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TF인터뷰]
입력: 2021.04.16 05:00 / 수정: 2021.04.16 05:00
공유가 영화 서복을 통해 돌아온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개봉하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내면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공유가 영화 '서복'을 통해 돌아온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개봉하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내면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데뷔 20주년 '서복'으로 돌아오는 공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지난해 11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조세호는 공유에게 "공유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라고 물었다. 맥락에서 다소 벗어난 조세호 특유의 통통 튀는 발언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한 번쯤 던져보고 싶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당시 공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생각에 잠겼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최근 공유는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들어야 했다. 작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이 조세호가 아닌 취재진으로 바뀌었으며 '기분'이 아닌 '삶' 자체를 묻는 다소 철학적인 물음으로 변했다. 삶과 죽음에 관해 다룬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의 주연을 맡아 고민이 많았던 공유였지만 답은 대동소이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의 삶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 거듭됐고 이 때문인지 그의 속은 시끌거리기도 했던 모양이다.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어요. 하지만 영화가 주는 질문이 제 뒤통수를 계속 잡아당겼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마음에 남았나 봐요.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주셨고 결국 만나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눴어요. 제가 생각했던 영화의 방향성과 감독님이 생각한 영화의 방향성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만약 의견이 달랐다면 한 번 고사했던 작품인데, 출연하진 않았을 거예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유가 분한 기헌은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하고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캐릭터로 설정됐다. 공유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6개월간 식단 조절을 하며 체중을 감량했다. 다소 퀭한 비주얼인데도 스크린 속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서복에서 박보검과 공유는 각각 정보국 요원 기헌,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CJ ENM, 티빙 제공
'서복'에서 박보검과 공유는 각각 정보국 요원 기헌,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CJ ENM, 티빙 제공

"4개월 정도 식단을 조절했어요. 기헌이 눈이 푹 꺼진 상태로 처음 등장하는데 캐릭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욕심이 나서 관객들이 놀랄 정도로 퀭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죠. 편집 과정에서 죽음을 앞두고 곤두서있고 공격적인 기헌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면만 추려졌어요. 식단 조절 덕분에 기헌의 예민함을 가져갈 수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서복' 개봉을 눈앞에 뒀지만 공유는 주로 홀로 홍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영화에서 함께 브로맨스를 펼친 박보검이 현재 군 복무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복'은 지난해 공개를 목표로 이미 한 차례 홍보를 벌였으나 코로나19 여파에 한 차례 개봉을 연기하는 악재도 겪었다. 영화를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공유의 어깨는 그 어떤 때보다 무겁다.

"제때 개봉을 했다면 조금은 달랐을 거예요. 저번 홍보에서 이미 할 말을 많이 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에 관해 인지하게 된 지 시간이 좀 됐어요. 개봉이 미뤄졌고 기대치는 더 높아졌을 거예요.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보검 씨가 없어서 외롭죠. 같이 있었으면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고 재미있었을 것도 같아요."

공유는 서복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홍보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숲
공유는 "'서복'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홍보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숲

비록 함께하진 못하지만 현장에서 함께 호흡했던 박보검에 관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두 눈을 반짝였다. SF장르인 만큼 특수효과가 가미됐고 현장에서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하며 대사와 리액션을 주고받았다. tvN '도깨비'를 비롯해 CG가 들어간 많은 작품을 경험한 공유는 이를 능숙하게 해냈다. 그를 바라본 박보검은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것을 보고 리액션을 잘하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보검 씨가 능력을 발휘하면 저는 놀라는 역할이었어요. '도깨비' 당시에는 반대였죠. 사실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더 연기하긴 편할 거예요. 제 연기를 좋게 봤는지 보검 씨가 칭찬하더라고요. CG가 들어가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때로는 '현타'가 와요(웃음). 결국 집중력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다 찍고 나서 영화를 보니 분명 아쉬움도 커요. 제 연기에 관해서요. 하지만 이미 끝난 영화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쉬워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당시 저는 최선을 다했고 본능적으로 연기했어요. 저는 그 당시의 최선과 본능을 믿고 싶어요.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봐요."

극 중 박보검은 공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저기 총성이 울려 퍼지는 위기 상황에도 몸을 던져 자신을 살린 이유, 시한부인 공유가 계속해 살아나가야 할 이유 등이다.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를 펼쳤던 만큼 그 질문들은 인간 공유에게도 닿았다. 그는 살기 위해 극악무도한 일을 벌이는 악역들과 달리 "영화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영생의 기회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삶과 죽음이라는 건 참 정의하기 어렵네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은 삶에 단 한번뿐이잖아요. 그저 제 명이 다할 때까지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사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기헌이 절실했던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인간으로서의 본능 아닐까요."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이 특별한 해에 그는 '서복'을 촬영하며 삶과 죽음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명쾌한 해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값진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큰 탈 없이 한 우물만 파며 잘살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웃는 표정을 통해 20년 차 배우 공유의 탄탄한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지루한 화상 인터뷰가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이제 옛날사람이라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은가 봐요. 코로나가 어서 끝나서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복'은 제 데뷔 20주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됐어요. 흥행하면 물론 좋겠지만 크게 무게를 두진 않을래요. 제게 계속해 질문을 던져준 영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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