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㊶] 김수희 '너무합니다', 애틋한 '반전 히트' 사연
입력: 2021.11.04 00:00 / 수정: 2021.11.04 06:49
김수희의 데뷔곡 너무합니다는 김수현 작가의 소설 모래성에 언급돼 이슈가 됐고, 일본 가수 야시로 아키가 일본어 번안곡으로 부르면서 교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는 등 히트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뉴시스
김수희의 데뷔곡 '너무합니다'는 김수현 작가의 소설 '모래성'에 언급돼 이슈가 됐고, 일본 가수 야시로 아키가 일본어 번안곡으로 부르면서 교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는 등 히트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뉴시스

모 방송사 PD '실연 아픔' 달랜 곡으로 '입소문' 급부상

[더팩트|강일홍 기자] 애절하면서도 깊이있는 가창력을 가진 김수희는 데뷔하면서부터 싱어송 라이터로 인정받을만큼 음악적으로 뛰어났다. '너무합니다'를 시작으로 '멍에' '애모' '정거장' '남포동 부르스' '잃어버린 정'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심금을 울렸다.

데뷔 이후 그는 서럽게 꺾어부르는 독특한 창법의 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노래를 주로 부르다 87년 빠른 템포의 트로트곡 '남행열차'로 또 한번 폭발적인 가창력을 발산한다. 이 곡은 대학교 응원가, 야유회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며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8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린 혜은이, 이은하 등과 더불어 가요계 '디바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보이스 소유자답게 국악 명창 박초월에게 남도 창을 배우는 등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여자 조용필'로 불리기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수희는 70년 미8군 무대를 거쳐 조선호텔 나이트클럽 등에서 그룹 블랙캣츠 멤버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76년 '너무합니다'가 수록된 첫 앨범을 발표하고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이 무렵 가수 김훈이 부른 '나를 두고 아리랑'을 작사 작곡해 싱어송 라이터로도 실력을 인정받는다.

"'너무합니다'는 윤항기 선배가 작곡한 노래예요. 특이하게도 정식 음반을 발표하기 전에 뮤지컬에서 먼저 불렀어요. 해병대 사랑 얘기인 '춤추는 함대'란 작품이었는데 제가 신인가수 역할로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거죠. 그러고보면 뮤지컬 무대에서 어느정도 실력을 검증을 받은 뒤 앨범을 만든 셈이 됐어요."

데뷔곡 '너무합니다'는 처음부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발표 2년 뒤 모 방송사 PD(MBC라디오 '싱글벙글쇼' 김일수)가 이 곡을 부른 주인공을 찾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는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던 중 어느 유원지 유선방송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수소문했다고 한다. 이후 라디오 전파를 타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김수희의 인생곡으로 자리매김한다.

80년대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린 혜은이, 이은하 등과 아울러 가요계 디바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했다. 가요계 데뷔 전후로는 국악 명창 박초월에게 남도 창을 배우는 등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여자 조용필로 불리기도 했다./온라인커뮤니티(팬블로그) 캡처
80년대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린 혜은이, 이은하 등과 아울러 가요계 '디바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했다. 가요계 데뷔 전후로는 국악 명창 박초월에게 남도 창을 배우는 등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여자 조용필'로 불리기도 했다./온라인커뮤니티(팬블로그) 캡처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은 나를 사랑한다고/ 돌아올 당신은 아니지만 진실을 말해줘요/ 떠날 땐 말없이 떠나가세요 날 울리지 말아요/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김수희 '너무합니다' 가사 1절)

히트에는 당시 시대적 배경도 한몫을 했다. 언론통폐합 직후 방송사들이 아쉬움의 표현으로 '너무합니다'를 자주 틀었다. 김수현 작가의 소설 '모래성'에 언급돼 이슈가 됐고, 일본 가수 야시로 아키가 일본어 번안곡으로 부르면서 교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히트 3박자가 맞은 셈이다.

82년 '멍에'의 히트는 김수희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또 한번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 녹음할 당시 그는 임신 상태였다. 매니저는 인기 하락을 우려해 '미혼 가수'로 활동을 강요했지만 생방송에서 돌연 딸을 공개, 대중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89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데 이어 이듬해 '애모'를 발표하면서 팝 발라드 음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곡은 90년대 김건모 신승훈과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신인 가수들을 제치고 KBS 가요대상 대상과 MBC 10대 가수가요제 대상을 수상해 파란을 일으켰다.

방송 활동 중 한때 슬럼프에 빠져 가수를 포기하고 시나리오작가가 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대중가수로 성공한 이후에도 영화에 특별한 애착을 보이며 훗날 영화사 '희필름'을 설립한다. 영화 연출 및 시나리오 작가로 문학적 자질을 발휘했다.

올해로 데뷔 45년을 맞은 그는 트로트와 팝, 트로트와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활발히 시도해온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나를 두고 아리랑', '정거장', '광야', '지표', '화등', '정열의 꽃' 등 수많은 히트곡의 작곡 및 작사에도 참여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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