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가 '미나리' 개봉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이들은 작품과 얽힌 각자의 추억들을 꺼내며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
"우리의 무기는 인간애+공감"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미나리'가 한국 개봉을 눈앞에 뒀다. 작품의 주역들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입을 모으며 두 눈을 반짝였다.
26일 오전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 기자 간담회가 판씨네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가 화상으로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둘 털어놓았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스티븐 연은 아빠 제이콥, 한예리는 엄마 모니카, 중견 배우 윤여정은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 생각을 많이 하며 준비했다. 드디어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윤여정은 "적은 돈으로 식구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다. 기대 이상의 관심이 좋았는데 이젠 그 기대가 너무 커서 걱정스럽고 떨린다"고, 스티븐 연은 "나도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쁘다. 미국은 물론 한국 관객들의 공감대도 끌 수 있길 원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 배우들의 활약이 근간을 이루지만 할리우드 작품이다.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북미 배급사 A24가 의기투합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오는 3월 3일 국내 개봉한다. /판씨네마 제공 |
다만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로 주목받았음에도 '미나리'의 촬영 환경은 할리우드의 시스템과는 조금 달랐다. 독립 영화에 가까운 적은 제작비였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열악한 환경 아래 고군분투했다. 배우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각자의 추억을 꺼냈다.
한예리는 "숙소를 빌려서 우리 다 같이 지내게 됐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잤고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꾸기도 했다. 매주 찍을 분량만큼의 대본을 수정해나갔다. 그 덕분인지 시나리오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은 "내게 대본을 전해준 친구가 있다. 내가 현장에서 적응을 못 할까 걱정돼 미국에 같이 왔다. 결국 집에도 못 가고 촬영 내내 숙소에서 밥을 지었다. 그리고 한 번역가 친구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 현장이 궁금해 나와 같이 미국으로 갔다. 원래 열흘만 있다 가려고 했는데 대사를 수정하는 일을 하게 됐다. 열흘만 있는 게 계획이었는데 내가 못 가게 붙잡았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및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제78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이번 시애틀비평가협회상 직전까지 전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무려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순자 역의 윤여정은 연기상 26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내친김에 오스카 수상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순자 역의 윤여정은 연기상 26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이제 오스카 수상을 노린다. /판씨네마 제공 |
정이삭 감독은 "개인사가 담긴 영화가 화제가 돼 놀랍고 신기하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이민자와 관련된 이야기라서, 시대상이 담긴 이야기라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줬고 인간애가 표정에서부터 묻어나게 해줬다"고 배우들에 공을 돌렸다.
연기상 26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윤여정은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 감사하다. 하지만 직접 판은 트로피는 한 개뿐이다. 말로만 전해질뿐 실감을 못 하고 있다. 그냥 '미국은 나라가 넓으니 상도 이렇게 많구나' 하고 있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네 사람 모두 작품과 서로를 향한 신뢰가 남달랐다. 윤여정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담긴 몇몇 장면을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던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통해 부모님에 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홀로 한국에서 홍보 활동 중인 한예리는 "어서 우리가 다시 만나 현장에서처럼 함께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출연진은 '미나리'를 식탁과 같은 영화라고 했다. 정이삭 감독은 "언제든 오셔서 맛있게 드셔 주셨으면 좋겠다"고, 윤여정은 "조미료 없이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건강해질 테니 맛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