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가 3일 4번째 미니 앨범 'ROSES'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앨범 이야기를 나눴다. /그루블린 제공 |
3일 4번째 미니 앨범 'ROSES' 발표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최근 몇 년간 라비의 활동을 보면 한 그룹에만 속해 있기엔 굉장히 자유롭고 거침없다. 2019년 레이블 그루블린을 설립한 것은 마치 마땅히 가야 할 길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지난 2년간 레이블의 내실을 다진 라비는 이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낼 때가 왔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물을 완성했다.
지난 5월 소속 그룹 빅스의 데뷔 9주년을 맞은 라비는 줄곧 큰 기획사 소속이었고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였다. 그렇다고 주어진 것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라비는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200여 곡은 그 과정에서 얻어진 훈장이다. 그루블린 설립과 운영 역시 도전과 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쟁쟁한 아티스트로 라인업을 꾸려가고 있고 삼성동으로 사옥을 확장 이전한 라비는 이젠 제법 회사 운영에 익숙해졌다. 라비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래서 재미있다. 언제든 붙어서 이야기하고 활동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일원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생각에 더 든든하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라비의 생각은 단순하면서 묵직하다. "나부터 플레이어로서 잘 해야 아티스트들에게 든든할 것", "일단 나부터 열심히 하고 잘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3일 발표한 4번째 미니 앨범 'ROSES(로지스)' 역시 그런 스스로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만들었다.
라비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빅스와 빅스LR 그리고 솔로를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들려주고 퍼포먼스를 펼친 그는 이제 다양성보다 뚜렷한 색깔을 보여줄 때라고 판단했다.
"여러가지를 오가면서 보여드리다 보니 안 좋게 말하면 제가 모호한 것 같았어요. 나에게서 연상되는 게 어떤 걸까 스스로도 아쉬움이 있었어요. 다양하게 곡을 쓰다 보니까 멜로디도 다양하게 쓸 수 있지만 좋은 멜로디여도 제가 내뱉었을 때 잘 붙지 않은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엔 다양한 시도 말고 뚜렷한 색깔을 내고 싶었고 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라비는 장르적으로 사운드적으로 본인이 가장 매력적일 수 있는 소리에 집중한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ROSES'는 라비에게 유의미한 전환점이 되는 앨범인 셈이다.
'ROSES'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감각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앨범이다. 라비는 이번 앨범에서도 전곡 작사, 작곡에 이름을 올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역량을 뽐냈으며 원슈타인을 비롯해 제이미, 안병웅, 블랭, 시도(xydo) 등 개성 넘치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사랑이란 소재가 가장 유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고 다른 온도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각 곡을 다양한 꽃 같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제목을 '꽃'으로 하면 경계가 크잖아요. '로지스'는 어감도 매력적이었고 장미가 붉은색, 흑색, 백색 다 있고 가시도 있고 그런 다양한 면이 타이틀로 적합했어요."
라비는 "여러가지를 오가면서 보여드리다 보니 안 좋게 말하면 제가 모호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다양한 시도 말고 뚜렷한 색깔을 내고 싶었고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루블린 제공 |
"음색이 가장 편안하면서 매력적으로 들리 수 있게 제 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녹음을 섬세하게 진행했어요. 또 코러스를 정말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리얼 악기를 많이 써서 질감이 더 두터워졌고요. 말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 특징이라면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인지하면서 들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CARDIGAN(카디건)'(Feat. 원슈타인)은 청량한 기타 사운드와 현란한 베이스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넘치는 곡이다. 멜로디컬한 라비의 짜임새 있는 랩과 원슈타인의 보컬, 고조되는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드롭 파트가 매력적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꽃밭(FLOWER GARDEN)'은 '색들이 가득 찼네 맨땅에서', '네가 들고 찾아온 나의 삶엔', '어느새 봄이 가득하게 묻었다'라는 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는 봄의 생기가 돈다는 감정을 꽃과 꽃밭에 비유했다. 꽃의 여리지만 고귀한 매력과 향기로움을 사랑스럽게 빗대어 표현했다.
이외에도 다이내믹하고 트렌디한 색깔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CHEE$E(치즈)', 제이미(JAMIE)의 센스 있는 멜로디 배리에이션이 감상 포인트인 'RED VELVET(레드 벨벳)', 사랑에 빠진 남자의 솔직한 마음과 다양한 감정선을 재치있게 표현한 'ROSES', 2019년 발표한 '녹는점'의 연장선상에 있는 '어는점' 등 7트랙이 수록됐다.
라비는 화려한 수식어를 써가며 자신의 곡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의도가 듣는 이에게 관통이 되던 안 되던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라비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이제 좀 드러날 것 같다는 그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성적은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중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했을 때 그렇게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가장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걸 하려고요. 대중성 있는 곡이라는 것의 폭이 넓어졌고 제 음악이 제3세계 같은 느낌은 아니니까 잘 하는 걸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라비는 이 앨범 발매로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이 198곡이 됐다. 라비는 "앨범 다 만들고 나서 200곡에 2곡 모자란 걸 알게 됐다", "나중에 200번째 곡을 등록할 때 괜히 의미를 부여하게 될까봐 까먹으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라비가 의식하지 않아도 200곡 째가 등록되는 순간은 올해 안에 올 것이 분명하고 그 숫자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플레이어 라비 말고도 그루블린 레이블의 수장으로서도 올해는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가 생각한 분위기, 환경과 에너지의 집단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루블린은 제가 사람들을 모아서 만든 집단이다 보니 책임감이 크고 그만큼 든든한 존재이고 싶어요. 의지만큼 할 수 있는 실행력과 상황이 주어졌을 때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유연함이 장점이에요. 시스템도 안정화 됐고 이제야 좀 달릴 준비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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