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전설'이 된 나의 인생곡 ⑭] 문희옥 '성은 김이요', 가사에 담긴 '슬픈 사연'
입력: 2021.04.22 05:00 / 수정: 2021.04.22 08:46
문희옥의 인생곡 성은 김이요에는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낸 한 남자의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어 성만 밝히고(성은 김), 이름은 이니셜(DS)로 언급됐다. /더팩트 DB
문희옥의 인생곡 '성은 김이요'에는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낸 한 남자의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어 성만 밝히고(성은 김), 이름은 이니셜(DS)'로 언급됐다. /더팩트 DB

이니셜 'DS'는 작사가 조동산 친구의 실제 이야기 속 주인공

[더팩트|강일홍 기자] 문희옥은 이미자 주현미 김용임과 함께 정통 트로트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평가받는 가수다. 여고시절에 이미 '8도 디스코 사투리 메들리'로 가요계를 휩쓸었다. 메들리 음반은 총 3개의 시리즈로 발매 돼 1집만 360만장이 팔렸고, 테이프를 포함해 3집까지 비공식적으로 1000만장 이상 팔렸을만큼 대박 히트를 기록했다.

음악과 첫 인연은 서울 은광여자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86년 천마산 봄소풍에서다. 교감선생님이 심사를 본 장기자랑에서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를 불러 실력인정을 받은게 계기가 됐다. 문희옥은 "일약 전교 2등을 하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부상으로 받았다"면서 "교감선생님의 극찬에 자신감이 생겨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그는 당시 가요계에 영향력이 있던 1세대 연예기자(신대남 전 한국일보 및 일간스포츠 기자)의 소개로 안타프로덕션 안치행 작곡가와 이호섭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한국일보에 근무하던 둘째 언니가 신대남 기자를 소개하고, 신 기자가 작곡 작사가와 연결해주는 브릿지가 됐다. 여고생 가수 문희옥은 이렇게 탄생한다.

"저는 고등학생 신분이었지만, 선생님들이 제 가능성을 알아보고 메들리 음반 기획을 하신거죠. 1년간 정말 눈물나게 강트레이닝을 받았어요. 그때까진 노래 좀 한다고 칭찬을 들었는데 우물안 개구리였어요. 작곡가 사무실에서 발성과 감정처리, 음정 절제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진짜 가수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절실히 깨달았죠."

문희옥(왼쪽)은 이미자(가운데) 주현미(오른쪽) 김용임과 함께 정통 트로트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평가받는 가수다. 여고시절에 이미 8도 디스코 사투리 메들리로 가요계를 휩쓸었다. 위 사진은 문희옥(앞줄 왼쪽)이 전성기 시절 김흥국 유현상 태진아 김완선 김종찬 이지연 등과 방송에 출연한 뒤 함께한 모습. /루체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희옥(왼쪽)은 이미자(가운데) 주현미(오른쪽) 김용임과 함께 정통 트로트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평가받는 가수다. 여고시절에 이미 '8도 디스코 사투리 메들리'로 가요계를 휩쓸었다. 위 사진은 문희옥(앞줄 왼쪽)이 전성기 시절 김흥국 유현상 태진아 김완선 김종찬 이지연 등과 방송에 출연한 뒤 함께한 모습. /루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탄생한 음반이 바로 80년대 후반부터 가요계 열풍을 일으킨 이른바 '팔도 사투리 메들리'다. 유명 히트곡을 부르던 기존 메들리 음반의 관행도 깼다. '천방지축'(전라도 사투리), '삼수갑산 비둘기'(함경도 사투리) 등 각 지방의 사투리 노랫말로 구성된 창작곡들이 잇달아 히트했다.

이후 지구레코드사 전속가수로 소속사를 옮긴 그는 슬로곡 '가는님 가는정'(남국인 작곡)에 이어 발매한 폭스 트로트 풍의 상큼 발랄한 '사랑의 거리'로 대중적 입지를 다진다. 하지만 문희옥이 정통 트로트 가수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성은 김이요'(조동산 작사 원희명 작곡)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디에스 알파벳 약자로 디에스지요/ 지금쯤 그누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봐/ 차마 그이름을 밝힐수가 없어요 내 영혼까지 사랑하고 간 사람/ 내 전부를 사랑하고 간 사람 잊을수가 없어요 잊을수가 없어요 찾을수도 없었어요/ 그러나 꼭 한번은 만나야 할 사람 성은 김 이름은 디에스'(문희옥 '성은 김이요' 1절)

"이 노래야말로 저의 인생곡이죠. 노랫말에 깃든 사연 때문에 부르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저 역시 아이도 낳아보고 나이 든 지금에야 깊은 맛을 느끼는 곡이기도 해요. 조동산 작사가 친구의 사연이라고 들었어요. 20대 시절 사랑에 빠진 여성을 잊지 못해 50살 넘도록 독신을 고집한 남자의 얘기예요."

이 남성은 사랑했던 여인이 쪽지 편지를 남겨놓고 부모가 미리 정해놓은 정혼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자, 그를 잊지 못한 채 언젠가는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청춘을 보낸다. 남자의 사연은 작사가 친구의 노랫말로 탄생하지만 '차마 이름을 밝힐 수 없어 성만 밝히고(성은 김), 이름은 이니셜(DS)'로 언급됐다.

문희옥은 최근 발표한 EDM 스타일의 빠른 곡 평행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성은 김이요 이후 순정 해변의 첫사랑 현해탄 정 때문에 하늘 땅만큼 미스터박 이봐요 등을 히트시킨 가요계 히트곡 부자다. /루체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희옥은 최근 발표한 EDM 스타일의 빠른 곡 '평행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성은 김이요' 이후 '순정' '해변의 첫사랑' '현해탄' '정 때문에' '하늘 땅만큼' '미스터박' '이봐요' 등을 히트시킨 가요계 히트곡 부자다. /루체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희옥은 이 곡을 만나면서 가창 스타일도 바꿨다. 여고생 트로트 하이틴 스타로 출발해 밝고 명랑한, 그리고 다소 빠른 템포의 곡을 소화하는 등 데뷔 초기의 통통 튀는 이미지 대신 정통 트로트로 탈바꿈한다. 바로 이미자 김연자 주현미로 이어지는 가요계 트로트 여가수의 계보로 인정받게 된 출발점이다.

문희옥은 강원도 태백시 출신으로 서울 은광여고 시절 가요계에 입문한 뒤 '사랑의 거리' '강남 멋쟁이' '성은 김이요' '순정' '해변의 첫사랑' '현해탄' '정 때문에' '하늘 땅만큼' '미스터박' '이봐요'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 몇 안되는 히트곡 부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발표한 '평행선'은 EDM 스타일의 빠른 곡으로 20~30대까지 반응이 높다. 문희옥은 이 곡을 처음 받아들고 제작자한테 화를 냈다고 한다. 정통 트로트 가수에게 EDM의 빠른 곡을 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 변화에 한 발 물러섰고, 편곡(송태호)을 거친 뒤 내놓은 이 노래는 예상밖의 호평을 얻으며 긴 공백 이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eel@tf.co.kr[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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