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사진 왼쪽)는 6일 밤 방영된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결혼 42년만에 김영임을 향한 애틋한 '사부곡(思婦曲)'을 불러 진한 감동을 안겼다. /SBS '동상이몽2' 캡처 |
6일 밤 방송 SBS '동상이몽2'서 '행복한 고백' 열창
[더팩트|강일홍 기자] 코미디언 이상해(본명 최영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희극배우 중 한명이다. 가설극단을 거쳐 흑백 TV 시절부터 전성기를 누렸고, 80~90년대 안방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친근하고 편안한 유머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는 또 효(孝)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연예계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백수를 바라보는 구순 노모를 지극정성 모시고 있고, 아내이자 유명 국악인 김영임과는 수십년째 '김영임의 노래 효 공연'을 함께하며 부부 일심동체의 어른 공경의 덕목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 직전까지 20년째 전국 투어를 함께 했어요. 어르신 공경에 대한 생각이 같다보니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런대로 잘 호흡을 맞춘 셈이죠. 아내한테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지만 단 한번도 살뜰하게 애정표현을 해본 일이 없어요."
이상해는 37살 늦은 나이에 김영임과 결혼했다. 무려 열 한살 아래 꽃같은 신부 김영임한테 반해 납치하다시피 아내로 맞았다. 누구보다 알콩달콩 행복해야할 신혼시절은 실제로는 정 반대였다. 결혼한 첫 2년간은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코미디 같지만 한번은 아내가 이혼서류를 들고 경찰서로 간 적도 있어요. 오죽하면 급한 마음에 가정법원이 아닌 경찰서로 달려갔겠어요. 그만큼 아내 속을 많이 썩인 셈인데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많았어도 가정적으로서는 내세울게 없었던 거죠."
며느리 NS윤지는 집안에서 이상해의 유일한 우군이다.이상해는 아들 부부와 가족 구성원으로 출연하면서 아내 김영임을 향한 애틋함을 노래로 표출하는 자연스런 기회를 만들었다. /동상이몽2 캡처 |
그런 그가 결혼 42년만에 아내 김영임을 향한 애틋한 '사부곡(思婦曲)'을 불러 진한 감동을 안겼다. 6일 밤 방영된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이상해는 '깜짝 이벤트 무대'를 펼쳤다.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 3개월 넘게 남몰래 연습하고 준비한 '행복한 고백'이란 이 노래는 오롯이 김영임을 위한 곡이다.
'바라볼 수 있어 좋은 거지 사랑할 수 있어 좋은 거지/ 지금 내 나이에 무슨 꿈이 있겠어요 당신 하나 뿐이죠/ 이제 와서 문득 돌아보니 아쉬움이 산처럼 쌓였어요/ 내려놓는 일과 당신을 아끼는 일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언젠가 당신 앞에서 하려 했던 말 가슴에 품고 지금껏 못했던 말/ 이제야 그 말 당신께 해 봅니다 내가 당신 정말 많이 사랑해요'(이상해 '행복한 고백' 가사 일부)
"단지 내색을 못하고 살았을 뿐이잖아요. 오래 살수록 애틋한 마음은 더 커지게 마련인 것같아요. 석달간 녹음실을 정해놓고 연습을 했는데 한번쯤 저의 깊은 마음을 직접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막상 부르고 나니 저도 많이 울컥했습니다.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는게 맞나봅니다."
부부의 감동 퍼포먼스는 결혼 후 단 한번도 안챙겨준 걸 아는 며느리 NS윤지가 시아버지 이상해에게 "어머님(김영임) 기분좋게 맞춰주고 애정표현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펼쳐졌다. 서프라이즈로 며느리가 효도검무술쇼를 선보이며 시부모를 놀라게 하더니, 난데없이 이상해가 3단 케익을 준비하고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열창했다.
이상해의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에 김영임은 감동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들도 눈물을 흘렸다. 이상해는 깜짝이벤트로 대형선물까지 준비했다. 열어보니 핑크빛 풍선에 센스있게 결혼 42주년이라며 42만원으로 맞췄다. 그가 77년 평생 살면서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다.
이상해는 연예계 효(孝)의 상징 인물로 통한다. 아내이자 유명 국악인 김영임과는 수십년째 '김영임의 노래 '효' 공연을 함께하며 부부 일심동체의 어른 공경의 덕목을 실천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TV방송 캡쳐 |
이상해에게 NS윤지는 지난 9월 아들 최우성 씨와 결혼한 이후 집안에서 자신의 유일한 우군이다. 싹싹하고 애교 넘치는 며느리 덕분에 그도 모처럼 '살맛 나는 세상'을 만났다. 이날 이상해는 아들 부부와 가족 구성원으로 출연하면서 아내 김영임을 향한 애틋함을 노래로 표출하는 자연스런 기회를 만든 셈이 됐다.
이상해는 숭문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64년 연예계에 입문했다. 68년 밤무대 시절부터 단짝 콤비였던 이상한과 함께 개그 콤비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거머쥐었다. 1991년부터 매년 무료공연과 봉사를 해왔으며 요즘에도 아내 김영임씨와 함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후원금을 남모르게 지원하고 잇다.
그는 KBS1 '토요일이다 전원출발'(82년)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고 이주일과 짝을 이룬 명연기로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밤무대 출신 이주일이 코미디계 황제로 등극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KBS 코미디대상 특별상(89년), 코미디대상 대상(93년), 제21회 한국방송대상 남자 코미디언상(94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상 화관문화훈장(2005년)을 수상했다.
TV 최초 '스탠딩 콩트'(희극배우가 관객들 앞에 서서 대본에 의한 상황극이 아닌 오직 '말'로서 관객과 대화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를 처음으로 선보인 주인공답게 그의 반전 유머는 데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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