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는?] '무죄 판결 1년' 조영남 "이제 국가 인정 현대화가"(영상)
입력: 2021.06.29 06:16 / 수정: 2021.06.29 16:45
국가가 세금으로 저에게 현대 화가라는 직업을 공식 인정해준 셈입니다. 조영남이 경기 양평의 한 카페형 미술 전시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5년 법정 다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평=이승우 기자
"국가가 세금으로 저에게 현대 화가라는 직업을 공식 인정해준 셈입니다." 조영남이 경기 양평의 한 카페형 미술 전시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5년 법정 다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평=이승우 기자

조영남은 지난해까지 미술계의 논란을 부른 이른바 '그림 대작' 사건에 휘말려 5년이란 긴 법정 다툼을 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서야 자신을 짓눌러온 '불편한 시선'을 털어냈다. 그후 1년,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조영남은 연예계 활동보다는 그림에 한층 더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더팩트>는 최근 작품 전시회에서 만난 화가 조영남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았다. <편집자 주>

'조영남과의 만남' 작품 전시회, 팬과 지인 등 100여명 성황

[더팩트|양평=강일홍·이승우기자] "5년간의 긴 법정 다툼이 많은 걸 바꿔놨어요. 내 삶을 더 진중하고 깊이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알고 보면 국가가 세금으로 저에게 현대 화가라는 직업을 공식 인정해준 셈이 됐으니까요."

지난 23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의 한 카페형 미술 전시장(양수리 빵공장)에서 만난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다만 '미술'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때 논란이 일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줬다.

그는 "대법원 판결까지 여론에 줄곧 오르내리면서 그동안 취미삼아 해온 그림 작업의 기틀을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간간이 들어오는 방송 출연 외에는 지난 1년간 거의 미술작업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그림 전시회도 꽤 오랜만이다.

가수 조영남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가수 조영남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방송인 김종석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형 작품 전시장인 '양수리 빵공장'에는 조영남이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화투 작품 등 90여점이 전시됐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팬과 지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는 그림 개인전을 겸한 '팬과의 대화'를 가졌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노래보다는 미술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어려서부터 그림이 좋았고 용문고 시절엔 학교 미술부장을 맡았을 만큼 열정이 많았어요. 노래는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까워졌는데 돈이 생기니 결국 피할 수 없는 제 직업이 된 거죠."

개인전을 찾은 팬들에게 그는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래 전 배우 이경진과 사귀면서 골프에 입문하게 된 계기, 10년간 대학생활(한양대 2년, 서울대 3년, 미국 신학대 5년)을 한 사연 등을 언급했다. 화투 그림에 빠져든 계기도 털어놨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할 때였는데 한국 이민자들은 밤만 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며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쳤어요. 저도 종종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화투 속에 우리 인생이 숨어있더라고요. 마침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매력을 느끼고 있던 터라 머릿속에 전깃불이 번쩍 들어온 느낌이었죠."

화투를 소재로 한 독특한 아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화투를 중심으로 태극기, 초가집 등 '조영남만의 작품세계'로 이끌렸다. 조영남은 2016년 '그림 대작' 논란의 중심에 선 이후 험난한 법적 공방 속에서도 꾸준히 붓을 들었다.

결혼 축가를 불러드리겠다. 조영남(왼쪽)은 자신의 그림 전시회를 겸한 팬과의 대화를 갖던 중 지인으로 참석한 엄영수 부부에게 즉석에서 결혼 축가로 모란동백을 불러 관심을 끌었다. /양평=강일홍 기자
"결혼 축가를 불러드리겠다." 조영남(왼쪽)은 자신의 그림 전시회를 겸한 '팬과의 대화'를 갖던 중 지인으로 참석한 엄영수 부부에게 즉석에서 결혼 축가로 '모란동백'을 불러 관심을 끌었다. /양평=강일홍 기자

그는 지난해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 직후 <더팩트>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유로 낙도 또는 변방에 귀양간 선비들이 시화에 몰입하며 지내듯 지난 5년은 저한테 호화로운 귀양의 세월이었다"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조영남은 평소 걷기와 골프 외에는 동적인 활동보다는 정적인 취미를 즐기는 편이다. 그는 "누군가 내 작품에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어한다면 그것만으로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방송 출연과 공연 등 음악활동을 줄이고 그림 작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음악은 박자 음정 리듬 등 반드시 정해진 일정한 형식과 틀이 있고 이를 벗어나면 이도 저도 안 되지만 미술은 다르다. 형식도 규격도 없고 오로지 느낌만으로 뭐든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취미삼아 다시 시작한 그림이 음악 못지 않게 좋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특유의 자유분방함은 여전했다. 이날 조영남은 "여자친구가 있느냐, 이상형이 있다면 설명해달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젊고 예쁘고 착하고 돈 많은 여자가 바로 내 이상형"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평소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즉석에서 이색 이벤트도 펼쳤다. 그는 전시회장을 방문한 연예계 절친 후배인 개그맨 엄영수에게 뒤늦은 결혼 축가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지난 2월 7일 미국 LA 한 교회에서 재미교포 의류 사업가인 에스더 씨(한국명 경옥)와 결혼한 엄영수는 이날 아내와 첫 공개 나들이에 나섰다.

ee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