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연예계 학폭 의혹…정당한 폭로와 대응인가
입력: 2021.02.24 00:00 / 수정: 2021.02.24 00:00
조병규, 박혜수, (여자)아이들 수진(왼쪽부터)을 비롯해 많은 연예인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 확인 안 된 폭로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 DB
조병규, 박혜수, (여자)아이들 수진(왼쪽부터)을 비롯해 많은 연예인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 확인 안 된 폭로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 DB

일주일 사이 수많은 연예인 학폭 폭로글 등장→지목 연예인 측은 강력 부인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학폭'(학교 폭력) 폭로는 계속 쏟아지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고소장까지 꺼내들었다. 대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 걸까.

최근 며칠 사이 연예인에게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수없이 나왔다. 대부분의 경우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힌트를 남겼고 곧바로 논란과 해명으로 이어졌다. 지목된 연예인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가 많고 이들 중에는 예정된 스케줄을 취소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학폭 대란이다.

그러나 학폭 폭로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이 최초 폭로자가 허위사실을 적었다며 자신이 지목한 연예인에게 사과를 하고 선처를 호소하거나 자신의 글로 인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이 논란이 되자 뒤늦게 해당 연예인이 아니라고 바로잡는 사례가 나왔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애꿎은 연예인에게 가해를 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다른 학폭 피해 호소자들의 글까지 의심을 갖고 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진짜 학폭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꼴이다.

배우 조병규는 최초 폭로자가 입장을 번복한 뒤 선처를 구했음에도 이후 추가 폭로가 나왔다. 박혜수도 마찬가지. 최초 폭로자가 자신이 지목한 연예인이 박혜수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 사이 여러 추가 폭로들이 나온 상황이다. 물론 이 역시 사실 확인이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몇 개의 폭로글이 뭉치면 마치 기정 사실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 당한 연예인을 옹호하는 동창들의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극적인 폭로에 묻히기 마련이다.

급기야 조병규는 23일 자신의 SNS에 "처음 허위사실을 유포한 글이 올라왔을 때 너무 당혹스러워서 몸이 굳고 억울했다"며 "악의적인 글들이 올라오며 글의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과 말 몇 마디면 진실인 것처럼 되는 상황에 당황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실과 다른 주장과 반박들로 인해 난 26년간 살아왔던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학폭 의혹과 관련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확하지 않은 글을 기재하고 진위여부 판독이 겁나 계정을 삭제하고 글을 삭제하고 왜 매번 이런 휘발성 제보에 난 과녁이 돼 매번, 매 순간 해명을 해야 하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이라고 딱 잘라 말 할 수도 없는 문제다.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피해자는 오래 기억을 하지만 가해자는 금방 잊고, 세월이 흐르면서 불완전해진 기억은 과장 혹은 축소돼 입장 차이는 더 커진다고 말한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여자)아이들 수진은 22일 팬카페를 통해 "학창시절 눈에 띄는 아이였고 늘 나쁜 소문이 따라다닌 것도 많다. 학생의 본분에 맞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호기심에 담배를 몇 번 핀 적은 있다. 어린 시절 방황을 했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학창시절의 일탈을 고백하면서도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초 폭로자에 대해 "글을 올린 친구와는 저는 정말 친구였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고 "그 친구가 저를 왜 멀리하려고 했는지 그 글을 통해 알았다. 제가 기억하는 그 다툼의 이유는 그 친구가 약속을 어겨서였다"며 욕설을 한 것까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폭행과 왕따 주도 문자 그리고 물건을 뺏은 행위 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세월이 흐른 뒤의 학폭 폭로는 뚜렷한 증거가 남아 있기 어렵고 정황과 주장에 전적으로 기댄다. 그렇다 보니 피해를 주장하는 이의 호소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도 있고 무분별한 폭로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매니저는 "예전에 담당 가수가 익명의 SNS 글로 학폭 의혹이 생겼다.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었고 이후 폭로글과 계정은 사라졌다. 몇 달 뒤 친구가 '걔 학폭이라며?', 업계 지인이 '학폭이면 정리해야죠'라고 하더라. 지인들도 이 정도인데 대중은 어떨까 싶더라"며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다 보면 사실이 아니어도 학폭 범죄자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학폭 피해자, 폭로자 보호가 먼저고 의혹도 계속 보도되어 폭로 자체가 경색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며 "다만 판명되기 전까지 중립적으로 실명 거론된 사람(소속사)과 연락해 입장을 같이 다뤄주고 출처도 명확히 해서 독자가 판단할 기준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그는 폭로글이 나오면 일단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보는 온라인의 분위기 속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학폭 피해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상처를 보듬어햐 하고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다. 가해자들은 그에 합당하는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한 무분별한 폭로가 과연 정당한지, 폭로자 검증조차 없는 휘발성 보도가 옳은 것인지, 연예인들의 말만 듣고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소속사는 그게 최선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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