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은 최근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3'에서 천서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타고난 금수저이지만 잘못된 욕망으로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으며 극을 이끌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욕망의 화신' 천서진 역 맡아 열연
[더팩트|박지윤 기자] '사랑받는 악역', 공존하기에는 다소 결이 다른 두 단어다. 그러나 배우 김소연은 '천서진=김소연'이라는 공식을 성립하며 전무후무한 악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닌, 표정과 눈빛으로 인물의 서사를 세밀하고도 섬세하게 표현한 김소연은 그렇게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소연은 최근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 3'(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천서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삐뚤어진 욕망으로 점철된 '프리마돈나'의 면모를 지닌 인물로 타고난 금수저이자 도도함의 결정체다. 김소연은 천서진의 잘못된 욕망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결국 천서진은 무기징역을 받고, 후두암 말기에 목소리를 잃어요. 딸인 은별(최예빈 분)이는 저를 보러오지도 않죠. 정말 모든 걸 다 잃은 서진이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이런 결말이라 그런지 더 여운이 남고 작품과 서진이를 떠나보낸다는 게 알쏭달쏭해요."
머리를 쓸어내리다가 한 움큼 빠지는 머리를 발견한 천서진은 자신의 머리를 직접 자른다. 약 5분가량의 분량을 위해 가발을 쓸 수 있었지만 김소연은 자신의 머리를 직접 자르는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이는 연기를 넘어 천서진 그 자체로 동화된 김소연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든 걸 다 잃은 서진이가 멀리서 은별이를 바라보며 '은별아, 너 그렇게 살지 마. 엄마처럼 살지 마'라고 말하면서 약을 먹고 자살해요. 그렇게 최후를 맞는 서진이에게 가발을 씌운다는 게 좀 그랬어요. 저는 서진이를 만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나는 고작 이 머리카락으로 고민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소연은 직접 머리를 자르는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천서진에게 긴 머리는 그 자체로 큰 상징이었어요. 그런 머리를 직접 자른 서진이를 보고 감독님께서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잃은 기분일 거 같아요'라고 하셔서 힘을 얻었던 거 같아요. 제가 직접 자르니까 감정도 더 잘 올라오고 여운도 남았죠."
자신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하고, 그 영상이 들어 있는 유심칩을 씹어먹는 등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은 천서진이었다. "모두가 서진이를 미워해도 나만큼은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김소연도 그의 악행을 견딜 수 없었던 지점이 있었다.
"윤희(유진 분)를 절벽에서 미는 장면은 정말 숨이 막혔어요. 은별이를 구하러 간 윤희를 죽이는 서진이가 미웠고, 준비 과정부터 연기까지 전부 힘들었죠. 또 화상 입은 로건리(박은석 분)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것도 놀랐어요. 그 후에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 있는 로건리를 보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죠."
김소연은 MBC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악역 천서진을 만났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천서진이 가진 탄탄한 서사와 김소연의 소름 끼치는 연기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극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KBS 주말극이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무사히 마치고 쉬면서 안정된 삶에 행복함을 느꼈어요. 혼자서 어깨에 짐을 짊어지는 것보다 선배님들이랑 함께 하는 거에 재미를 느꼈고, 또 버킷리스트를 이루기도 했고요. 이러한 배우 생활에 안주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펜트하우스'를 만나게 됐죠. 대본을 읽고 '또 다른 악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지만 도전하니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펜트하우스'는 제가 두려움을 떨치게 해준 작품이에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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