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나의 연예공:감] MBC 방송 사고 '반복' 논란, '인식 개선'이 먼저다
입력: 2021.07.28 06:00 / 수정: 2021.07.28 06:00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올림픽 방송사고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올림픽 방송사고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MBC 대국민 사과 후 문제 여전…네티즌 '모니터링 요원' 자처

[더팩트|원세나 기자] 공영방송사가 국민을 향해 거듭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성제 MBC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과 남자 축구 예선전 경기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하고,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또한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에는 현재 국가 갈등의 원인인 비트코인 사진을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화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MBC는 방송에 이어 입장문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가 무색하게도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광고 중 화면에 노출하며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결국 박성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머리를 숙였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서 신뢰 회복을 다짐했다. 이튿날 MBC 노조도 역시 대국민 사과에 동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내내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MBC 방송화면 캡처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내내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MBC 방송화면 캡처

공영방송사가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이 사태의 시작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올림픽 시청자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부터 촉발됐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문제가 된 방송화면을 캡처해 SNS에 올리며 부적절하게 삽입된 사진들을 지적했고, 이는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을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실수'에 공분을 토했다. 관련 소식이 해외로 전해져 외신에까지 보도되자 국내 네티즌들은 인식이 한참 뒤처져 그야말로 '나라 망신'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언론 수준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시민의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감수성은 날로 높아지는데 소위 말하는 엘리트층의 변화는 느리기만 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든지 "상대편 실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중계와 '태극낭자' '얼음공주' '얼짱검객' 등의 기사 타이틀을 보면서 인권과 성평등 인식의 개선이 아직은 요원하게 느껴진다. 네티즌들은 이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이쯤되면 '모니터링 요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도 네티즌들의 계속되는 '뼈아픈 지적'은 올림픽을 중계하는 각 방송사가 경각심을 가지는 작지만 긍정적 효과를 부르고 있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올림픽 중계 기간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 때문에 작은 디테일을 세심히 살피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를 포함한 모든 제작진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심정으로 방송 전 한 번 더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고백했다.

한꺼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천천히 바뀐다면 곧 큰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불편한 것을 표현하고, 부적절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이제 더는 '프로 불편러' 또는 '창조 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집단 지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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