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소년단' 이유 있는 흥행…자극에 지쳤을 때 나타난 힐링극
입력: 2021.06.30 00:10 / 수정: 2021.06.30 00:10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이 흥행 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다.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이 흥행 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다. /SBS 제공

마라맛 대신 청량맛 극본·연출, 준비된 배우들의 시너지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최근 방송가는 파격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연출이 주를 이룬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마라맛' 드라마 전성시대다. 살인, 불륜, 개연성 없는 반전 등 막장 전개가 계속되다 보니 피로감도 덩달아 상승했다. 때마침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무공해 청량 드라마'를 내세운 '라켓소년단'이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 연출 조영광)은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열여섯 청춘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드민턴을 주제로 스포츠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캐릭터들의 화합과 성장, 그리고 도전에 초점을 맞췄다.

'라켓소년단'은 당초 흥행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은 아니다. 배드민턴이라는 낯선 장르인 데다 작품 특성상 10대 배우들이 주요 라인업에 대거 포진돼 있었다. 문제는 해당 라인업에 스타성 있는 배우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주인공들의 나이가 중학교 2, 3학년인 설정이었기에 주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보통의 청춘물과 다르다는 점도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라켓소년단'은 이러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전 중이다. '라켓소년단'만의 매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착한맛 전개 및 연출과 준비된 배우들의 호연이 주목받고 있다.

◆ 자극적인 드라마 사이 무해함

'라켓소년단'은 스포츠와 성장을 소재로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오가며 빠른 호흡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극을 전개해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고 있다. 악행을 일삼아 갈등을 빚는 빌런도 없다. 생계 위주 코치, 워킹맘, 오지라퍼 주민, 라이벌의식에 거짓말하는 학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들만이 존재한다.

빌런이 없다 보니 자극적인 사건이나 전개도 찾기 힘들다. 소소한 스토리일지라도 충분한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재미와 편안함을 동시에 안긴다.

특히 2회 당시 폭력 장면을 간접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당시 소위 '일진'들이 김강훈을 괴롭혔고, 탕준상 최현욱이 이를 복수한다. 이 과정 중 어디서도 폭력을 행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길게 보여주는 최근의 방송들과는 달랐다.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해당 서사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음을 알려준 대목이다.

배우 탕준상과 최현욱이 SBS 라켓소년단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자랑 중이다. /SBS 제공
배우 탕준상과 최현욱이 SBS '라켓소년단'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자랑 중이다. /SBS 제공

◆ 아역배우, 신인배우 아닙니다. 준비된 배우입니다.

어느샌가 드라마가 몇몇 배우들의 경험장이 됐다. 어떤 일이든 경험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건 맞다. 하지만 드라마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즉 미숙한 이들이 연기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닌 결과를 보여주는 창구가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켓소년단은 이미 준비를 마친 배우들의 평가장이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고 있는 김강훈 이지원은 물론이고, 방송과 영화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인 손상연 등이 자신들의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탕준상과 최현욱의 발견이 가장 두드러진다. 두 배우 모두 전작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탕준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에서 아스퍼거증후군(타인의 감정 공감과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 있는 그루를 맡아 순수하기 때문에 우직한 유품정리사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반면 '라켓소년단'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높은 자존감을 자랑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성격으로 밉지 않은 윤해강으로 변신했다.

최현욱 역시 전작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학교 폭력 주동자 박승태 역을 맡아 많은 이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모습을 말끔히 지워냈다. '라켓소년단' 속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배드민턴과 우정인 나우찬 역으로 분한 그는 다정하고 순한 성격을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은 극과 극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에 녹아들었다.

확실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라켓소년단'이 마지막까지 힐링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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