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선구마사'는 3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기대작이었으나 5일 만에 폐지되는 오명을 떠안는 작품이 됐다. /SBS '조선구마사' 제작진 제공 |
26일 방송 및 제작 폐지 결정…해외서도 못 본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태종 이방원과 좀비(악령)의 이색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5일 만에 폐지됐다.
'조선구마사'는 실존 인물인 태종 이방원, 훗날 세종인 충녕대군과 그의 형 양녕대군 등이 조선을 침입한 악령에 맞서 싸운다는 허구를 가미한 판타지 드라마다. 총 3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지난 22일 첫 방송했다.
그러나 방송 첫 회만에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논란에 휘말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중국 전통음식과 중국풍 소품이 등장하거나 최영 장군과 태종, 충녕대군 등 실제 인물을 폄훼한 점 등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실존 시대와 인물을 사용하면서 역사를 지나치게 각색하고 고증에 있어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했다.
악화된 여론은 제작비를 지원한 광고주들의 잇따른 '손절'로 이어졌다. 쌍방울, 탐나종합어시장, 호관원은 중단을 공지했고 삼성, 반올림피자샵, 에이스침대, 바디프렌드, 하이트진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코지마, KT, 동국제약, 금성침대, 블랙야크, 쿠쿠 등이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조선구마사'의 방영권을 사들이고 2회까지 방영한 방송국 SBS는 '조선구마사'의 한 주 결방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다만 대중의 공분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26일 오전 결국 방송 폐지를 결정했다.
'조선구마사' 제작사(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 역시 같은날 방송 폐지된 '조선구마사'에 대한 제작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고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선구마사' 제작사 3사는 "제작은 중단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지적했던 '조선구마사'의 해외 송출 역시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조선구마사' 제작사3사는 "해외 판권 건은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조선구마사'는 방송 2회 만에 방송 폐지 및 모든 제작 중단이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 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다.
SBS '조선구마사'에서 문제가 된 장면.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자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하고 제작 지원이 철회되는 굴욕을 겪었다. /SBS '조선구마사' 영상 캡처 |
<다음은 드라마 '조선구마사' 관련 SBS 공식입장>
'조선구마사'에 대한 SBS 입장을 밝힙니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음은 '조선구마사' 제작사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조선구마사' 제작사입니다.
우선, 시청자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편성 취소 이후 제작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하시는 부분들이 있어 답변드립니다.
제작은 중단되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조선구마사' 관련 해외 판권 건은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입니다.
시청자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