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승리호'를 타고 전 세계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우주 SF에서도 그는 남다른 비주얼을 뽐내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넷플릭스 제공 |
"경험 없던 부성애 연기…발버둥 쳐봤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출항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탄생된 한국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는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송중기는 핵심 캐릭터로 분해 어떤 배우보다 먼저 그 미래를 먼저 엿봤다. '승리호' 제작 당시 흥행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는 모두의 편견을 뒤로 한 채 성공을 확신했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 분)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는다. 송중기는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아 장선장(김태리 분), 타이거 박(진선규 분), 업동이(유해진 분)와 함께 한국의 기술력으로 구현된 드넓은 우주를 누빈다.
"저도 우주 SF라는 게 막막하긴 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미래를 알 수 없다면 제 감과 확신을 믿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믿음의 근거는 조성희 감독님을 향한 확신이기도 해요. 감독님이 부담스러울지라도 사실이에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죠. 나노봇이 뭔지 모르겠고 쓰레기 청소선도 그랬어요."
"감독님은 제게 동료라는 말이 적당한 것 같아요. 감독님도 저도 '늑대소년' 당시 신인급이었어요. 시작하는 시점이 비슷해서 더 돈독해졌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천재 괴짜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엔 좀 달라 보였어요. 사실 엄청난 공부를 보이지 않게 하시더라고요. 시각효과 팀이 '이렇게 이해를 잘하는 감독은 처음 봤다'고들 하세요. 알고 보니 노력형 괴짜 천재였던 거죠."
송중기는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
송중기와 조성희 감독의 인연은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을 통해 시작됐다. 당시 '승리호'의 기초가 될 세계관과 인물들을 구축하고 있던 조 감독은 송중기에게도 시나리오를 들려줬다. '승리호'는 오랜 수정을 거쳐 완성형에 가까워졌고 다시 송중기의 손에 넘어갔다. 남다른 신뢰를 가지고 있던 조 감독의 우주 SF라는 사실에 송중기는 불안보다 확신이 먼저 섰다.
"작년 후시 녹음을 할 때 처음으로 '승리호'를 봤던 거 같아요. 김태리 씨랑 녹음 스케줄이 겹쳤는데 '오빠 영화 봤어?' '태리야 너도 봤니?'라고 서로 물어봤어요. 배우들 모두 그 정도로 결과물이 궁금했던 작품이었죠. 보안이 정말 철저했는데 부탁해서 조금 볼 수 있었어요. CG가 초기 단계인데도 깜짝 놀랐어요. 기대 이상이었고 넷플릭스로 공개된 이후의 평가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매번 절 놀라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승리호'는 공개와 동시에 26개국 영화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를 차지했고 2주 가까이 20위권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극장 개봉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예상치 못한 해외에서의 호응이 이어졌다. 송중기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청자들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조카들이 '승리호'를 보고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 보내준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영화에 관한 반응 가운데 가장 기뻤다"는 말과 함께 기분 좋게 웃었다.
"기대와 설레 만큼이나 두려움도 있었죠. '아 이걸 어떻게 하지' 했던 걸 해냈을 때 그 희열이 있어요. '승리호'에서 그 희열을 느꼈어요. 우주 SF를 최초로 해내야겠다 하는 마음 같은 것은 없었어요. 그저 새로운 시도가 저를 이끄는 것 같아요. 촬영 당시 저는 자포자기하기도 했어요. 태호라는 캐릭터도 그런 마음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촬영했어요."
송중기는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태호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
도로시 캐릭터를 맡은 아역 박예린의 활약은 '승리호'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건은 도로시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가 뱉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천진난만하고 또 사랑스럽다. 태호는 도로시에게 일종의 부성애를 느끼며 후반부에는 큰 결심과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송중기는 태호의 부성애를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이를 낳고 기른 경험이 전혀 없죠. 그런데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느꼈는데 경험이 있다고 해서 연기가 잘되지도 않아요(웃음). 나름대로는 진짜 물 위에 떠 있는 오리처럼 보이지 않게 발버둥을 쳤죠. 실제 조카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도 펼쳐봤고요. 답은 현장에 있었어요. 현장에 있는 도로시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부성애가 절로 생겨났어요."
'승리호'에서 열연을 펼쳤던 그는 이제 주 무대를 브라운관으로 옮겼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 빈센조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대중에겐 송중기가 연달아 두 작품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다르다. '승리호'는 2019년 말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였고 송중기는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늘 그랬듯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성장하며 색다른 도전을 하는 것이 그가 가진 앞으로의 목표다.
"일에 파묻혀 살진 않아요. 사람들이 내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다고 가끔씩 이야기하는 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그냥 촬영 현장에 있다는 것,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제겐 행복이에요. '승리호' '빈센조' 두 작품에서 그걸 느껴요. 앞으로도 계속해봐야죠. 계획 중인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어요. 저도 결과가 궁금해요. 이번에도 잘 해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