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본부 김태호 PD가 최근 독자행보를 선언하면서 방송계가 콘텐츠 패러다임의 달라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MBC 예능의 부흥을 이끈 자타 공인 간판 PD다. /이선화 기자 |
방송계, OTT 서비스 영향 등 '김태호 PD 행보'에 촉각
[더팩트|강일홍 기자]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자주) 후배들과 해왔던 터라,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그걸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까지도 늘 그랬듯이 여러 행운과 인연들이 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에 두렵지는 않습니다." (김태호 MBC 예능본부 PD)
MBC 예능본부 김태호 PD가 최근 독자 행보를 선언하면서 방송계가 콘텐츠 패러다임의 달라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로 방송 예능의 부흥을 이끈 자타 공인하는 MBC 간판이다. 2001년 MBC 공채 예능 PD로 입사해 '논스톱 4', '코미디 하우스', '상상원정대'의 조연출을 맡았고, 'MR.요리왕',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등의 연출을 맡았다.
국민 예능프로그램이란 수식어가 붙은 '놀면 뭐하니?'를 뒤로 하고 MBC를 떠나게 된 김태호 PD의 결정은 다소 파격적이다. 그는 이달 초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속내와 함께 MBC와 결별을 선언했다. MBC 예능국도 "김태호 PD가 올해 연말까지 근무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엔 방송 트렌드의 획기적인 변화와 무관치 않다.
김태호 PD는 지상파 소속 PD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먹보와 털보' 연출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김태호 PD가 방송인 노홍철(왼쪽)과 MBC 예능 프로그램 '같이 펀딩' 제작발표회에 참석할 당시. /이선화 기자 |
◆ 스튜디오 설립 '자체 콘텐츠 확보', 기존 방송사와 당당히 대적
김태호 PD의 경우 '이적설' '퇴사설'이 종종 거론돼온 터여서 예견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다만 다른 제작사나 방송사로 가지 않고 독자 행보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몸값을 올려 종편 및 케이블 채널로 옮긴 이전 예능 PD들과도 비교된다. 퇴직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김 PD는 지상파 소속 PD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먹보와 털보' 연출을 확정지었다.
이런 움직임은 플랫폼 다양화와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서비스의 영향 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방송 환경 변화와 직결돼 있다. 또다른 스타급 예능 PD로 주목받고 있는 지상파 출신 PD는 "고액 이적료를 받고 소속만 옮겨가는 이전 방식으로는 치열해진 방송 플랫폼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결국엔 콘텐츠를 누가 확보하느냐의 주도권 싸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PD의 홀로서기에는 표현이나 제작비 규모에 제약이 따르는 지상파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도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MBC 제공 |
◆ 콘텐츠 경쟁력, 소재의 다양성에 '편성전략+과감한 투자'가 관건
이 때문에 김 PD는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해 콘텐츠 기획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은 MBC와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먹보와 털보')로 협업 가능성과 여지를 남겼지만, 좋은 콘텐츠는 곧 제작비 규모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송사 콘텐츠 경쟁을 담보하기는 더 어렵게 됐다. MBC로선 김 PD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부가수익을 창출해온 만큼 빈 자리가 더 커보일 수밖에 없다.
김 PD의 홀로서기에는 표현이나 제작비 규모에 제약이 따르는 지상파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도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넷플릭스는 김태호 PD에 갖는 신뢰를 바탕으로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로드 다큐멘터리 형식의 '먹보와 털보'에 무려 6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았다. 콘텐츠 경쟁력은 소재의 다양성이나 과감하고 유연한 편성 전략 못지 않게 과감한 투자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예능스타 PD'를 언급하면 KBS에서 '1박2일'을 성공시킨 뒤 tvN으로 이적한 나영석 PD를 빼놓을 수 없다. 나 PD는 2019년 연봉과 성과급이 무려 40억 원 대로 알려졌고, 그의 성공사례는 줄곧 대칭점에 서있는 김태호 PD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로 '예능 경쟁력'을 입증한 그가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방송계의 촉각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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