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믿지 못하면 죽는 불쾌한 괴작 [TF씨네리뷰]
입력: 2021.07.20 05:00 / 수정: 2021.07.20 05:00
지난 1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랑종 신내림이 되물림되는 태국 한 산골마을의 무당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쇼박스 제공
지난 1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랑종' 신내림이 되물림되는 태국 한 산골마을의 무당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쇼박스 제공

오감 건드리는 공포…'적나라 연출' 호불호 엇갈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후광과 이색적인 태국 산골마을이 주는 공포감이 괴작을 탄생시켰다. '대환장 엔딩'과 불쾌함마저 느껴지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랑종'은 올해 여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원작 나홍진)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출연자들은 믿음에 대한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들이지만 믿음이 부족하거나 부족해졌을 때 너나할 것 없이 참사를 당한다. 더군다나 제작진은 이 '참사 신'에 공을 들였다. 덕분에 잔인하고 불쾌한 장면도 수두룩하다.

한국인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태국 배우들의 호연은 공포감을 더했다. 극 중 '밍' 역을 맡은 2001년생 태국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은 안부가 걱정될 정도의 연기를 펼쳤다. 태국 공포영화, 산골마을, 페이크 다큐, 신내림, 악마, 빙의, 무당, 적나라한 공포 등 '랑종'을 수식하는 단어만으로는 영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작품임에 틀림 없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형태의 촬영 기법)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극 초반부 태국 이산 지역의 산골마을에서 신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싸와니 우툼마)에게 찾아온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 팀의 카메라 화면이 영화의 화면으로 이어진다.

다만 제작 팀의 카메라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전원을 끄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이야기 역시 카메라 속 화면을 따라가다보니 입체감을 더한다. 언니를 대신해 신내림을 받아야만 했던 무당 님과 인력사무소에서 평범하게 일하다가 신병을 겪게되는 조카 밍은 물론, 신내림을 거부하고 개고기 장사를 하면서 강아지를 기르는 님의 언니 노이, 아내와 아기가 있지만 사창가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오빠 마닛 등 출연진의 서사가 제법 흥미를 더한다.

랑종에서 밍 역(가운데)을 맡은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빙의 연기는 영화의 공포감을 배로 끌어올렸다. /쇼박스 제공
'랑종'에서 밍 역(가운데)을 맡은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빙의 연기는 영화의 공포감을 배로 끌어올렸다. /쇼박스 제공

터닝 포인트는 영상 팀의 카메라가 밍이 해고된 인력사무소의 CCTV 화면을 비추는 순간이다.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이 때부터 영화의 장르를 180도 바꾸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놓아주지 않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오컬트와 고어가 뒤섞여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들이 나오거나 영화 '추격자'의 구멍가게 아주머니 급 '빌런'도 등장한다. 영화 도중 극장을 나가고 싶었다는 후기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평소 신을 믿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밍이 신병을 겪고 악마에 완전히 잠식됐을 때 저지르는 행동들은 압권이다. 살인, 살생, 절도, 폭행, 훼손, 탐욕 등 인간이 욕망에 지배됐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대부분의 행위들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다. 처음에는 거짓말과 거짓 목소리로 인간들의 내면을 건드리더니 후반부에는 내외면의 경계마저 허물고 껍데기도 뜯어낸다. 이유나 명분보다는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앞서 언급한 믿음에 대한 존재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다. 집안 대대로 바얀 신을 모시는 무당 님 역시 바얀 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불안함 믿음을 보인 님의 최후 역시 적나라하다. 이 외에도 '랑종'은 극 중 표현되는 수위가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붙었다. 생각할 거리를 남기기보다는 오감을 건드리는 공포감이 더 컸던 영화 '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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