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서인국X이수혁 '파이프라인', 그 엉성한 카니발
입력: 2021.05.22 00:00 / 수정: 2021.05.22 00:00
파이프라인이 오는 26일 개봉한다. 작품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도유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유 범죄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파이프라인'이 오는 26일 개봉한다. 작품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도유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유 범죄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말죽거리 잔혹사' 유하 감독의 도유 범죄물 어떨까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소재의 신선함, 경쾌한 리듬감, 차진 대사, 배우들의 열연까지 각자가 가진 에너지는 넘친다. 잘 조화를 이뤘다면 수작이 됐겠지만 아귀가 맞지 않는다. 석유가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위태로운 '파이프라인'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도유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 '강남 1970' 등 다수 액션 누아르 흥행작을 탄생시켜온 유하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도유 업계 최고의 천공 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 분)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대로 판을 벌여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려 크게 '한탕'하자는 것. 핀돌이는 제안을 수락하고 후미진 호텔로 향한다. 그곳에서 실력보다 '말발'이 먼저인 용접 기술자 접새(음문석 분), 땅속 지리에 빠삭한 나과장(유승목 분),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분)을 만나 한 팀이 된다.

서인국 이수혁 유승목 음문석 태항호 배다빈(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도유 범죄자로 변신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서인국 이수혁 유승목 음문석 태항호 배다빈(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도유 범죄자로 변신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들은 호텔 카운터(배다빈 분)의 감시 아래 인근의 송유관으로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작업은 위험천만하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경찰의 단속도 신경 써야 한다. 접새는 틈만 나면 멤버들을 배신할 궁리다. 땅굴 작업이 늦어지는 사이 건우는 총을 들고 멤버들을 향해 "빨리 작업을 끝내야 한다"며 숨겨왔던 이빨을 드러낸다.

그동안 유하 감독이 선보여온 작품들과 결이 다소 다르다. 선 굵은 카리스마 누아르가 아니라 발칙한 코미디를 택했다. 악역은 품에 숨겨둔 칼을 꺼내는 대신 커다란 엽총을 들고 당당하게 등장한다. 주인공이 분노와 함께 휘두르는 주먹도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다. 대놓고 캐릭터를 '루저'로 설정해 독특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서인국(위쪽) 이수혁의 시너지 하나 만큼은 합격점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서인국(위쪽) 이수혁의 시너지 하나 만큼은 합격점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하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사실 그렇게 새롭지만도 않다. 모두 여느 범죄 영화에서 봤을법한 설정의 인물들이다. 여기에 쓰임새가 묘한 여성 캐릭터도 하나 추가했으니 진부하기까지 하다. 도유 범죄의 선선함 역시 잠시다. 도유는 작은 장치일 뿐 결국 일확천금을 꿈꾸는 각양각색 범죄자들의 '좌충우돌 팀플레이'에 기댄다. 그래서 결국 타 범죄오락영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유하 감독은 '파이프라인'을 "비루한 루저들의 액션 '카니발'"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카니발'은 유머와 무질서로 가득한 축제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 광기 하나만으로 한반도를 전복시킬 범죄를 계획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도 영화가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던 서인국 이수혁의 세 번째 연기 호흡 하나만큼은 합격점이다. 한 프레임에 잡힐 때 신비로운 아우라가 넘실거린다는 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보여준다.

'파이프라인'의 관람등급은 15세, 러닝타임은 10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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