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과 그의 친형이 그동안 쌓아온 재산과 상가 지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재산권에 대한 이견은 30년간 돈독한 형제애를 자랑했던 두 사람의 신뢰에 금이 간 출발점이다. /배정한 기자 |
방송인 박수홍과 친형은 돈독한 형제로 유명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오랜 매니저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친형과 30년간 쌓은 신뢰는 '횡령'의 진실공방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박수홍은 형의 진실한 답변을 기다린다고 했고, 긴 침묵을 이어오던 친형이 조목조목 반박하며 맞섰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다툼의 출발은 상가 등 재산권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더팩트>는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형제의 상반된 주장을 따라갔다. 그리고 취재 중 박수홍 소유로 알려진 서울 마곡동 상가와 친형 명의의 법인회사 더이에르 등에서 기이한 점을 발견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툼의 실마리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서울 마곡동 '상가 지분'의 진실, "박수홍 단독 명의 상가 없다"
[더팩트ㅣ이한림·김샛별 기자, 박지윤 인턴기자] 박수홍은 자신의 자산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았다며 소명을 요구한 반면, 친형 박진홍 씨는 본인이 관리한 회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박수홍은 결국 논란이 불거진 지 1주일 만인 5일 친형을 고소하기로 했다. 친형 측에서 적극적인 합의 의사가 없다는 게 이유다. 친형 또한 '횡령 주장' 논란으로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법적조치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형제간 얽힌 여러 갈등 중 가장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은 다름 아닌 상가 지분 문제다. <더팩트>는 보다 더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상가가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을 직접 찾아갔다. 마곡동에 '박수홍 상가'로 불리는 곳은 총 4곳이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해당 상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박수홍 단독 명의로 된 상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박수홍이 상가를 매입해 임대를 내주고 있다는 이야기는 마곡동 일대 상가 점주와 공인중개업자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소문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가 점주들 역시 박수홍이 직접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박수홍의 명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3곳은 앞서 친형의 최측근 B 씨가 언급했던 C타워에 입점해 있다. B 씨는 8개의 호실을 나열했지만, 실질적으로 따지고 보면 1층 통신사 대리점, 2층 미용실, 3층 치과로 상가 3개인 셈이다. 세 곳 모두 입지 조건이 좋아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편이었다. 공인중개사 D 씨는 "박수홍 씨 상가는 코너에 있어 같은 건물 내 다른 상가보다 시세가 비싼 편이다.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거래가 잦은 편도 아니다. 호가가 곧 시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사람들의 방문도 잦은 업종들이다. 때문에 다수의 중개업자들은 이곳의 상가 임대료를 통한 수입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상가들은 라엘 법인 소유다. 친형 측은 "당초 상가 구매 때부터 박수홍과 5:5로 자금을 대서 법인 명의로 구매한 것"이라며 "박수홍의 자금만으로 상가를 산 뒤 법인 명의로 전환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7:3 지분율이라는 박수홍의 주장과 달리 친형 측은 "라엘도 그렇고 부동산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라엘 지점 법인도 지분의 5:5씩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 측 말대로라면 박수홍 측이 공개한 계정별원장은 더욱 납득이 안 된다. 계정별원장은 회계 계정과목별로 장부를 기록한 문서다. 항목 중 부동산의 경우, 취득 시점 매입가와 중개 수수료 등 법인에서 지출된 가액을 작성한다. 즉 거래처는 부동산을 판 매도인을 뜻하며 차변에는 법인에서 매도인에게 지불한 매매가가 기재된다. 제시된 서류에서는 매도인이 친형과 그 가족들로만 구성돼 있다. 라엘은 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한 셈이 된다. 박 대표 측은 박수홍과 박진홍 씨가 5:5 자금으로 해당 상가들을 구매했으며 지분도 5:5로 나뉜다고 했다. 그런데 왜 매도인은 전부 친형의 가족인지, 이들보다 지분율이 높은 박수홍의 이름은 없는지 이유가 궁금한 상황이다.
나머지 한 곳은 C타워 뒷 블록에 있는 건물 1층 호프집이다. 그래도 앞선 3곳은 박수홍과 형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인 소유였다. 반면 이번 상가는 '박수홍 상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박수홍은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했다. 등기부에는 2015년 각 1/2 지분으로 이 상가를 매입한 친형 부부의 이름만 기재돼 있을 뿐이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해당 상가의 소유권을 살펴보던 중 익숙한 명칭을 발견했다. 박수홍 모르게 새로 설립됐다던 친형 명의의 법인 더이에르였다. 친형 부부는 2020년 이 상가를 현물로 출자해 더이에르를 세웠다. 즉 부동산의 가치를 자본금으로 활용해 법인을 설립한 셈이다.
박수홍 측은 더이에르의 자금 출처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담당 변호사는 앞서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본금 17억 원이 투입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자금 출처를 7회에 걸쳐 소명 요청했으나 이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2일 방송인 박수홍과 그의 친형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서울 마곡동 상가를 찾았다. 두 사람은 해당 상가의 지분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박수홍 친형의 횡령 논란은 지난달 26일, 유튜브 댓글에 달린 한 네티즌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박수홍의 계약금과 출연료 등 모든 자산관리를 형과 형수가 했으며 박수홍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 데 이어 큰 금액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의혹이었다. 이후 각종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사흘 뒤인 29일 박수홍이 직접 입을 열었다. 박수홍은 "내 노력으로 일궈온 많은 것들이 내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박수홍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수십억을 웃도는 피해였다. 박수홍은 최대한 조용히 매듭짓고 싶었고, 벌어진 일을 바로잡고 싶다며 형에게 계속해서 대화를 요청했다. 그는 "마지막 요청이다. 이번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들을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수홍은 또 실제로 문제를 인지한 후에도 오랜 시간 형의 입장을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원만한 해결을 바란 것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라고 했다.
박수홍의 절친 후배인 코미디언 손헌수는 <더팩트>에 "선배님은 1년 가까이 인내했다. 법인 회사를 담당했던 회계사를 비롯해 전문가, 지인들이 모두 (박진홍 씨는) 안 돌아온다고 빨리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선배님은 부모님 걱정이 먼저였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기다려도 보고, 설득해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일이 이렇게 돼 선배님도 당황했다. 아마 지금도 가족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헌수는 "박수홍 선배님은 '가족이니까 돌아오겠지'라는 마음으로 형을 계속 믿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방송인 A 씨 역시 박수홍에 대해 '형을 기다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그는 "(박수홍이) 욕심이 없고 착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번 돈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나. 웬만하면 스스로 통장을 확인할 텐데 (박수홍은)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이니까 믿은 것"이라며 "지금까지 믿었는데 10년을 더 못 믿겠냐. 사건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다면 40년을 또 믿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홍은 지난 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소 등 형과 전 소속사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루 뒤인 4일 박수홍의 형이자 전 소속사 메디아붐엔터테인먼트 박진홍 대표 측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박 대표와 박수홍의 갈등은 회계 문제나 횡령 문제가 아닌 지난해 초 박수홍의 여자친구 소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생 박수홍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송인 박수홍은 친형과 법적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30년간 서로 믿었던 친형 박진홍 씨(사진 맨왼쪽)에 대해 재산권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진홍 씨부부와 어머니 지인숙 씨(사진 가운데). 오른쪽은 박수홍의 형수 L모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이전까지는 박 대표의 지인과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서 친형 부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박수홍 명의의 집과 상가가 몇 개씩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측근 B 씨는 박수홍 형제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전했다. 법인 지분부터 박수홍 명의의 아파트와 공동명의의 서울 마곡동 상가, 박수홍이 모친에게 사준 명품백, 계약금과 계약서, 출연료까지 민감한 사안임에도 꽤나 상세했다. 그중에서도 건물과 상가는 위치와 각 호수, 월세와 매매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박수홍의 입장을 두둔한 손헌수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손헌수가 (법인수익금 문제를) 어떻게 아느냐"고 지적했다.
박수홍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좀더 상세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박수홍은 친형과 30년 전부터 수익을 8:2에서 시작해 7:3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해당 수익은 모두 박수홍으로부터 발생했다. 하지만 친형 부부는 7:3이라는 비율을 지키지 않았을뿐더러 출연료 정산 미이행, 각종 세금 및 비용을 박수홍에게 부담했다. 또한 법인(주식회사 라엘, 주식회사 메디아붐) 자금과 카드를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무단 사용했다. 메디아붐의 경우에는 모든 매출을 담당하는 박수홍의 지분이 하나도 없었으며 친형 부부의 가족이 100% 보유했다.
마곡동 상가에 관해서도 반박했다. 박수홍 측 변호사는 "모든 자금에 대한 계약을 7:3으로 했으면서, 이 상가는 5:5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지와 건물분 계정별원장을 보면 박수홍의 이름은 없고 모두 친형 및 그 가족들로만 돼 있다"며 "박수홍의 자금이 투입돼 매입된 상가임에도 박수홍이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당시 투입된 10억 원 역시 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뢰가 무너진 형제는 법정으로 향할 예정이다. 박수홍 측은 "더 이상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5일 정식 고소절차 등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는 "결국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만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잘잘못은 결국 수사기관과 법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친형 박진홍 씨 역시 맞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가족끼리 진흙탕 싸움을 하기 싫어서 참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이야기했듯이 회계에 문제가 있다면 법으로 해결하면 된다. 고소를 한다면 나 역시 법정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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