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인생곡⑯] 윤수현 '천태만상', '역주행 신화' 쓴 커버송 원조
입력: 2021.05.06 07:22 / 수정: 2021.05.06 09:17
가수 윤수현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가수 윤수현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더팩트 사옥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소속사 해체로 '쓴맛', 데뷔곡 대박 히트로 고진감래 '단맛'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윤수현은 데뷔하자마자 소속사가 공중분해되는 '악운'의 주인공이었다. 2014년 연습생으로 출발해 첫 정규 음반을 내고 막 발돋움하려는 찰나 좌절했다. 당시 최고의 장윤정, 박현빈 등이 포진한 최고의 트로트 가요기획사였던 소속사 인우기획은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폐업했다.

소속사 지원이 끊긴 그는 1년 넘게 방송활동을 못했다. 하지만 이 공백기간에 지방 행사무대에서 반응을 얻은 건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됐다. 데뷔 음반에 실린 '천태만상'은 약 2년 뒤인 2015년 하반기부터 반응을 얻으며 불어 불과 1년만에 히트대열에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었고, 고진감래의 결과를 만든 셈이다.

"신나고 재밌는 트로트 랩이에요. 매력은 바로 디퍼런스(차별화)라고 생각해요. 한데 기존 트로트와 다른 독특한 장르여서 그런지 처음엔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어요. 방송 관계자들도 '무슨 노래가 이러냐'며 경시하기도 했고요. 결국 점잖은 트로트보다는 색다르고 독특해야 먹혀들거란 전략이 맞아떨어진 거죠."

이 곡은 다양한 형태의 방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각종 패러디와 커버송, 초중고생들까지 도전하는 챌린지곡으로 부상했다. 트로트 오디션이 도래하기 이전에 이미 학교 장기자랑에서 10대 마니아층이 경쟁적으로 찍어올리면서 '밈'을 주도했다. 짧은 기간 유튜브 등 SNS 입소문을 타게 된 비결이다.

밈(MEME)은 모태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문화 정보의 단위로, 모방을 통해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증식하는 다양한 문화적인 요소를 일컫는다. 윤수현의 인생곡으로 자리매김한 '천태만상'은 이른바 '천태만상 밈'을 이끈 '인싸곡'이자 트로트 커버송의 시초가 곡이기도 하다.

천태만상은 이른바 천태만상 밈을 이끈 인싸곡이자 트로트 커버송의 시초가 곡이기도 하다. 왼쪽은 윤수현의 또다른 곡 사치기 사치기를 함께 부른 선배가수 남진. /더팩트 DB
'천태만상'은 이른바 '천태만상 밈'을 이끈 '인싸곡'이자 트로트 커버송의 시초가 곡이기도 하다. 왼쪽은 윤수현의 또다른 곡 '사치기 사치기'를 함께 부른 선배가수 남진. /더팩트 DB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있나/ 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 범인잡는 형사 계룡산에 부채도사/ 연구한다 박사 운전한다 기사 트럭 택시 기차 전차 버스 봉고 도저 기중기/ 요리한다 요리사 소개한다 중계사 파마한다 미용사 간호한다 간호사/ 얼럴러리여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있나'(윤수현 '천태만상' 1절)

말그대로 세상사 사는 법을 갖가지 직업에 빗대 묘사한 곡이다. 랩 스타일의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흥겹다. 판검사부터 술장수 과일장수 목수 포수 요리사 간호사 운동선수 스님 의사 목사 군인 경비원 공무원 회사원 파출부 백수 등 직업의 종류를 나열한 가삿말에도 호기심을 준다. 이 곡은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 수 총 3000만 건을 넘었다. 한 중학생이 길거리 노래방에서 커버한 단일 영상만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로트 거장 남진과 듀엣곡으로 부른 '사치기 사치기'와 그의 스페셜 앨범곡 '꽃길'까지 포함하면 조회수만으로 트로트 오디션 출신 라이징스타들을 능가한다.

윤수현은 끼가 충만한 가수다. 최근 자신의 첫 예능프로 출연무대가 된 MBC '라디오스타'를 휘어잡으며 이를 입증했다. 함께 출연한 트로트 거장 남진한테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당시 윤수현의 거침없는 입담 실력에 MC 윤종신은 "라디오스타 막판에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났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윤수현은 대학 2학년 때인 2007년 대학생트로트가요제에 응모했다. 어머니 김혜순 씨의 적극적 권유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당히 대상을 받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엔 '전국노래자랑' 의정부 편에 도전했다. 가수 오은주의 '사랑의 포로'를 맛깔스럽게 불러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학에서 보건학을 전공한 뒤 차병원에 근무하다 연예계로 방향을 틀었다. 방송 아나운서직에도 도전했다. 입사 지원서를 내고 종편채널 60초 영상테스트까지 합격한 상태였는데 가수를 선택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갈등을 겪을 것 같아 포기했다. 그는 "이것저것 욕심은 많았어도 내 천직은 가수"라면서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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