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첫 방송된 KBS 2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는 기대와 안타까움의 교차점에서 3.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은 '소녀와 가로등'을 불러 찬사를 들은 참가자 이나영. /'새가수' 캡쳐 |
'나훈아 스페셜' 대박 성공 이후 낯뜨거운 시청률 3.2%
[더팩트|강일홍 기자] 플래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청률은 더이상 절대 기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청률은 모든 방송 기준의 중심점(편성전략)에 서있다.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보는지를 확보하는 일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이상의 큰 관심사다. 광고주한테도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인기 프로그램의 앞뒤로 광고를 붙여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S 2TV를 통해 방영된 추석 특집 음악 프로그램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 그야말로 청량제 같은 힐링프로그램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다채널시대 종편과 케이블에 빼앗긴 '지상파 프리미엄'을 일부라도 되찾아오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KBS의 자존심을 지키고, 분산 평준화된 시청률 경쟁에서도 모처럼 우위를 지켰다.
전국민적 호응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데는 역시 시청률과도 무관치 않다.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나훈아의 상징성과 15년 만의 대중매체 직접 출연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관심 폭발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방송 당일 시청률은 전국 기준 시청률 29%(AGB 닐슨), 서울(수도권) 기준 27.2%였다. 모든 연령대의 호평을 받은 가운데 올레TV에서는 실시간 채널 시청률 70~8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첫방송을 앞둔 지난 15일 성시경 솔라 정재형 거미 배철수 이승철 강승윤(왼쪽부터 차례대로)이 KBS2 새 예능프로그램 '새가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KBS 제공 |
◆ '노래 잘하는 가수는 전국에 백만 명', 노래 기술보다 편곡 싸움
지난 15일 첫 방송된 KBS 2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이하 '새가수')는 기대와 안타까움의 교차점에서 3.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선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성공 이후 KBS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시청자들로서는 채널마다 등장하는 '트로트 오디션 봇물'에 지칠 무렵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새가수'는 70~90년대 명곡을 재해석한다는 '레전드 가요 리메이크 오디션'이란 타이틀로 론칭 단계에서 시선을 모았다. 송창식 최백호 한영애(게스트) 등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대표 가수와 배철수 김현철 이승철 정재형 거미 솔라 강승윤 등 역대급 심사위원, 그리고 신선한 MZ세대 실력파 참가자들이 한데 어우러졌다는 것만으로 이슈가 될 만했다. 그럼에도 시청자 관심을 붙드는 데는 실패했다. 어떤 부분이 미흡했을까.
"한 두곡만 들으면 안봐도 똑같다." 경쟁자가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수들의 개성에 맞는 독창적 편곡이 필수다. '새가수' MC 성시경과 심사위원 배철수 정재형 이승철(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KBS 제공 |
◆ 오디션 프로그램 성패, 제작비 규모와 '영상 때깔' 차이가 중요
오디션은 때깔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프로그램이 명멸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제작비 규모와 때깔의 차이가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실패한 트로트 오디션 '트롯전국체전'의 경우처럼 같은 돈을 쓰고도 티가 날만큼 산뜻한 영상을 구현해내지 못했다는 건 제작진의 한계다. ('때깔', 사전적으로는 옷이나 물건 따위가 눈에 선뜻 드러나 비치는 모습이나 빛깔이지만 방송에선 깔끔한 영상을 의미)
옷걸이는 좋은데 옷을 잘못 입혔다? 오디션의 생명은 편곡이다. 기대에 부푼 시청자들에게 어디선가 본 듯한, 아마도 같은 채널인 '불후의 명곡'에서 봤을 법한 그림은 감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수들의 개성에 맞는 독창적 편곡이 필수다. 한 방송관계자는 "모든 노래를 똑같이 만들어버려 한 두 곡만 들으면 안 봐도 똑같겠다는 예상이 맞았다"고 꼬집었다.
흔히 '노래 잘하는 아마추어 가수는 전국에 백만 명'이란 말을 한다. 노래방 문화와 함께 전국민 가수화가 만든 현상 중 하나지만, 조금만 음악적 자질을 갖추면 일반 아마추어들도 가수나 다름 없다. 노래 기술보다는 오디션이란 특성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소녀와 가로등'을 소화해내며 찬사를 들은 이나영에게 '최연소 참가자'란 타이틀은 결코 감흥을 높이는 요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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