정하잖아요. 그런데 지구가 지연이에게 '그럼 가져다가 니네 엄마 해'라고 말해요. 이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하지? 이런 표현이 괜찮나?' 걱정했죠."

정은지는 12월 31일 열리는 에이핑크 팬미팅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그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눈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는 12월 31일 열리는 에이핑크 팬미팅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그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눈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촬영 자체는 너무 재밌었어요. 지연이가 지구한테 '니네 엄마는 뭐하러 너 같은 딸을 낳아서'라고 할 때는 실제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요. 또 광장 같이 탁 트인 곳에서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경험도 흔치 않으니까요."

2017년 JTBC '언터쳐블' 이후로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정은지는 화려한 연기 변신을 펼쳤다. 술과 욕 그리고 담배. 정은지는 강지구라는 옷을 입고 아이돌의 금기를 깨부쉈다. 이와 같은 도전을 펼친 정은지의 시작은 단순했다. 지구를 연기하는 자신이 궁금해서였다.

"그동안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늘 '어떤 걸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스케줄 조율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죠. 그러던 중에 지구를 만났어요. 저는 늘 웃으면서 노래하는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지구처럼 무표정으로 있고, 지구처럼 말을 툭툭하면 평소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구를 연기하는 제가 궁금해서 시작했죠."

"금연초를 준비해주셨는데 쑥뜸 맛이 나더라고요. 기억은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손에 담배가 들려있고, 앞에는 카메라가 있고, 많은 사람이 저를 다 쳐다보고 있었죠. '어떻게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에이핑크로 데뷔했다 보니까 손에 담배가 들려있는 게 생소하셨나 봐요. 안보는 척하면서 다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행동이든 인상 깊게 남기자고 결심했어요."

이렇게 올 한해 배우로서 한 획을 그은 정은지는 에이핑크로 돌아가 남은 2021년을 보낸다. 12월 31일 열리는 2021 에이핑크 팬미팅 '핑크 이브'(2021 Apink Fanmeeting 'Pink Eve')를 통해 팬들을 만날 예정인 그는 "그날만 기대하고 있다. 많이 울 거 같아서 마스크를 여러 개 챙겨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선 연말에는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그 계획만으로 많이 좋아요. 에이핑크 멤버들과는 자주 얼굴을 보면서 컴백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우선 올 한해 마무리는 팬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계획이에요. 그날이 되면 저도 눈물이 날 거 같아요. 12월 31일을 기대하고 있어요. 눈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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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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