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㉑] 신유 '잠자는 공주', "담백하게 불러야 제맛"
입력: 2021.06.10 00:00 / 수정: 2021.06.10 00:00
트로트 프린스 원조. 신유의 매력은 매사에 과하지 않은 자기절제에 있다. 평소 노래 스타일이나 창법에서도 화려함이나 기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선화 기자
'트로트 프린스 원조'. 신유의 매력은 매사에 과하지 않은 자기절제에 있다. 평소 노래 스타일이나 창법에서도 화려함이나 기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선화 기자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느리지만 깊은 울림 주는 슬로곡, '콘서트 열풍'의 토대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신유는 이른바 '트로트 맛'을 낼 줄 아는 가수다. 빠른 리듬의 세미 곡보다 정통 트로트에 최적화된 미성 보이스 덕분이다. 젊은 가수들이 주로 선호하는 세미트로트 대신 슬로 템포를 고수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트로트 오디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대부분의 기성가수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오히려 그는 트로트 라이징스타들 덕분에 존재감을 더했다. 트롯맨들은 저마다 "우리의 로망은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신유 선배"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보여준 환상의 무대궁합으로 입증했다.

"팬심을 가진 대중스타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함만이 최상의 경쟁력입니다." 신유는 지난해 TV CHOSUN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한 직후 "후배들의 멋진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면서 "가슴 속 샘 솟는 트로트 열정을 더욱 강렬히 느꼈다"고 속내를 밝힌 바 있다.

신유의 매력은 매사에 과하지 않은 자기절제에 있다. 평소 노래 스타일이나 창법에서도 화려함이나 기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발라드 출신 가수답게 부드러움 속에 호소력 짙은 파워 보이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가요계 '트로트 프린스(왕자) 원조'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신유는 2008년 싱글 '잠자는 공주'(신웅 작곡 장경수 작사)로 정식 데뷔했다. 지금은 그의 인생곡이 됐지만, 처음엔 의외로 더딘 반응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는 가수 장윤정 박현빈이 대세였던 시기다. 10명이면 10명 모두 빠른 곡을 부를만큼 세미트로트 장르가 트렌드였다.

신유는 2015년부터 단독콘서트로 바람몰이에 나선다. 데뷔 기준으로만 보면 신인급이어서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매회 매진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한다. /SY기획 제공
신유는 2015년부터 단독콘서트로 바람몰이에 나선다. 데뷔 기준으로만 보면 신인급이어서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매회 매진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한다. /SY기획 제공

'세상이 미워졌나요 누군가 잊어야만 하나/ 날마다 쓰러지고 또 다시 일어서지만 달라진건 없는가요/ 세상길 걷다가 보면 삥 돌아 가는 길도 있어/ 하루를 울었으면 하루는 웃어야 해요 그래야만 견딜 수 있어/ 앵두 빛 그 고운 두 볼에 살며시 키스를 해주면/ 그대는 잠에서 깨어나 나에게 하얀 미소 지을까' 그대여 어서 일어나차가운 가슴을 녹여요/ 또다시 시작되는 아침을 걸어봐요 그대 곁에 나 있을게'(신유 '잠자는 공주' 1절)

'잠자는 공주'는 슬로곡 장르다. 빠르고 신나는 세미트로트와 대적하기 힘든 리듬이었다. 하지만 신유는 자신의 스타일에 딱 맞는 이 곡을 고집스럽게 밀고갔다. 그는 "시간이 다소 걸렸을 뿐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면서 "남들이 하지 않은 장르여서 나중엔 더 조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 노래는 화려한 꺾기 보다는 깨끗하고 담백하게 부르는게 관건이에요. 그래야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거든요. 오버하지 않고 단지 느낌만 트로트 맛이 살짝 나도록 해주면 저절로 맛이 납니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꽤 어려운 것같은데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어요."

특히 이 곡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또 다른 신곡 '시계바늘'(신웅 작사 작곡)이 고속도로 휴게소 차트를 휩쓸면서 더 큰 바람을 탔다. 두 곡은 쌍끌이 인기를 누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고, 훗날 신유의 단독 콘서트 열풍을 이끌어낸 밑거름이 됐다.

신유는 2015년부터 단독콘서트로 바람몰이에 나선다. 데뷔 기준으로만 보면 신인급이어서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매회 매진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한다. 이는 곧 무대 위의 스타성으로 이어지고 충성도 높은 팬심과 직결됐다. 콘서트 흥행 교두보로 티켓 파워에 강점을 갖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팬심이 작동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그는 잇달아 '꽃물' '일소일소 일노일노' '나쁜남자' 등을 히트시키는 저력을 발휘한다. 최근 그는 선배가수 설운도로부터 곡을 받았다. '미안해서 미안해서'는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에 이은 이른바 '설운도 장르'의 핵심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데뷔 13년이 된 저한테는 아마도 가수로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같아요. '설운도 장르'란 표현은 임영웅의 '별나사'를 들으면서 제가 붙인 명칭인데 사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거든요. 코로나 와중에 모든 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멋진 곡을 만나게 돼 너무 기뻐요.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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