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K'부터 '게임존'까지…영화관, 적응 혹은 몸부림
입력: 2021.03.05 05:00 / 수정: 2021.03.05 05:00
CGV가 한국 영화 재상영관 시그니처K를 론칭한다. 코로나19 여파 후 계속된 재개봉 특별전처럼 보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다소 힘을 준 기획이다. /CGV 제공
CGV가 한국 영화 재상영관 '시그니처K'를 론칭한다. 코로나19 여파 후 계속된 재개봉 특별전처럼 보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다소 힘을 준 기획이다. /CGV 제공

[TF초점] 코로나19 여파 속 멀티플렉스 고군분투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코로나19가 영화계를 강타한 지 1년여가 흘렀다. 신작 제작 소식은 점차 뜸해지고 배우들은 활약할 작품이 적어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단연 영화관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는 영화계에 수많은 악영향을 미쳤다. 감염 공포에 관객은 급감했고 배급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조차 어렵다는 판단에 영화 개봉을 미뤄왔다. 신작 수급이 어려워진 영화관은 명작 재개봉, 테마별 기획전 등을 열며 활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금 더 공격적인 형태로 변모 중이다.

CGV는 2000년대 전후로 개봉했던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개봉하는 '시그니처K' 상영관을 오는 17일부터 런칭한다. 3월의 테마는 '시그니처K BEGINS :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다. 이름 그대로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포문을 연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상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단순 재개봉과는 다른 나름 힘을 준 기획이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복원 작업을 진행해 향상된 화질과 음질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한다. 현대의 기술력으로 명작을 빚어내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생명력까지 불어넣는 셈이다.

CGV는 아지트 엑스(위쪽), 롯데시네마는 게임존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모두 널찍한 스크린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CGV, 롯데시네마 제공
CGV는 '아지트 엑스'(위쪽), 롯데시네마는 '게임존'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모두 널찍한 스크린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CGV, 롯데시네마 제공

상영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기획도 있다. 널찍한 스크린과 풍성한 음향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들의 '로망'을 제대로 건드렸다. 바로 상영관을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대관하는 CGV의 '아지트엑스(AzitX)'다. 무턱대고 시작한 실험이 아니다. CGV일산 등 4개 극장에서 시범 운영했고 5일간 대부분 회차가 매진되며 가능성을 엿봤다. 정식 운영은 CGV용산아이파크몰을 비롯한 전국 34개 극장까지 확대됐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다. 4인 기준 2시간 이용 시 오후 6시 이전 편성 회차는 10만 원, 오후 6시 이후 회차는 15만 원이다. 설치 및 준비 시간으로 30분이 별도로 제공된다. 사전 예약 후 콘솔 게임 기기와 게임 콘텐츠 등을 가져가면 극장에서 지인들과 프라이빗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메가박스 역시 1월부터 경기 일부 상영관을 대관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롯데시네마도 가세한다. 오는 5일부터 전국 4개의 상영관(월드타워, 건대입구, 수원, 센텀시티)에서 '게임존'을 오픈한다. 빛을 투영하는 방식이 아닌 스크린이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LED 스크린으로 차별성을 꾀했다. 롯데시네마는 이와 관련해 "일반 영사기 대비 10배의 밝기를 자랑하고 화면 왜곡도 없다. 무한대 명암비를 제공해 게임 속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VE 랜선 투어(왼쪽)는 해외 여행지를 널찍한 스크린에 펼친다.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은 공연 실황 상영이 아닌 개그맨들이 실제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는 기획이다. /CGV 제공
'LIVE 랜선 투어'(왼쪽)는 해외 여행지를 널찍한 스크린에 펼친다.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은 공연 실황 상영이 아닌 개그맨들이 실제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는 기획이다. /CGV 제공

게임에 이어 여행 갈증 해소에도 힘을 보탰다. CGV는 지난달 28일 'Live 랜선 투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해외 여행지의 현장을 생생하게 관람하는 콘셉트다. 현지 가이드의 해설과 관객의 실시간 채팅이 더해져 마치 직접 여행을 떠난 듯한 생생함을 더했다. CGV는 매달 새로운 여행지를 선정해 서울 4개 극장에서 투어를 이어나간다.

공연 실황을 상영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공연을 꾸미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도 있다. 지난 2월부터 CGV 신촌아트레온 8관에 마련된 별도 무대 공간에 진행 중이다. '신인 코미디언들에게 공연 기회를 준다'는 취지를 내세워 의미도 잡았다. 코로나19가 계속돼 신작 개봉이 계속해 미뤄진다면 이런 시도들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더팩트>에 "과거 영화관은 단순 상영 시설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사가 관객 동원 대응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제는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관객을 다시 불러들일 신작이 개봉되는 것이다. 모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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