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 "'오징어 게임' 인기 비결? 유니크와 단순함" ①
입력: 2021.10.01 00:00 / 수정: 2021.10.01 07:14
이정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 비결에 대해 유니크와 단순함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정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 비결에 대해 유니크와 단순함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인기 실감나지 않아…배우로서 캐릭터 수위 지키려 노력"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배우 이정재가 또 한번 인생작 흥행성적을 경신했다. 이번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 80개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 1위를 달리며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결국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이란 작품을 통해 세계 곳곳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29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정재는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헌트' 촬영에 한창이었다. '오징어 게임' 촬영 이후에도 배우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며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아 얼떨떨하다"고 머쓱해하기도 했다. 이미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톱배우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관심과 인기가 놀랍고 감사하다는 반응이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사실 아직 잘 믿겨지지 않아요. '오징어 게임' 촬영 이후 바로 '헌트'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촬영장 이외에는 다른 생활을 잘 못하고 있어서 더욱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스로만 접하다보니까 실감이 잘 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유니크(Unique, 독특한) 함이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유니크하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이고 단순하니까 쉽게 따라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 시청자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습니다. "

"특별히 채널에 분류를 두진 않았어요. (넷플릭스 시리즈는)영화와 드라마 현장 가운데 있는 것 같아요. 확연하게 좀 다른 게 있다면 넷플릭스 플랫폼이 많은 국가에서 스트리밍이 되고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알리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K콘텐츠'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이 이걸 보시고 즐기게 됐다는 반응도 들었어요. '오징어 게임'이 뒤 이어 이런 평가를 받게 돼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설탕 뽑기' '딱지치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했을 법한 놀이들이 목숨을 걸고 어른들이 하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연출된다.

"저도 어릴 적 '딱지치기' '구슬치기' 다 해봤죠.(웃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제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오징어 게임'도 해봤고 '줄다리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네요. 촬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역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예요.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 시나리오로만 봤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어떻게 구현됐을까 궁금했는데 스케일이 굉장히 커서 놀랬죠. 인형도 엄청 크고 구동도 잘 돼서 신기했어요. 456명이 같은 운동복을 입고 군무를 하는 듯한 동작으로 하다보니 굉장히 묘한 느낌도 들었죠."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을 보면서 목숨을 건 달리기를 하는데 첫 촬영부터 '아 이게 되게 시사하는 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단순한 서바이벌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 때문에 앞만보고 달리는 지 하는 느낌 말이죠. 연기적으로 어려웠던 거는 설탕 뽑기 게임이예요. 절박함이나 긴장감은 물론 재미까지 있어야하니 쉽지 않았어요. 설탕을 핥을 때에는 '이렇게 까지 핥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핥았던 것 같아요. 결국 콘셉트가 잘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이 애들 게임으로 목숨걸고 한다는 것 자체가 설정이 유니크 하잖아요. 그게 매력이지 않을 까 생각해요."

이정재(가운데)가 황동혁 감독(오른쪽)과 오징어 게임 촬영 당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정재(가운데)가 황동혁 감독(오른쪽)과 '오징어 게임' 촬영 당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정재는 원체 인생 캐릭터가 많은 배우다. '모래시계'의 백재희를 필두로 '신세계'의 이자성, '암살'의 염석진, '관상'의 수양대군, '신과 함께'의 염라대왕, '다만악'의 레이 등 하나하나 열거만 해도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역들이 그의 30여 년 연기인생을 대변한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은 그가 연기했던 배역들과 조금 궤가 다르다. 철이 없고 순수하기도 하며 인생의 낙오자이면서도 인간적이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언제나 멋있는 이정재를 망가뜨리고 싶었다"며 캐스팅 비화를 밝힌 황동혁 감독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독특함을 극도로 이끌어 내기 위해 노린 부분이기도 하다. 이정재는 그만큼 성기훈에 대한 연구에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어떤 캐릭터들은 미움을 받아야지 성공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암살'의 염석진 같은 경우가 그렇죠. 그러나 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이혼한 부인과 함께 새 가정에서 살고 있는 딸 아이의 생일 선물을 사주기 위해 엄마 돈을 빼돌린다거나 그걸로 도박을 하거나 이런 일탈을 하죠. 다만 이런 것들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기 때문에 나온 행동들이라고 봐요. 극 중 '오지랖이 넓다'는 말도 오지랖이라기보다는 기훈에게 선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그는 "감독님께서 기훈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 것 같다"며 "내가 모든 부분에서 다 충족시키진 못했겠지만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현장에서 요구한대로 열심히 따르고 연기하다보니 잘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기훈은 밉상으로 보이면 안되는 캐릭터였어요. 조금 더 하면 밉상같아 보일 수 있고, 조금 덜 하면 철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 수위를 지키려고 노력했죠. 이런 조절을 끌고 가는 것이 현장에서 연기하는 사람이 지켜야할 게 아닌가 생각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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