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전설'이 된 나의 인생곡⑮] 한혜진 '갈색 추억', 색깔이 강렬한 가수
입력: 2021.04.30 07:46 / 수정: 2021.04.30 07:46
감정을 절제하고 불러야 노래맛을 낼 수 있다. 한혜진은 색깔이 강렬한 가수다. 1985년 KBS 공채 11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담근 지 2년 만에 가수로 진로를 바꿨다. /이새롬 기자
"감정을 절제하고 불러야 노래맛을 낼 수 있다." 한혜진은 색깔이 강렬한 가수다. 1985년 KBS 공채 11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담근 지 2년 만에 가수로 진로를 바꿨다. /이새롬 기자

인생곡 '갈색추억', 14개월 간 KBS2 '가요톱텐' 순위권 장악

[더팩트|강일홍 기자] 한혜진은 색깔이 강렬한 가수다. 정통 연기파 배우 출신답게 데뷔 이후 '파격'이라 할만큼 현란한 무대 패션으로 자주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85년 KBS 공채 11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담근 지 2년 만에 가수로 진로를 바꿨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꿔본 일이 한번도 없었어요. 방송사 전속탤런트로 데뷔한 뒤에도 오직 연기자로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했어요. 여러가지 역할을 맡다보면 여배우들도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고 오토바이를 타면 꽤 폼이 나 보였어요. 비슷한 이유로 악기 연주를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한혜진은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가 연습삼아 '그냥 한번 불러보는' 즉석 노래 테스트에서 음악적 소질을 발견했다. 연기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돌연 가수로 전업한 계기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힘들게 탤런트 공채에 입문한 갓 신인이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가요계로 진로를 바꾼다는 건 모험이었다.

당시 인기를 누리던 싱어송라이터 전영록의 곡 '가슴 아픈 말하지마'를 받았다. 공채 탤런트의 이름값을 버릴 수 없어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가수로서 존재감이 조금씩 알려진 건 KBS 악단장이었던 김인배 작사 작곡의 '사랑의 뭐길래'를 만나면서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어찌보면 그분이 가수로서 저의 장점을 발견하신 셈이에요. 당시에도 이미 문주란 계은숙 장은숙 이은하 선배들 같은 허스키 목소리를 가진 유명 가수들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김 단장님은 저만의 색깔이 있다고 칭찬하셨고, 얼마 후 직접 작곡한 '사랑이 뭐길래'를 주셨어요."

이 노래로 한혜진은 불과 1년만에 탤런트가 아닌 가수로 인정받는 위치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2년 후 발매된 신곡 '갈색추억'과 함께 쌍끌이 히트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사실상 '사랑이 뭐길래'가 발돋움을 위한 자양분이었어요. 덕분에 '갈색추억'은 무려 14개월 동안 KBS2 '가요톱텐' 순위권을 지키는 대성공을 거둔다.

"어찌보면 '사랑이 뭐길래'가 저를 지탱한 밑거름이었는데 저는 '갈색추억'을 인생곡으로 꼽아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제 허스키 보이스에도 잘 어울리는 곡이거든요. 계은숙 장은숙 선배님은 달콤하고 부러운데 저는 카랑카랑하고 거친 소리예요. 대신 더 파워풀하고 강렬하다는 평가도 있어요."

한혜진은 93년 정풍송이 작곡한 갈색추억 히트를 기점으로 서울의 밤 너는 내 남자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가요계를 관통하는 이른바 색깔있는 트로트 여가수로 등극한다. /더팩트 DB
한혜진은 93년 정풍송이 작곡한 '갈색추억' 히트를 기점으로 '서울의 밤' '너는 내 남자'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가요계를 관통하는 이른바 '색깔있는 트로트 여가수'로 등극한다. /더팩트 DB

'희미한 갈색 등불 아래 싸늘히 식어가는 커피잔/ 사람들은 모두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은 찻집/ 아무런 약속도 없는데 그 사람 올리도 없는데/ 나도 몰래 또 다시 찾아온 지난날 추억속의 찻집/ 우리는 나란히 커피를 마시며 뜨거운 가슴 나누었는데/음악에 취해서 사랑에 취해서 끝없이 행복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대는 떠나고 갈색등불 빛만 남아/ 외로운 찻잔에 싸늘한 찻잔에 희미한 갈색 추억'(한혜진의 '갈색추억' 1절)

어떻게 불러야 제 맛을 낼 수 있을까. 한혜진은 이렇게 팁을 줬다. "누구나 잊지 못할 사랑은 있잖아요. 가슴 가득한 그 추억을 아련하게 되새기다보면 절로 감정이 싹트죠. 한데 노래만큼은 감정을 절제하고 툭툭 던지듯이 불러야 해요. 그래야 더 가슴 저린 그리움의 느낌을 낼 수 있거든요."

93년 정풍송이 작곡한 '갈색추억'은 발매 후 무려 4년 3개월간 긴 시간 인기를 누렸다. 이 곡에 밀려 활동 기간이 짧아 아쉬움을 남겼던 '사랑이 뭐길래' 역시 재조명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 이를 기점으로 '서울의 밤' '너는 내 남자'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명실공히 '색깔있는 트로트 여가수'로 등극한다.

그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을 주는 '갈색 추억'을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이내 분위기를 180도 바꾼 빠른 댄스곡 '너는 내 남자'로 파워 넘치는 무대를 이끌어 대중을 사로잡았다. '파격'이란 단어가 적절할 만큼 노래는 물론 다양한 패션 스타일로도 1990년대 당시 가요계 트렌드를 바꿨다.

경주 출신인 한혜진은 연기자 데뷔 후 드라마 '산유화' '형사25시' '욕망의 문' '드라마게임' 등에 출연했다. 신인 시절 사투리 억양이 교정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가수 길이 결코 쉬울 리 없었지만 굳은 의지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한번도 노래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수가 된 것도 다 팔자소관"이라고 말했다.

eel@tf.co.kr[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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