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비당신', 우리의 '청춘'을 담기까지
입력: 2021.05.07 05:00 / 수정: 2021.05.07 05:00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극 중 배경이 되는 2003년을 그대로 재현한 소품과 장소로 아날로그 감성 로맨스를 그리며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극 중 배경이 되는 2003년을 그대로 재현한 소품과 장소로 아날로그 감성 로맨스를 그리며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현실감 넘치는 세트장·직접 쓴 손편지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길가 곳곳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 화면이 돌아가는 '가로본능' 핸드폰, 헌책방과 LP판. 영원하지 않아서 더 그리운 그때 그 시절을 스크린에 담은 한 영화는 관객들의 청춘을 소환시킨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 이하 '비당신')는 감성과 위로를 전하며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작품은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 분),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라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각자 서울과 부산에서 편지로 소통하며 무채색이었던 일상을 설렘과 위로로 물들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영화는 각 인물이 겪는 청춘의 성장통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를 나타내는 장치들을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극의 배경이 되는 2003년과 2011년을 그대로 재현한 소품과 장소부터 손편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한 세밀한 연출 등 무엇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 속 숨은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극 중 강하늘과 천우희는 손편지를 작성하며 극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극 중 강하늘과 천우희는 손편지를 작성하며 극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 강하늘X천우희의 진심 어린 손편지

첫 번째로 손편지에 담긴 비밀이다. 극 중 강하늘은 천우희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직접 작성했다. 그는 편지를 쓰면서 영화에 나오는 감성을 이해했고,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천우희는 편지를 쓰는 장면을 위해 영상을 보면서 손글씨 연습을 했다. 하지만 조진모 감독이 전문가분을 섭외해 천우희가쓴 편지는 영화에 담기지 않았다. 비록 강하늘이 쓴 편지만이 영화에 담겨 아쉬움이 남지만 이 비하인드 이야기는 영화에서 편지가 얼마나 중요한 매개체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또 두 사람이 각각 영호와 소희에 동화되기 위한 노력은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작품 속 공방과 헌책방은 현실감을 살리면서 각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낸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작품 속 공방과 헌책방은 현실감을 살리면서 각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낸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 그때 그 추억의 장소, 공방과 헌책방

작품 속 영호 아버지의 오래된 가죽 공방은 실제 사진관으로 운영되던 곳을 탈바꿈한 것이다. 손때 묻은 작업 도구와 손수 만든 공예품들 거기에 더해진 빛바랜 색감은 아버지의 오랜 시간과 장인정신을 담아냈다. 공방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려는 영호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김현옥 미술감독은 리얼리티를 유지하면서 각 캐릭터의 정서적인 느낌을 투영해 세트장을 완성했다.

소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헌책방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세트장이다. 천우희는 세트장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헌책 특유의 냄새와 오래된 LP판, 카세트테이프로 진짜 헌책방 같은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비당신의 결말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비당신'의 결말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 감독과 두 배우가 말하는 결말

세 번째는 결말이다. 조진모 감독은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고에는 두 배우의 대면 장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목처럼 당신의 이야기이자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조 감독은 두 주인공의 대면 장면을 지웠다. 극 중 인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보다 관객들의 이야기가 함께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강하늘은 감독에게 열린 결말을 요청했다. 이 결말이 '비당신' 톤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장애물을 넘어 두 주인공이 만나는 것이 감동적일 수 있지만 열린 결말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천우희는 배우로서 또 관객으로서 열린 결말에 관해 장단점이 뚜렷했다. 그렇지만 결국 열린 결말로서 에필로그가 확실하게 살아난다는 장점에 더 이끌렸다.

헌책방 속 천우희와 잡지 서점 속 천우희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헌책방 속 천우희와 잡지 서점 속 천우희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 색감에 담긴 감독의 숨겨진 의도

'비당신'은 2003년과 2011년을 배경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연도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영화의 톤을 다르게 설정한다. 그렇지만 '비당신'은 같은 톤을 부여하며 차별점을 뒀다.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가 어느 한 시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색감도 마찬가지다. 헌책방은 어머니를 상징하는 우드톤에 소희의 따뜻한 색감을 더해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임을 나타냈다. 이후 소희가 홀로서기에 나선 잡지 서점은 오렌지나 레드 등 선명해진 색감에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했다. 헌책방에서는 소희의 색깔이 흐릿했다면 자신의 공간이 생긴 소희의 색은 선명해졌다. 이는 영호의 편지로 용기를 얻은 그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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