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서지오는 시원한 창법과 화려한 외모가 매력이다. 특유의 파워풀한 보컬이 대중적 사랑을 받는 원동력이다. /토마토엔터테인먼트 제공 |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미스터트롯' 김희재와 만난 '이모 조카' 특별한 인연
[더팩트|강일홍 기자] 트로트 가수 서지오는 시원한 창법과 화려한 외모가 매력이다. 특유의 파워풀한 보컬이 대중적 사랑을 받는 원동력이다. 부산여대 무용과 재학 중 부산 MBC 신인가요제(90년 금상수상)를 거쳐 강변가요제(91년 입상)에서 진가를 발휘, 가요계로 진출했다.
1993년 댄스 록 버전의 데뷔곡 '홀로서기'로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이듬해 결혼과 함께 가수 활동을 접었다. 7년의 긴 공백 끝에 2000년 '어디 갔을까'로 복귀했다. 서지오는 가수 방미가 불렀던 이 곡을 세미트로트 풍으로 리메이크해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트로트로 전향하긴 했지만 느린 정통 트로트보다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택했어요. 당시 분위기나 트렌드로는 좀 낯설었죠. 이 때문에 '돌리도' 히트까지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데 긴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 다른 트로트 가수들과 좀 다른 저 나름의 색깔을 갖게 된 것같아요."
2011년 발표한 '돌리도'는 무려 10년 가까이 큰 사랑을 받으며 서지오의 인생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빠르게 흡수되는 쉬운 가사, 신나는 율동과 함께 섹시한 '골반안무' 등이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토마토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1년 발표한 '돌리도'(박현진 작곡, 임휘 작사)는 그의 인생곡이 됐고, 무려 10년 가까이 큰 사랑을 받았다. 빠르게 흡수되는 쉬운 가사, 신나는 율동과 함께 섹시한 '골반안무' 등이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서지오는 "저한테는 가수로서 이정표를 만들어준 곡"이라고 말했다.
'잘해 잘해 잘해 바라볼 때 잘해 너만 바라볼 때 잘해 잘해 잘해/ 있을 때 잘해 옆에 있을 때 돌리도 돌리도 내사랑 돌리도/ 첫눈에 뿅갔다고 나없이는 못산다고 죽자 살자 매달린 요놈의 사랑아/ 당신 사랑 깊이를 자로자로 재보니 일미터도 못되더라'(서지오 '돌리도' 1절)
다만 처음엔 '첫눈에 뿅갔다고 나없이는 못산다고 죽자살자 매달린 요놈의 사랑아' 등 가사 표현 때문에 속상했다고 한다. 평소 조용하고 진지한 편인 자신의 성격이나 평소 스타일과 달리 경박했다. 리듬이 빠르고 신나는건 좋지만, 그의 기준에는 세련되지 않고 멋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작곡가 박현진이 '대중가수가 진정 히트곡을 내고 싶다면 곡의 수준이나 개인 취향이 아니라 대중이 받아들일 노래를 불러야한다'고 충고했고, 그는 모험하듯 굳은 각오로 이 곡에 매달렸다. 그는 "지나고보니 대중 팬들의 기준으로 노래를 부르는게 답이더라"고 말했다.
대중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는 안무도 직접 만들었다. 무용과 출신답게 일부러 '골반안무'나 양손 비비기 제스처 등으로 섹시 포인트를 극대화했다. 이는 곡 히트로 이어지는 비결이 됐다. 그는 "가사내용과는 크게 닮지 않았어도 뭔가 색다른 포인트로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지오는 최근 신곡 '남이가'를 내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지나고보니 대중 팬들의 기준으로 노래를 부르는게 답이더라"고 말했다. /토마토엔터테인넌트 제공 |
'돌리도'는 트롯 라이징스타 김희재가 '미스터트롯'에서 예선곡으로 불러 역주행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노래를 부른 인연에 그치지 않고 어려서부터 '이모 조카' 같은 사이로 지낸 사연도 밝혀졌다. 실제 결승 전 당시에는 김희재 엄마와 서지오가 나란히 방청석에서 지켜봐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희재가 12살 때 지역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출전한 일이 있어요. 당시 제 곡 '아카시아'를 부른게 인연이 됐는데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닐만큼 돈독하게 지냈어요. 희재는 제가 신곡을 내면 가장 먼저 따라부르고 주변에 전파할 정도로 열성팬이었어요. 희재가 '미스터트롯'에 출전해 제 노래를 예선곡으로 부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고요."
이 때문에 김희재는 이모인 서지오의 영향을 받아 같은 트로트라도 빠르고 신나는 곡에 익숙하다. 일찌감치 아이돌 기획사 연습생으로 활동하며 춤 실력을 키웠고, 덕분에 '미스터트롯'에 출전한 뒤엔 TOP6 중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율동이 가능한 장르 불문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오랜만에 신곡 '남이가'를 내고 최근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서지오는 '돌리도'를 잘 부를 수 있는 팁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결은 따로 없다. 음정, 박자가 기본적으로 맞으면 무난하다. 다만 몸치보다는 율동에 자신이 있고 흥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절로 익숙해질 노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때 '전국노래자랑' 최다 출연곡으로 선정될 만큼 대중성도 큰 편이다. 트로트 오디션 붐이 인 뒤 도전자들의 단골 레퍼토리 곡이 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김희재 외에도 '보이스퀸'에서 배우 문희경이 불러 반향을 일으켰고, '트로트민족'과 '보이스킹'에서도 선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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