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이너②] "박탈감 NO"…최승윤 작가가 말하는 미술계
입력: 2021.05.27 05:00 / 수정: 2021.05.27 05:00
가수 구준엽과 배우 하정우 하지원이 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에 참여해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 레이빌리지 제공
가수 구준엽과 배우 하정우 하지원이 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에 참여해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 레이빌리지 제공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예술적 감각을 뽐내는 연예인 작가를 두고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라는 명칭도 생겼다. 이들은 단순한 취미 생활에서 미술 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만 논쟁의 주제로도 끊임없이 소환됐다. 연예인 작가가 기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들의 작품과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아트테이너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시선을 세 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주>

거품·확대 해석 없는 이유, 작품 평가-가격 모두 '시장 논리'

[더팩트ㅣ원세나·김샛별 기자] 일부 누리꾼들은 많은 미술 작가들이 아트테이너들로 인해 박탈감과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연예인의 미술계 등단을 바라보는 기존 작가들의 실제 반응은 어떨까.

<더팩트>는 서울 은평구의 개인 작업실에서 서양화가 최승윤을 만나 아트테이너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아트테이너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점과 잘못된 오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승윤 작가는 상대적 박탈감·미술 시장 파이 뺏기·과대평가 등 앞서 제기된 아트테이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실제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먼저 미술 시장의 파이에 대해 "연예인 작가가 아무리 많아진다고 한들 파이가 좁아지거나 작가들이 위협을 느끼는 일은 전혀 없다"며 "방송계는 가수가 연기도 할 경우 작품이 줄기 때문에 배우의 파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미술 시장은 자유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작가가 수천 명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기에 파이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연예인 작가들이 인지도를 통해 조금 더 알려질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으면서까지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기존 작가들이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낄 일도 없다는 견해다. 최 작가는 "작가들은 자기 작품 세계에 대한 탐구를 했으면 했지, 연예인들이 파이를 뺏어가는 것은커녕 미술계를 교란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트테이너들이 실제 실력보다 과대평가 받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미술은 기준이 없다. 작품 하나에도 굉장히 많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명쾌한 해석이나 가격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평론가나 전문가가 정하는 가격이 그 그림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미술계에서 평론가나 전문가는 작품의 가격을 잘 알지도 못하며 책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마치 '진품명품'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미술은 정말 완전한 시장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 연예인의 그림이 몇천만 원에 팔렸다고 하면 말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한두 번 크게 팔리는 게 아니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파느냐예요. 내가 30점의 그림을 그렸을 때, 매번 몇천만 원에 팔린다는 보장은 없어요. 때문에 한 번의 가격으로 확대 해석하는 건 지양해야 해요."

최승윤 작가가 개인 작업실에서 <더팩트>와 만나 아트테이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승윤 작가 작업실, 작품
최승윤 작가가 개인 작업실에서 <더팩트>와 만나 아트테이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승윤 작가 작업실, 작품

최승윤 작가는 지금 당장 연예인의 그림이 몇천만 원에 거래됐다고 해서 '거품'을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중은 영리하다. 짧은 시간 혹하거나 유행에 따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좋은 작품이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은 1000만 영화가 있고 아닌 영화가 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후, 명작의 반열에는 1000만 영화가 무조건 오르는 것이 아닌 정말 좋은 영화들이 오른다. 미술 작품도 같다. 시간이 지난 후 시장의 논리와 사람들의 판단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판단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연예인 작품의 가격은 거품이라는 일부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우선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미술 작품 가격 책정 방법부터 바로잡았다. 그는 "미술품의 가격은 제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먼저 제시한 일정 금액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내놓을 때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먼저 정해둔다. 그림을 본 사람이 이 금액을 납득한다면 팔리는 것이고, 모두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 안 팔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작품의 판매 금액만 보고 미술계에서도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사는 사람의 선택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판에 대한 소신도 드러냈다. 연예인 작가에게만 엄격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가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사실 비판하려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 나를 비롯해 미대 교수나 전문가들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세상 모든 걸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비판적인 시각 아닌가. 사람은 중간이 없다. 비판을 허용하면 약간이 아닌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꼭 비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이유가 아닌 이상 관심이 없다면 안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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