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㊱] 진시몬 '애수', 미성 보이스의 반전 히트곡
입력: 2021.09.30 00:00 / 수정: 2021.09.30 00:00
진시몬은 특유의 중성적 분위기가 매력인 가수다. 89년 제주대 재학시절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며 가요계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발표한 발라드 곡 낯설은 아쉬움으로 가요계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더팩트 DB
진시몬은 특유의 중성적 분위기가 매력인 가수다. 89년 제주대 재학시절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며 가요계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발표한 발라드 곡 '낯설은 아쉬움'으로 가요계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더팩트 DB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 김범룡과 인연 '트로트 전향' 계기

[더팩트|강일홍 기자] 진시몬은 특유의 중성적 분위기가 매력인 가수다. 보이스 컬러도 풍부한 감성을 가진 엘로톤(미성 발라드풍)이다. 89년 제주대 재학시절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며 가요계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발표한 발라드 곡 '낯설은 아쉬움'으로 가요계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강변가요제 이후 록 발라드곡 '낯설은 아쉬움'(89년)과 '바다를 사랑한 소년'(91년) 등을 냈지만, 좌절의 긴 공백기를 거쳤다. 군 복무 후엔 곧바로 칫솔 살균기와 치약 압출기 등을 생산 유통하는 벤처사업에 뛰어들면서 음악과 단절한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탈출하기 위한 부득이한 외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동안 미사리 라이브카페를 중심으로 언더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가 정작 가수로 대중의 시선을 받은 것은 발라드가 아닌 트로트다. 사업은 부도로 끝이 났고, 완전히 빈손이 됐을 때 선배가수 김범룡이 그를 붙들었다. "범룡이 형님이 제 노래를 들어보시더니 '너는 세미 트로트가 어울리니 과감하게 장르를 바꿔 타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이후 선배님 소속사로 들어가 곡과 가사 쓰는 법을 두루 배웠죠. 소속사 계약이 끝난 뒤에도 끈끈한 선후배 사이로 지냈고, 지금은 거꾸로 제가 만든 회사에 선배가 들어오는 인연이 됐어요."

진시몬이 설립한 몬엔터테인먼트에는 김범룡을 필두로 구창모 임병수 김충훈 김민교 양해승 등 7명이 포진해 있다. 그는 "특별한 인연들이 생기면서 한 명 두 명 저절로 뭉치게 되더라"고 했다. 인생이란 누구도 알 수 없다. 김범룡은 사업실패로 수십억 빚을 지고 진시몬의 과거와 역지사지 상황이 됐다.

진시몬이 외식업과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일군 뒤 자신의 가요기획사에 가장 먼저 김범룡을 영입한 데는 이런 인연도 한몫을 했다. 진시몬은 자신의 인생곡 '애수'(96년)를 시작으로 '애원' '미안한 사랑' '남자이니까' '보약 같은 친구' 등을 히트 시키며 대중 가수로 자리매김한다.

'아직도 모르겠어 난 정말 꿈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너 떠난 그 길목에서 널 기다리는데 세월만 흘러갔나/ 잊혀진 건 아닌데되돌아 오는 그 길은 너무나도 멀었어/ 널 매일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환상을 쫓고 있어/ 그리워 목이 메어 눈물 흘려도 눈물 닦아도 언젠간 돌아올거라 믿었는데/ 그대여 제발 내게로 돌아와줘요 내 마음 오직 그대 뿐인걸/ 꿈속에서도 눈을 떠봐도 온통 너의 모습 그 뿐인걸'(진시몬 '애수' 1절)

진시몬은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갖춘 싱어송 라이터답게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음악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핸디 10의 연예인 골퍼이기도 하다. 오른쪽은 가수 김충훈(배우 김수현 아버지). /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시몬은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갖춘 싱어송 라이터답게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음악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핸디 10'의 연예인 골퍼이기도 하다. 오른쪽은 가수 김충훈(배우 김수현 아버지). /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시몬은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한 가수다. 스스로 만족할 의미있는 노래가 아니면 부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단지 히트만을 위해 의도성을 갖고 만들어진 노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로트 전향이 빨랐던 것도 나름 이런 자신감의 발로다.

음악 스타일이나 대중적 이미지 등 스스로의 색깔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진시몬은 "저 자신은 20여년간 트로트 장르에 익숙한데도 팬들은 아직도 발라드 스타일의 감성적 느낌을 많이 얘기한다"면서 "가수 데뷔 초기 록을 불렀기 때문에 강한 남성 목소리가 베이스에 깔려있는 탓도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갖춘 싱어송 라이터답게 그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음악적 기준으로 삼는 편이다. 그는 "모든 가수들이 히트곡을 내는 게 첫 번째 목표이지만, 단지 뜨기 위한 단기 수단으로 노래를 부르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했다. 의도성을 갖는 노래가 아니라, 의미를 담은 노래를 찾는데 늘 골몰하는 이유다.

진시몬은 제주 사대 부속고 시절 문예부 활동을 거쳐 대학시절에도 대학신문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문학적 소양은 그가 훗날 작사에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토대가 됐다. 그는 '보약 같은 친구'를 비롯해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김충훈) '야 이사람아'(조영구) '언니 멋져'(양해승) '사랑은 의리' '옆집'(김민교) 등을 작사했다.

그는 트로트로 전향하기 직전인 96년 KBS2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의 주제가를 부른 적이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이 지금은 모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지만 데뷔 이후 오랜 기간 겉돌았던 셈이다. 트로트로 변신한 뒤엔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보다 마니아 층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주로 받았다.

ee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