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X전여빈 '낙원의 밤', 낭만·상실의 블랙 코미디
입력: 2021.04.07 00:00 / 수정: 2021.04.07 00:00
낙원의 밤이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작품은 조직의 타깃이 된 태구(엄태구 분)와 삶의 끝에 서 있는 재연(전여빈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넷플릭스 제공
'낙원의 밤'이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작품은 조직의 타깃이 된 태구(엄태구 분)와 삶의 끝에 서 있는 재연(전여빈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넷플릭스 제공

[TF씨네리뷰] 박훈정 감독의 특별한 누아르

[더팩트 | 유지훈 기자] 피가 낭자하는 누아르 영화가 낭만적인 제주도 풍광과 함께 펼쳐지면 어떨까. 이를 위해 박훈정 감독이 판을 깔고 엄태구 전여빈이 힘을 보탰다. 그렇게 탄생한 '낙원의 밤'은 섬뜩하며 아름답고 처연한 이색적인 풍경이다.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태구(엄태구 분)와 삶의 끝에 서 있는 재연(전여빈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2012년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세계'로 한국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태구는 라이벌 조직으로 인해 누나와 조카를 잃고 분노에 사로잡힌다. 복수에 성공한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동료들의 도움으로 제주도에서 근신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재연을 만나게 된다.

엄태구(위쪽) 전여빈의 연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흠잡을 데 없다. /넷플릭스 제공
엄태구(위쪽) 전여빈의 연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흠잡을 데 없다. /넷플릭스 제공

삼촌(이기영 분)이 폭력 조직의 총격으로 사망 후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재연은 태구에게 기대기 시작한다. 삶의 벼랑에 내몰린 둘은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태구로 인해 보스를 잃은 미이사(차승원 분)가 복수를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제주도는 더 이상 낙원이 아니게 된다.

남자 주인공은 조직 폭력배고 그의 곁에는 시한부 히로인이 있으며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포장만 본다면 '낙원의 밤'은 클리셰 가득한 느와르 서사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평범한 스토리라인 안에서 기존 느와르 장르를 비트는 독창성을 엿봤기 때문일 터다.

'낙원의 밤'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 속 제주도의 풍광은 낙원 그 자체다. 로케이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짐작하게 되는 장면들이 계속된다. 청명한 하늘 아래 제주의 너른 바다, 도로를 빽빽이 채운 나무들과 함께라 연신 눈이 즐겁다. 이 모든 것이 혈흔이 낭자하는 캐릭터들 간의 총격, 칼부림과 어우러지니 새롭다.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넷플릭스 제공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넷플릭스 제공

물론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라 때로는 새로움을 넘어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활약이 다시 영화에 시선을 잡아끈다. 엄태구가 줄곧 중저음 목소리로 무게를 잡고 극을 끌어나가면 전여빈은 예측 불허한 언행으로 그를 뒤흔드는 식이다. 사전 홍보 단계에서 카리스마를 내세웠던 차승원은 사실 조금은 허술한 캐릭터다. 하지만 미묘한 지점이 있어 마음이 동하고 더 매력적인 악역으로 각인된다.

'신세계'와 같은 조직 간의 치밀한 암투, '마녀'와 같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박 감독의 전자들과는 비교 불가한 독특한 매력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앞서 언급한 아름다운 풍광과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자꾸만 곱씹게 되는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백미다. 태구의 보스로 등장하는 박호산의 활약 역시 기대할 만하다.

한편, '낙원의 밤'은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청소년관람불가이며 러닝타임 13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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