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나의 연예공:감] 극장가, 추억과 향수의 레트로 열풍
입력: 2021.04.14 06:46 / 수정: 2021.04.15 19:08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품 영화 중경삼림이 4K 리마스터링돼 지난 3월 극장에 걸렸다. /영화 포스터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품 영화 '중경삼림'이 4K 리마스터링돼 지난 3월 극장에 걸렸다. /영화 포스터

복고 콘텐츠 소비는 문화의 새 트렌드

[더팩트|원세나 기자] #. 40대 프리랜서 A는 얼마 전 단짝 B와 함께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을 관람하고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극장에서 나온 두 사람은 90년대 홍콩 거리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을지로의 한 중식당을 찾아 맛과 멋에 취하며 영화의 감동을 곱씹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20대로 돌아간 듯한 그 날 하루, 그 분위기에 흠뻑 취했다.

'Retro(레트로)'. 추억, 회상, 회고를 뜻하는 영어 'Retrospect(레트로스펙트)'의 줄임말이다.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현상의 하나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말한다.

2000년대 진행된 소비행동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즉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鄕愁))는 소비 심리를 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소외나 결핍 또는 상실의 감정을 겪을 때, 복고 문화를 소비함으로써 과거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그로 인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로 현재 상황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꿈과 낭만이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옛것을 희구하려는 경향은 불황의 시기에 더욱더 많은 사회적 위로를 건넨다.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다시 듣고, 내가 즐겨 찾던 장소를 다시 방문하며 감상에 젖는 등 그 당시 유행했던 문화 콘텐츠를 다시금 향유하는 것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제 복고는 유행을 타지 않는 문화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생작들의 재개봉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왼쪽)가 재개봉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각각 영화 포스터
최근 극장가에서 '인생작'들의 재개봉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왼쪽)가 재개봉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각각 영화 포스터

최근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개봉 신작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극장가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영화 팬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명작들을 재개봉하며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극장가가 또 다른 생계유지법으로 '레트로 열풍'을 선택한 것이다.

왕가위 감독을 거장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 영화 '중경삼림'은 지난 3월 4K 리마스터링된 버전으로 스크린에 걸렸고,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로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감독 피터 위어) 역시 지난 1일 재개봉했다. 그 외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빅터 플레밍),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구파도) 등도 다시 관객을 찾을 준비를 마쳤다.

'K-명작들' 또한 '재개봉 러시'에 동참했다. 특히 CGV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 명작으로 남아있는 한국 영화들을 극장에서 다시 선보이는 특별한 프로그램 시그니처K를 진행하고 있다.

극장가의 레트로 열풍 속 4월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태양은 없다, 시월애(왼쪽부터)도 영화 팬들을 찾는다. /각각 영화 포스터
극장가의 '레트로 열풍' 속 4월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태양은 없다', '시월애'(왼쪽부터)도 영화 팬들을 찾는다. /각각 영화 포스터

4월의 시그니처K 테마는 '아날로그 감성과 청춘의 얼굴'이다. 지난 7일 재개봉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는 82학번 인우(이병헌 분)와 태희(故 이은주)의 운명적 사랑을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보여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들의 인생 멜로로 손꼽히는 영화다.

오는 21일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 '태양은 없다'(감독 김성수)는 삼류복서 도철(정우성 분)과 흥신소에서 만난 양아치 홍기(이정재 분)의 이야기로 한국의 대표 청춘 영화로 방황하는 청춘들의 꿈과 좌절, 그리고 우정을 그렸다. 정우성과 이정재 두 사람의 환상 케미를 만날 수 있다.

또 영화 '시월애'(감독 이현승)는 오는 28일부터 상영된다. 영화는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 있는 성현(이정재 분)과 은주(전지현 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판타지적인 스토리에 감각적이고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불어 5월 시그니처K 테마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손예진이 출연한 '클래식'이 예정돼 있다. 이어 6월에는 '인생 1회차, 아픈 만큼 성숙한 인생'을 테마로 '봄날은 간다'와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5월 이후에도 상영 컬렉션은 예고돼 있다. 관객들의 기억속에 아련한 향수처럼 자리한 작품들을 이끌어내 짙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 바람이 코로나 이후 침체한 극장가에 신선한 활기를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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