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보야'는 이혜리의 진가를 확인시킨 노래다. 춘천이 고향인 이혜리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관심이 높았다. 17살 여고시절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이혜리 제공

가요계 떠난 지 15년만에 컴백 후 히트 '가수 자존심' 확인

[더팩트｜강일홍 기자] 트로트 가수 이혜리의 매력은 감칠맛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다. 맑고 경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톤이 투정 부리듯 애교 넘치는 표정과 어우러져 묘한 친근감을 준다. 그의 노래를 듣는 팬들은 이런 독톡한 보이스 때문에 한번 더 매력에 빠져든다.

이혜리는 85년 데뷔했지만 안타깝게도 엉뚱한 소문이 가수활동에 걸림돌이 됐다. 유명 씨름선수 이만기와의 스캔들이었다. 가요계에 갓 데뷔한 무명의 이혜리와 의남매를 맺으며 서로를 응원하며 지낸게 화근이 됐다. 세간에는 이상한 관계로 비쳐지며 의남매도 종지부를 찍어야했다.

"씨름계 대부였던 황모 회장 친 여동생이 가수였어요. 저랑은 같은 무명가수라는 동병상련의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는데 이 친구 집을 자주 오가다보니 이만기 씨를 종종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긴 거죠. 항상 친구랑 함께라 단둘이 만난 적도 없으니 항간에서 말하는 스캔들과는 거리가 멀죠."

트로트 가수 이혜리의 매력은 감칠맛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다. 맑고 경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톤이 투정 부리듯 애교 넘치는 표정과 어우러져 묘한 친근감을 준다. /방송 캡처

당시만해도 여가수가 스캔들이 나면 '해명'할 기회도 없이 당장 활동을 중단해야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억울했지만 활동을 접었다. 데뷔곡 '들꽃처럼'은 막 바람을 몰고가려다 사그라들었다. 훗날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억울한 스캔들'의 진실을 털어놓고 펑펑 울어 청취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당사자들은 물론 가요계에서도 인정한 '말 같지않은 스캔들'은 막 피어나는 신인가수에게 치명적이었다. 연예계에 환멸을 느낀 이혜리는 대중 앞에 서는 걸 포기하고 결혼과 함께 평범한 일반인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2000년 '혼자 사는 여자'(박현진 작곡)로 컴백하기까지 무려 15년의 긴 공백을 갖는다.

이혜리의 진가를 확인시킨 노래가 2년 뒤 발표한 '당신은 바보야'(박성훈 작곡)다. 이 곡은 늦었지만 비운의 가수로 사라질 뻔했던 그의 첫 히트곡이자 인생곡이 됐다. 이혜리를 대중가수로 확실하게 각인시키면서 트로트 가수의 자존심 무대인 KBS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단골 가수로 입지를 다졌다.

이혜리는 85년 데뷔했지만 안타깝게도 엉뚱한 소문이 발목을 잡아 15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당신은 바보야'가 히트하면서 트로트 가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혜리 제공

'사랑에 약한 것이 여자라지만/ 그 마음 몰라주는 무정한 남자의 마음/ 한 사람 품안에서 잠들고 싶은 그 마음 모르는 사람/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사랑을 모르는 바보'(이혜리의 '당신은 바보야' 가사 1절)

이 곡은 '미스터트롯' 정동원, '트롯전국체전' 김성범 등이 색다른 맛을 내며 열창해 시선을 끌었다. 특히 '미스트롯' 스타 전유진이 '편애중계-트로트 왕중왕전'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완벽한 가사 전달력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춘천이 고향인 이혜리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관심이 높았다. 17살 여고시절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당신은 바보야' 이후 '모르나봐' '아이 좋아라'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고, 최근에는 KBS '전국노래자랑' 신재동 악단장이 작곡한 신나는 폴카 리듬의 '자갈치 아지매'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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