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신' 천우희, 손편지에 꾹꾹 눌러 담은 진심 [TF인터뷰]
입력: 2021.05.02 00:00 / 수정: 2021.05.02 00:00
천우희가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그는 아픈 언니를 간호하고 어머니의 일을 돕는 소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가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그는 아픈 언니를 간호하고 어머니의 일을 돕는 소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마음 편안해지는 작품…보고 추억 느껴주길"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그동안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였던 천우희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지금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임진주로 연기 변신을 했다. 이번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소희는 그 변신의 연장선이다. 조금 더 포근하고 따뜻하지만 그 누구보다 현실에 치여 사는 청춘의 얼굴이다.

천우희는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이하 '비당신')에서 소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소희는 엄마가 운영하는 헌책방을 일을 도우며 주인들에게 버려진 물건들을 매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손때 가득한 LP를 천 원에 넘기고 애써 쿨한척 돌아서는 손님을 붙잡아 웃돈을 얹어주는 사려 깊은 소희에게 천우희는 묘한 끌림을 느꼈다.

"소희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포근함과 따뜻함 그리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리액션이나 액션을 할 때 최대한 간소화하려고 노력했죠.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가 선이 굵어서 그런지 대비가 더 큰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연기라는 게 결국 저로부터 시작하는 거라 모든 캐릭터가 다 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연기를 했는데, 하다 보니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확장해서 보여주는 거였죠."

극 중 천우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보내며 지친 일상 속 위로를 받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극 중 천우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보내며 지친 일상 속 위로를 받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작품은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소희에게 영호의 편지는 반복되는 일상 속 위로와도 같다. 그래서인지 소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툭 터놓고 싶을 때 편지를 써 내려간다. 편지가 삶을 지탱해주는 큰 버팀목임에도 그는 영호에게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라는 규칙을 내건다.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한 두 캐릭터의 감정선 때문에 천우희의 연기도 이전보다 더 촘촘해져야 했다.

"영호는 편지로 설렜다면 소희는 위로가 더 컸다고 생각해요. 소희가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 거죠. 이 둘의 감정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청춘이라고 무조건 생기가 돋기보다 조금 더 절제하고 간소화했던 거 같아요."

영호는 자신이 어린 시절 친구 소연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답장을 보내는 주인공은 아픈 언니 소연을 대신 펜을 잡은 소희다. 소희는 하늘을 향해 올려다봐야만 글자가 보이도록 편지를 쓴다. 감성적이게 만드는 장면이지만 한편으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영화를 위해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던 그는 관객들 모두가 궁금해했던 이 이유를 짚어내기도 했다.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인 거죠. 저를 감추는 것과 동시에 저의 이야기를 툭툭 써 내려갈 수밖에 없게끔 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편지에 자신의 이름을 실수로 적다가 지우는 장면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편지로 인해 소희가 변화한 면도 있다고 느꼈어요."

천우희는 비당신 같은 느린 호흡의 영화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전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는 '비당신' 같은 느린 호흡의 영화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전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각자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편지는 연결고리이자 위로가 된다. 이렇게 정체를 숨기고 편지로만 소통하는 두 사람인 만큼 소희가 영호와 대면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랐다.

"설정 자체가 편지였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부분이 한편으로는 좋았어요.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해소하는 부분들이 어렵지 않았어요. 편지로 교감을 하고 위로도 받지만 제가 제 이야기를 그냥 툭툭 뱉는 느낌이었어요."

강렬한 액션과 혈흔이 낭자하는 누아르,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무장한 SF,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작품 등 흥행이 쉽게 예견되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비당신'은 이 흥행 공식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아날로그, 청춘, 로맨스라는 키워드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천우희는 이 울림과 더불어 작품의 배경이 되는 2003년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느린 호흡의 영화가 마음이 편안해져요. 한 번 정도 이런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2003년을 배경으로 하니까 그 아날로그 감성이랑 더 잘 맞아떨어져요. 답답하거나 느리다는 생각보다는 잔잔하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 영호의 이야기는 처음 봤는데 영호의 쌓여가는 감정과 소희의 감정이 점점 더 스며들어서 시나리오보다 더 뭉클했어요. 극적인 감정이 터지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영화를 따라갈수록 가슴 속 울림이 나온 작품이에요"

천우희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옛 시절을 추억하고, 주인공들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옛 시절을 추억하고, 주인공들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는 관객들을 직접 만나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몹시 아쉬워했다. 코로나19에 처음 개봉하는 영화인 만큼 비대면 홍보방식도 매우 낯설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비당신'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음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옛 시절을 추억해주시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또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는 것도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영호나 수진에게 저를 대입시켜봤어요. 주인공이 나랑 닮았나 생각도 들고요. 관객들이 자기에게 맞닿아있는 면을 찾아가면서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 부분을 공감하다 보면 본인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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