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자오 감독님 이게 최선입니까[TF씨네리뷰]
입력: 2021.11.05 00:00 / 수정: 2021.11.05 11:11
클로이 자오 감독(사진)이 연출을 맡은 마블 새 영화 이터널스가 3일 개봉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제공
클로이 자오 감독(사진)이 연출을 맡은 마블 새 영화 '이터널스'가 3일 개봉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최초 '썩토 대참사'…마동석은 빛났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안타깝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이터널스'의 연출을 맡았다기에 기대가 컸던 만큼 더욱 아쉽다. 자오 감독은 시사 후 인터뷰에서 "그 어떤 디테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단언했지만 많은 것을 놓칠 기세다.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이 활약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 세계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마블 유니버스(MCU) '페이즈 4'의 첫 번째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기존 마블 영화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직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입맛을 돋울 수 밖에 없는 것은 강점이다. 극 초반 "타노스가 지구의 절반을 날려버릴 때 너희는 뭐했냐"는 듯한 뉘앙스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흥미로운 전개 양상을 띈다.

웅장한 스케일과 자오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놀랍다. '이터널스'를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굽타 등 인류의 오랜 문명 곳곳에 넣은 초반 스토리텔링도 참신하다. '이터널스'를 지휘하는 셀레스티얼의 엄청난 크기와 홍해를 가르는 듯한 그의 등장 신은 입이 떡 벌어질 만 했다.

'이터널스' 멤버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주어진 능력이 참신한 수준은 아니지만 배우와 맡은 캐릭터의 개성들이 조화롭게 반영됐다. 특히 리차드 매든이 연기한 이카리스는 이 영화의 '멋'을 담당한다.

마동석은 '마동석'했다. 스토리 전개 상 '범죄도시'보다는 '부산행'에 가깝다. 길가매시 역의 마동석은 맨 손으로 촉수괴물을 때려눕히고,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안젤리나 졸리(테나 역)를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호위무사 역을 충실히 해냈다.

심지어 마동석은 '이터널스'에서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 '웃음 포지션'까지 담당한다. 바보같은 캐릭터가 아닌 진지한 흐름에서 유쾌한 농담을 건네는 여유로움으로 관객들을 웃게 한다. 아쉬운 결말에도 마동석이 등장한 신들은 비단 한국 배우라서가 아니라 '빛 자체'였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페이즈 4를 여는 히어로 무비로 10명의 이터널스 멤버들의 첫 이야기를 다룬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제공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페이즈 4를 여는 히어로 무비로 10명의 이터널스 멤버들의 첫 이야기를 다룬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제공

그러나 더 이상의 장점을 찾기 어렵다. 주요 영웅들의 솔로무비를 통해 캐릭터들의 서사를 미리 보여주고 나중에 이들을 결합한 '어벤져스' 시리즈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를 감안해도 캐릭터들의 서사가 중구난방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행동 명분이 부족하다보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마블 특유의 영웅적 사명감도 6000년 만에 벌어난 일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모호하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양산한 마블 영화는 '멋이라는 게 폭발하는' 히어로들의 개성과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세계관 때문이다. "어찌됐든 우리는 지구를 지켜냈어"라는 뻔한 결말 만을 보기 위해 2~3시간 동안 극장에 앉아있는 관객은 흔하지 않다.액션보다 서사에 집중했지만 서사 마저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전형이다.

이쯤 되면 '이터널스'의 장르는 멜로로 봐도 무방하다. 이터널스 멤버들이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신조차 초월한 우주적인 존재지만 사랑 앞에서 강해지거나 나약해지는 모습들이 곳곳에 상당 부분 배치됐고 결말도 함께 한다. 쿠키 영상에는 무려 '새 인물'이 등장한다. 10명도 벅찬데 초면이 더 추가되니 혼란스러운 와중에 더욱 혼란스럽다.

'이터널스'는 한국 개봉일인 3일 기준 세계 최대 영화 평점 사이트 중 하나인 로튼토마토에서 토마토 지수는 56%를 기록하고 있다. 로튼토마토는 토마토 지수가 60% 미만이면 그 유명한 '썩은 토마토'를 주는 사이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94%였으며 마블 영화 중 지수가 제일 낮았던 '토르: 다크월드'도 66%였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극 중 '이터널스' 멤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찌보면 길가메시의 결말이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는 3일 개봉했다. 기존의 마블 영화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위드 코로나'와 함께 압도적인 사전 예매율(3일 기준 88.5%)을 기록하고 있다. 상영 시간은 2시간35분. 쿠키 영상은 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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