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할인 1만 원 시대"…진퇴양난의 멀티플렉스
입력: 2021.03.20 00:00 / 수정: 2021.03.20 00:00
계속되는 코로나 여파에 CGV가 결국 입장료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CGV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관객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동률 기자
계속되는 코로나 여파에 CGV가 결국 입장료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CGV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관객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동률 기자

[TF초점] 코로나 여파, 휘청이는 영화계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하다. 조조할인을 받아도 만 원을 지불해야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CGV는 지난 18일 "오는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천 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성인 2D 영화 일반 시간대를 기준으로 CGV의 영화 관람료는 주중 1만 3천 원, 주말 1만 4천 원으로 조정된다. 3D를 비롯한 기술 특별관 및 스윗박스도 1천 원씩 일괄 인상한다. 과거 조조할인이라 불린 모닝(오전 10시 이전) 시간대 입장권은 평일 9천 원, 주말 1만 원으로 올랐다.

당장은 CGV에만 해당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3사도 연달아 티켓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CGV를 제외한 멀티플렉스들은 "아직 가격 인상에 관해 정해진 것 없다"며 선을 그어 둔 상황이다.

국내 멀티플렉스사들은 2014년 주중·주말 요금제를, 2016년 좌석·시간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어 2018년과 2020년에는 각각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이때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교묘히 이용한 꼼수" "가격담합" "서비스 발전 없이 입장료만 올린다" 등의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부정적인 여론 때문인지 극장들은 약 2년을 주기로 관람료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번 CGV의 인상은 이례적으로 빠르다. 올해 입장권 가격 상승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6개월여 만이다. 이번에는 기존에 볼 수 있던 부정 여론에 '6개월 만의 인상'을 꼬집는 반응도 추가됐다. 여론적으로 불리한 선택임이 뻔한데도 이를 감행한 CGV에게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2020년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2020년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지난달 1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다. 감염증 유행 이전인 2019년과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2020년은 전년 대비 73.7% 줄어 6000만 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3차 유행 여파가 지속돼 1~2월 누적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87.9% 감소하며 관객 감소 폭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급감하면서 배급사들은 기대작 개봉을 연기하고 극장 개봉을 포기한 채 OTT로 직행하는 사례도 늘었다. 제작이 완료된 영화조차 개봉이 미뤄지다 보니 신규 제작 역시 줄줄이 중단됐다. 영화가 개봉해야 일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 홍보 마케팅업계 역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극장도 영화 관련 업체들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추세다.

티켓값은 오롯이 극장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극장 관람료의 50% 이상이 영화 배급 및 투자·제작사에 배분되는 구조다. CGV는 이번 입장권 인상으로 업계 전체에 가중되고 있는 적자가 해소돼 다시 활력이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다. 또한 신작 개봉을 촉진하기 위해 배급사에 배분해왔던 관객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도 2, 3월에 이어 당분간 이어나가기로 했다.

CGV 관계자는 이번 관람료 인상에 관해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CGV 제공
CGV 관계자는 이번 관람료 인상에 관해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CGV 제공

다만 이번 인상안이 영화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결국 늘어난 것은 관람료를 지불하는 관객들의 부담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후 영화관의 대체재로 떠오른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과 같은 OTT 역시 변수다. 이 때문인지 CGV의 입장료 인상에 "요즘 극장에서 누가 영화를 보냐"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많다.

CGV는 지난해 국내 매출 3258억 원, 영업손실이 2036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희망퇴직, 일부 직영점의 일시 영업중단, 자율 무급 휴직 등을 실시했음에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여기에 영화계 전체적인 붕괴까지 이어져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관람료 인상을 감행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이번 관람료 인상도 결국 고육지책인 셈이다.

CGV 관계자는 "극장 및 영화업계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되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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