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손글씨 빼곡한 청춘 페이지 [TF씨네리뷰]
입력: 2021.04.26 05:00 / 수정: 2021.04.26 05:00
강하늘(왼쪽) 천우희 주연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28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강하늘(왼쪽) 천우희 주연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28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강하늘X천우희의 아날로그·청춘 로맨스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이건 기다림에 관한 영화다" 한 줄의 대사가 모든 걸 설명한다. 누구에게나 기다림의 순간이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결과일지 모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오롯이 그 기다림을 담아낸 기록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 분),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라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다. 강하늘 천우희가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메이킹 패밀리' '수상한 고객들'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강하늘은 목표도 꿈도 없이 삼수생활을 하는 영호로 분한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손편지를 들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강하늘은 목표도 꿈도 없이 삼수생활을 하는 영호로 분한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손편지를 들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는 문득 초등학교 운동회 때 자신에게 손수건을 건넨 친구 소연을 떠올린다. 이후 무작정 소연에게 보낼 편지를 써 내려간다. 하지만 영호에게 추억을 남겨 준 소연은 병원에서 온몸이 마비된 채로 지내며 영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동생 소희가 언니 소연을 대신해 답장을 보낸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라는 규칙을 정한 채 영호는 서울에서, 소희는 부산에서 편지를 주고받는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두 사람의 반복되는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인다. 결국 영호는 소희에게 만남을 제안하고 소희는 고민 끝에 '12월 31일에 비가 내리면 만나자'고 약속한다.

보통의 로맨스라면 남녀주인공이 대면한 순간의 강렬함, 혹은 연인이 된 후의 이야기에 무게를 뒀을 터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단순한 전개를 펼치지 않는다. 문자나 전화, 인터넷이 아닌 직접 써 내려간 편지의 힘 그 자체에 집중한다. 디지털기기로 손쉽게 전할 수 있는 풍경과 소리를 영호와 소희는 글로 적어 전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직진 로맨스 대신 택한 느리지만 사려 깊은 아날로그 교감이다.

천우희가 맡은 소희는 아픈 언니를 간호하고 엄마의 일을 도우며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겪고있다. 영호로 부터 온 손편지는 이런 소희에게 위로를 건넨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천우희가 맡은 소희는 아픈 언니를 간호하고 엄마의 일을 도우며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겪고있다. 영호로 부터 온 손편지는 이런 소희에게 위로를 건넨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디테일한 2000년대 풍 소품들은 영화의 강점인 이 아날로그 감성에 힘을 보탠다. 일명 '가로본능'이라 불렸던 핸드폰을 시작으로 당시 패션 스타일, 구권 지폐, 지금은 보기 어려운 빨간 우체통까지 모든 게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완성된 추억 가득한 공간에서 강하늘 천우희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021년에도, 2003년에도 두 사람은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사람의 로맨스다. 삼수생 영호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소희는 아픈 언니를 돌보며 어머니의 일을 돕느라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이런 팍팍한 환경에 처해 있는 캐릭터들의 삶, 아날로그 감성에 집중한 나머지 '두 사람이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영화의 핵심 요소가 힘을 잃는다.

그럼에도 청춘과 사랑의 계절인 봄에 어울리는 로맨스다. 단순한 특별출연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강소라의 활약도 좋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작 개봉이 뜸한 요즘, 계절감을 살려내 스크린에 걸린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꽤나 반가운 작품이 될 전망이다. 러닝타임 117분, 전체관람가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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