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4차 대유행 직격탄' 영화계 "기대작 흥행도 물거품"(영상)
입력: 2021.07.19 00:00 / 수정: 2021.07.19 00:00
14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극장에서는 블랙 위도우와 랑종 등 해외영화 기대작들이 상영했거나 첫 선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14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극장에서는 '블랙 위도우'와 '랑종' 등 해외영화 기대작들이 상영했거나 첫 선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해외영화 깜짝 흥행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화계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정작 코로나19로 인해 관람석 축소 등 피해가 눈덩이로 커지고 있어 울상이다.

영화 촬영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영화 유통 시장의 주된 수입원인 영화관도 지난 12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밤 10시 이후에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가 사이에선 '블랙 위도우' '랑종' 등 해외영화의 개봉 초 흥행 돌풍이 길게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4차 대유행'에 따라 예비관객들의 활동 심리 역시 위축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은 극장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 14일 서울 내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상권에 위치한 두 극장은 호재로 작용할 만한 콘텐츠가 있음에도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화 시간에 맞춰 상영관으로 입장하는 관객들을 제외하면 영화관 내 매점, 커피숍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거나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북적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은 기대를 모은 나홍진 감독의 제작 태국 공포영화 '랑종'의 개봉일인데다가 개봉 일주일 째를 맞은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등이 상영되면서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활기를 기대하던 극장가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침체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극장 내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극장에 오는 것에 대해)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전에 예매한 영화라서 어쩔 수 없이 연차를 내고 왔다"면서도 "거리두기 4단계면 마지막 영화가 오후 7~8시다. 퇴근 후 극장을 가야하는 평일에는 사실상 영화를 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에 극장을 찾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극장가는 '블랙 위도우'와 '랑종'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고삐를 당긴 상황이라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CGV는 '블랙 위도우'의 개봉일에 맞춰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CGV연남'을 새롭게 오픈했으며, 롯데시네마는 '랑종'의 개봉일에 불을 켜놓고 공포영화를 상영하는 '겁쟁이 상영회'를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부 효과는 있었다. 전 세계 상업영화계 최고 콘텐츠로 꼽히는 마블의 2년 만의 복귀작 '블랙 위도우'는 개봉 이후 평일 10만 명대, 주말 30~40만 명대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개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랑종' 역시 개봉 전 사전 예매만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다만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전에 집계된 기록으로 코로나19 여파에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4단계로 격상된 월요일부터는 '블랙 위도우'의 일일 관객 수가 7~8만 명대로 주춤했으며. '랑종' 역시 개봉 첫 날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더니 이튿 날인 15일에는 7만5000여 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이미 80% 이상의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겪었던 멀티플렉스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극장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티켓 매출의 절반을 배급사에 선지급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개봉일을 미루던 영화를 끌어오는데 성공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황재현 CGV 팀장은 "아쉬울 따름이다. 좋은 영화들이 있고 실제로도 많은 분들께서 극장을 찾아주시긴 했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시기에 따라 타격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개봉이 이어지는 7월 말에도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된다면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한다. 사업자나 소비자가 함께 힘을 모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상황이 나아기지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변경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사회나 사전 행사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4차 대유행 장기화 조짐에 따라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팩트 DB
개봉을 앞둔 영화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사회나 사전 행사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4차 대유행' 장기화 조짐에 따라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팩트 DB

여기에 '블랙위도우'나 '랑종' 외에 다른 영화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예정된 배급 시사회를 취소하거나 배우들과 감독이 출연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홍보하는 간담회 역시 모두 '스톱'인 상황이다. '보스 베이비2' '액션히어로' '더 레치드: 악령의 저주' '우리, 둘' '워스' 등이 시사회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했으며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은 다른 영화들은 시사회나 사전 행사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법: 재차의'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등 개봉을 앞두고 있는 블록버스터 한국영화들도 다시 눈치를 보고 있다. 아직까진 개봉 일정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많은 관객들을 유치해야 하지만 개봉 특수를 온전히 누리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가 영화 촬영장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촬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4차 대유행'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사실상 '셧다운'이다. '4차 대유행'이 현실로 나타나고 델타 변이바이러스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8월 말에는 일일 확진자 2000명 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조성되고 있다. 영화 개봉은 물론 촬영과 기획도 구상하기 어렵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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