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영화의 다양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영화 포스터

노매드가 된 배우·실제 노매드 출연 등…알고 보면 더 재밌다

[더팩트｜원세나 기자] 베니스 국제영화제,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전미 비평가협회, 미국 제작자조합상(PGA), 미국 감독조합상(DGA), 영국 아카데미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TMI를 공개했다.

#1. 리얼리티를 위해 차박 생활부터 아르바이트까지

영화 '노매드랜드'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 곳에 살던 여성 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극 중 펀 역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맨드와 클로이 자오 감독은 길 위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노매드(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사실감 넘치게 담아내려고 했고, 실제 노매드 생활을 감행하며 그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과 삶의 무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마존 물류센터, 사탕수수 농장, 관광명소의 식당, 국립공원 내 캠프 인솔자 등으로 실제 노동자들과 섞여 일했다.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배우인지 몰랐던 한 업체에서는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실제로 일자리를 제안하며 스카우트하려 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실제로 차박 생활을 하는 등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스틸컷

#2.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의 에세이 '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한다. 제작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맨드와 피터 스피어스는 원작의 판권을 사들였지만 이를 영화화하기에 적합한 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던 중 클로이 자오 감독의 '로데오 카우보이'를 보게 된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작품에 완전히 매료돼 클로이 자오 감독을 캐스팅했다.

소설이 아닌 저널리즘 형식의 에세이를 영화화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를 완벽하게 해냈다. 펀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드러냈고 전 세계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며 따뜻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3. 영화 속 노매드 = 실제 노매드

'노매드랜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놀라운 부분은 바로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이 본인 역으로 출연해 호흡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노매드 커뮤니티를 이끄는 밥 웰스(밥 역), 펀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가까이 지내는 린다 메이(린다 역),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샬린 스왱키(스왱키 역)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은 대부분 실제 노매드들이다. 그들은 영화에 처음 출연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에는 배우와 감독, 제작진 전체의 오랜 노력이 숨어있다. 이들은 조용한 촬영장에 카메라만 세팅해 놓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존중심을 보여줬다. 또한 카메라가 켜져 있지 않은 순간에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두 세상 사이의 벽을 허물어 나갔다.

본인 역으로 출연한 스왱키는 "마치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와 다시 재회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받고 필요하고 인정받는 존재라고 느꼈다"고 특별한 소감을 전했다.

'노매드랜드'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이 본인 역으로 출연해 제작진과 호흡을 함께했다. /영화 스틸컷

#4. 배우의 실제 소장품으로 가득 채운 '선구자' 벤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클로이 자오 감독과 함께 펀이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하나가 펀의 집이자 안식처인 벤의 내부를 프랜시스 맥도맨드의 실제 소장품으로 채우는 일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대학 졸업 선물로 받은 어텀 리프 패턴이 들어간 접시 세트와 커틀러리 세트 등을 가져와 벤을 꾸몄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나에게 중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는데 나라면 아버지께서 주신 접시, 녹색 접이식 의자, 가족사진을 가져가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예품을 제안하기도 했다. 냄비 받침을 만드는 뜨개실과 미니 뜨개 틀, 뜨개바늘이 든 가방을 직접 챙겨와 냄비 받침을 만들어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제작진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이런 프랜시스 맥도맨드의 일상은 고스란히 펀에게 반영돼 영화 속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노매드랜드'는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및 제55회 전미 비평가협회 4관왕,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4관왕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222관왕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최초, 최대, 역대, 유일이라는 괄목할 만한 기록을 쌓아 올리며 이 시대가 주목하는 걸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미 아카데미의 4대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및 미국 감독조상에서 감독상을 '올킬'하며 영화계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지난 15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wsen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