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달라진 극장가, '코로나 추락' 멈췄나?(영상)
입력: 2021.05.31 07:00 / 수정: 2021.05.31 07:00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5월 들어 관객 동원 수가 앞서 1월~4월과 다른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한림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5월 들어 관객 동원 수가 앞서 1월~4월과 다른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한림 기자

'분노의 질주' 깜짝 흥행, 백신 접종률 증가 등으로 반등 기대

[더팩트ㅣ이승우·이한림 기자] '어? 코로나 추락이 멈췄나?'

썰렁하던 극장가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이하 '분노의 질주')의 깜짝 흥행이 만든 변화다. '분노의 질주'는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 섰고 25일 기준 126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역대 외화 중 개봉 5일 째에 1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가 2019년 11월 개봉했던 '겨울왕국2'임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초반 흥행 성적이다.

어린이날 특수로 바닥을 확인한 후 '분노의 질주'로 반등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5일 국내 전국 일일 관객 수는 32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였던 10월 3일(38만9000여 명) 이후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긴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된 부분이 없음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분노의 질주'가 개봉되기 전인 4월에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4월 누적 관객 수는 256만2143명으로 같은 1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해 4월(97만2572명)보다 크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관객들의 발길을 움직이는 요소로 작용해 향후 제작 및 배급사의 불안감을 덜어 낼 가능성 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25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은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관객들이 상영관이 위치한 2층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극장 내에서는 음식 취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 시간을 기다리면서 테이블에 앉아 마스크를 쓰고 팝콘을 먹고 있는 관객들도 있었고, 깜짝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분노의 질주' 16시 30분 영화는 잔여석 '9석'을 알리는 매진 임박 빨간불이 들어와 있기도 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분노의 질주'의 관객 성향을 분석해보면 관객 10명 중 3명이 코로나19 시기에 극장을 찾지 않았던 관객이다. 이는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기 시작했다는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만약 '분노의 질주'가 250만 명에서 300만 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한다면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던 한국 영화 기대작들의 개봉 일자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달까지는 상상을 할 수 없던 변화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5900만 명, 전국 극장의 매출은 5104억 원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보다 모두 7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런 결과는 영화 산업 유통 플랫폼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투자사들은 영화 제작에 대한 투자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배급사들은 영화 개봉일을 미뤘다.

특히 상영할 영화 수가 급격히 줄어든 극장사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영화관에서 뮤지컬 연극 공연을 하거나 세미나 강연, e스포츠 경기 중계, 대화면 콘텐츠 사업 등을 통한 공간 활용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극장 안에서 취식마저 금지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일부 지점 운영을 중단하거나 아예 폐쇄된 극장도 속출했다. 콘텐츠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 이슈를 몰았던 '미나리'(3월 3일 개봉)는 개봉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누적 관객 수 112만 명에 그쳤다. 올해 누적 관객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1월 27일 개봉)도 여전히 상영관에 걸려 있지만 누적 관객 수는 224만 명에 불과하다. 극장가 침체가 단지 콘텐츠 부족으로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만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관객 수 및 매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2019년 3.22회에서 2020년 1.15회로 감소했다. 제작을 마치고 개봉일을 저울질 하던 영화들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 회장은 "지금처럼 영화사업을 방치하면 제 2의 기생충 제 2의 윤여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계가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매년 티켓값의 3%를 거둬 조성한 돈인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해서라도 위기에 놓인 영화관업계를 살려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은 극장가가 연이은 할리우드 대작 개봉으로 분주하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 관람객은 영화관에선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 몰입감이 높다고 했다. / 이승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은 극장가가 연이은 할리우드 대작 개봉으로 분주하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 관람객은 "영화관에선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 몰입감이 높다"고 했다. / 이승우 기자

◆ '1~4월과 다른' 5월 극장가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

요즘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관객을 만나 코로나19 여파에도 극장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극장을 자주 찾는 관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분노의 질주'는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한 관객은 "'분노의 질주'가 개봉해서"라고 응답하기도 했으며, '분노의 질주'를 계기로 향후 영화관이 활기를 찾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그럴 것 같다"는 대답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날 만난 관객 10명 중 8명은 '분노의 질주'를 보러 왔다고 답했다.

반면 '분노의 질주' 열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는 관객도 있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러 왔다는 한 관객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분위기도 아닌 이 시점에 배급사들이 많은 영화를 개봉하진 않을 것 같다. 지금도 한국 영화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 않냐. 아직은 눈치를 보는 단계일 뿐 당장 영화관이 활기를 찾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귀멸의 칼날'을 보러왔다는 한 젊은 커플은 "극장을 자주 찾긴 하는데 예전보다 극장을 찾은 관객이 늘어나 보이긴 하다. '분노의 질주' 개봉 때문에 늘어났을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개선될 지도 모르고 활기를 찾았다던가 딱히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5월 극장가가 이번 깜짝 흥행을 계기로 곧바로 '질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시각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극장가는 이번 '분노의 질주' 흥행 성적을 계기로 반등의 고삐를 바짝 당길 모양새다. 26일 디즈니 '크루엘라' 개봉에 이어 6월 3일 '컨저링3' 6월 16일 '콰이어트 플레이스2' 등 7월 3일 '블랙위도우'가 개봉되기 전까지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대작 외화들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영화관업계는 올해 관객 동원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 '분노의 질주'였다면 하반기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블랙 위도우'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이 한국 영화를 개봉할 때 대작 외화의 개봉 시기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특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외화 '알라딘'과 한국 영화 '기생충'의 '쌍천만'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등 작품을 낼 때마다 국내 극장가를 장악했던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9월 개봉 예정), 한국 배우 마동석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11월 개봉 예정),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12월 개봉 예정) 등도 개봉 대기 중이다. 외화 대작에 대한 관객들의 시선이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찾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극장가 긍정적인 신호는 흥행 대작 개봉, 백신 접종률 증가

물론 여기엔 전제돼야 할 부분이 있다. 국내 극장가를 휩쓴 불황의 악재가 해소되려면 극장가에서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역 안전성 사례들이 좀더 부각돼야 한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CGV 커뮤니케이션팀 황재영 팀장은 극장가 방역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더라도 극장가에선 지난 16개월 동안 아직까지 전염 사례가 전혀 없는 만큼 방역 수칙만 잘 준수한다면 극장 내 감염 사례는 우려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온 이유가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됐기 때문에, 감염에 비교적 취약할 수 있는 극장가를 향한 시선이 바뀌려면 결국 감염의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동시에 관객수가 늘어나는 좋은 징조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고, 흥행 대작 들이 개봉을 대기하고 있는 점은 극장가 반등의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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