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옥분의 인생곡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순수 포크 음악으로 당초 김세환이 발매를 준비하던 곡이었지만 고음역대에 강한 신인가수 남궁옥분이 불러 대박 히트했다. /더팩트 DB |
포크가수 김세환 대신 고음역대 남궁옥분이 불러 대박 히트
[더팩트|강일홍 기자] 남궁옥분은 '만년소녀'라는 이미지가 딱 어울리는 가수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대중의 가슴엔 시간이 멈춘 듯 변하지 않는 모습, 맑고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애초 성악가를 꿈꿨을 만큼 꾀꼬리 목소리를 타고났다. 노래와 인연은 여고시절인 70년대 중반 친구 손에 이끌려 찾았던 포크 음악동아리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 운명적 길을 열었다. 이후 명동 '쉘부르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이종환 사단'의 울타리에 안착하게 된다.
79년 첫 음반을 내고 81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폭발적 히트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에 이어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83년)의 히트로 KBS 방송가요대상 신인가수상과 여자가수상을 연달아 수상한다. '설악산'(84년) '재회'(86년) 등 그가 부른 노래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저 남궁옥분한테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빼고 설명할 수 없죠. 제 운명을 바꿔놓은 출세곡이니까요.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저는 늘 무대 뒤에 대기하는 신세였어요. 원래 김세환 선배가 부르려던 곡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제가 불렀고, 결과적으로 저의 무명 설움을 벗게 해준 셈이죠."
그의 인생곡이 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데뷔 2년만인 81년 7월 히트레코드사에서 발매됐다. 원래 박동률 팀이 만든 순수 포크 음악으로 당초 김세환이 부르려던 곡이었지만 고음역대에 강한 남궁옥분을 고려한 편곡(홍키통키)으로 완성해 주자가 바뀌었다.
남궁옥분이 부른 노래 중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외에도 다른 가수가 원래 주인이었던 곡이 많다. '재회'(하덕규) '설악산'(한영애)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김승덕) 등은 모두 남궁옥분이 다시 불러 히트한 곡들이다. /남궁옥분 제공 |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룬 적도 있었지/ 기울어 가는 둥근 달을 보며 타는 가슴 남 몰래 달랬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아아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오오/ 사랑 사랑 그 누가 말했나 아아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오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도/ 오늘 밤 또 다시 당신 생각에 타는 가슴 남 몰래 달래네'(남궁옥분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1절)
가요계는 히트곡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말과 함께 원치 않았던 곡을 우연찮게 받아드는 인연을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표한 지 불과 수개월만인 그 해 겨울부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는 모든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남궁옥분의 대표곡'이 됐다.
당시는 신곡이 발표되면 TV보다 라디오가 대세였던 시기다. 무명가수였던 그는 10월에야 라디오 첫 방송을 했다. 황인용이 진행하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출연한 뒤 곧바로 '대학생들이 뽑은 1위곡'에 오르고 그는 일약 인기가수로 부상한다.
이듬해 내놓은 '꿈을 먹는 젊은이'는 별로 PR도 하지 않았지만 히트곡 대열에 올라섰다. '남궁옥분'이라는 상큼 발랄한 젊은 여가수의 등장과 명성이 한몫을 했다. 빠르고 신나는 이 곡은 마침 프로야구 출범 등 각종 경기장에서 '젊은그대'와 함께 응원송으로 불리면서 바람을 탔다.
80년대를 관통한 그의 노래 중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외에도 유독 다른 가수가 원래 주인이었던 곡이 많다. '재회'(하덕규) '설악산'(한영애)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김승덕) 등은 모두 남궁옥분이 다시 불러 히트한 곡들이다.
남궁옥분은 70년대 후반 이후 포크 송을 널리 대중화시킨 포크송 가수로서도 대중적 인기가 상당했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를 시작으로 '꿈을 먹는 젊은이',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등 발표하는 노래마다 연이어 히트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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