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대모'이자 배우 이용녀가 지난 2월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 화재를 극복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마음을 <더팩트>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포천=이승우 기자 |
복구 작업 한창, "자원 봉사자와 동료 연예인들께 무한 감사"
[더팩트ㅣ포천=이승우·김샛별 기자] 배우 이용녀는 유기견들의 대모다. tvN 드라마 '루카 : 더 비기닝'에서 소름 돋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연기 활동이라는 생업만으로도 바쁘지만, 유기견들을 볼 때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버려진 강아지들을 데려다 돌보기 시작한 게 어느덧 18년째가 됐다.
그가 사는 집은 어느새 자신이 아닌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됐고, 보호하고 있는 강아지도 약 80~100마리로 늘었다. 유기견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거주지를 포천으로 옮겼다. 4년 전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용녀의 포천 유기견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월 말, 이곳에 불이 나 견사 일부와 이용녀의 생활 공간이 전소됐다. 추위 때문에 지붕 위에 쳐둔 비닐이 열에 녹아 연탄난로 위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60평 남짓한 집과 강아지들에게 화마가 덮쳤다.
이 사고로 유기견 8마리가 폐사됐다. 이용녀 역시 화재 당시 강아지들을 구하려다 옷이나 개인 필수품 등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때문에 한동안은 불에 타지 않은 견사 뒤쪽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유기견들과 함께 쪽잠을 자며 지내야 했다.
이용녀의 사연과 참혹한 현장 사진은 자원봉사자들과 동물보호단체 행강 등을 통해 알려졌고,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물품을 후원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동료 배우들도 나섰다. 직접 포천까지 달려가 화재 현장을 수습하거나 SNS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촉구했다.
4개월의 시간이 흐른 현재, 이용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더팩트>가 이용녀의 근황과 그날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찾아갔다. 보호소에는 여전히 화재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유기견들을 두고 홀로 임시 숙소에 갈 수 없었던 이용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 "모두의 격려와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용녀의 하루는 바빴다. 사고로 인해 열악해진 환경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해서는 몸이 10개라도 부족했다. 그뿐일까. 새 보호소를 건설 중인 인부들의 간식과 커피 등도 직접 챙겼다.
이용녀는 "사실 처음에는 여기서 지낼 생각이 없었다.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준 덕분이다. 컨테이너를 중고로 사려고 했는데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어 마음대로 할 수 없더라. 그래서 일단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온정의 손길이 많이 쏟아졌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보내온 구호 물품들이 가득했다. 생수와 햇반, 물티슈, 일회용품, 생활용품을 비롯해 유기견들의 사료와 간식까지 다양했다. 또한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복구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봉사자들도 많았다.
이용녀는 "우리가 있는 곳이 서울에서 기본 2시간이 걸릴 정도로 굉장히 먼 곳이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들하고 잠깐이라도 눈을 마주치고, 뭐라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일을 찾으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안타깝게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가 갖고 있던 옷들보다 많은 분에게 받은 지금의 옷들이 훨씬 좋고 많아요. 비록 입던 옷일지라도 저에게 보내주기 위해 마음 써서 깨끗하게 만들어 보내주신 옷이잖아요."(웃음)
지난 2월 화재로 불타버린 배우 이용녀의 생활 공간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이용녀는 "자금 문제 등 몇가지 사정으로 완공 계획은 불투명하다"고 했다. / 포천=이승우 기자 |
◆ "고마움 다 못갚아, 대신 아이들(유기견)한테 헌신"
이용녀는 또한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화재 현장에는 배우 윤종훈 강수연, 이연복 셰프, 코미디언 박성광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다녀갔다. 특히 이용녀는 오현경을 언급하며 "착한 눈망울을 가진 배우인데 큰 도움을 받았다. (오현경의)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새집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긴 했지만, 완공 계획은 불투명했다. 언제까지 이런 불편한 생활을 해야할지도 미지수다. 이용녀는 "사진에 나와 있는 대로다. 말로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명한다고 해서 아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비까지 오다 보니 언제쯤 공사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더군다나 돈이 부족해서 계속 짓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럴수록 유기견들과 함께하는 긍정적인 미래를 꿈꾼다고 한다. 그는 "특별하게 바라는 건 없다. 강아지들은 어리지만, 좋은 것, 맛있는 것, 재밌는 것 나아가 자길 예뻐하는 것 등은 본능적으로 다 안다. 그저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좋은 감정만 느끼고 친구들하고 잘 놀면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또 타고난 대로 계속 사람을 좋아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이번 생에는 다 못 갚을 정도라 다음 생에까지 갚아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 고마움을 이번 생에는 다 갚을 수 없으니 대신 아이들(유기견)한테라도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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