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순간', 불편함의 경계…판단은 관객 몫 [TF씨네리뷰]
입력: 2021.06.26 00:00 / 수정: 2021.06.26 00:00
영화 빛나는 순간은 70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 분)의 빛나는 순간을 그린다. /명필름 제공
영화 '빛나는 순간'은 70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 분)의 빛나는 순간을 그린다. /명필름 제공

고두심 지현우 호연… 어쩌면 올해 최고의 문제작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화 속 불편한 설정들이 주는 매력이 있다. 익숙하지 않음에서 비롯한 어색함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서다.

다만 파격이라는 설정으로 용인되는 범주는 다소 현실적이다. 70대 여자와 30대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이러한 설정들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 영화 '빛나는 순간'이다.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 해녀로 기네스북에 오른 70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 분)과 그녀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지만 서로가 갖고 있는 아픈 기억을 공유한 뒤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정을 연기한다.

감독은 불편함의 경계를 지키려 노력했다. 70대 여자가 어머니나 할머니, 어르신으로 느껴지지 않고 30대 남자가 철없는 아이처럼 느껴지지 않게끔 손을 많이 댔다. 제주 4.3 항쟁의 아픔과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등은 관객과 공감을 시도하는 요소도 눈에 띄게 사용됐다.

연기대상 최다 수상에 빛나는 배우 고두심과 2004년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얻은 '국민 연하남' 이미지가 강한 배우 지현우의 호연은 나이 차와 관계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영화로 '제 18회 아시아필름페스티벌' 여우주연상도 수상한 고두심의 동굴 속 롱테이크 신은 한국 영화에서 손꼽히는 연기로 기억될 정도로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고두심과 지현우는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서로가 갖고 있는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명필름 제공
고두심과 지현우는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서로가 갖고 있는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명필름 제공

이들의 사랑을 마냥 아름답게 꾸미려 시도하지 않은 연출적 요소도 돋보였다. 극 중 이들의 사랑 소식을 전해 들은 30대 남자의 직장 동료의 "역겹다"는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 영화 속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누구가 같다.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고 말한 대목처럼 영화 '빛나는 순간'은 파격 로맨스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영화의 배경으로 늘 '열일'하는 제주 바다의 풍광과 현지 제주도민들의 정감가는 모습 등도 눈길을 끌었다.

소준문 감독은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영화 '빛나는 순간'에 대해 "나이차 나는 사랑, 파격적인 지점을 숫자로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상처 입은 세대로 생각했다. 두 세대가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완성되는 사랑 영화다"고 말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파격적인 사랑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가 아니라 아픔에는 세대 차이가 없다는 것에 집중해 이야기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선 굵은 감정 연기가 애틋한 면을 돋보이게 만들었지만 결국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불호가 더욱 많다면 올해 최고의 문제작 등극도 시간 문제다.

러닝 타임은 1시간 35분이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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