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가 '여신강림'을 통해 배우로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주인공 이수호 역을 맡은 그는 '냉미남'으로서 여심을 흔들고 후반부에는 감정 연기도 능숙하게 소화해내 호응을 끌어냈다. /판타지오 제공 |
"후반부 감정 연기 多…힘들었지만 많이 배웠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2016년 아스트로 멤버로 데뷔해 몇몇 작품을 통해 배우로 얼굴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늘 남다른 비주얼을 뽐냈고 '얼굴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수식어가 부담이 될 것도 같은데 주춤하는 법이 없다. 비주얼은 단지 부차적인 것일 뿐, 스스로 노력을 거듭한 차은우는 이제 연기력을 인정받는 당당한 배우다.
차은우는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극본 이시은, 연출 김상협)에서 주인공 이수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원작이 되는 웹툰에서 이수호 캐릭터는 완벽한 비주얼을 갖춘 '냉미남'으로 설정됐다. 그래서 현실의 '냉미남' 차은우는 캐스팅 확정 당시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원작과의 싱크로율 하나만으로 작품을 끌어나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촬영 6개월 전부터 캐릭터를 하나둘 구축해나가며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2018년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이듬해 MBC '신입사관 구해령' 출연 당시 차은우는 연기력과 관련해 박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 유독 빛났던 비주얼이 그의 연기에 더욱 엄한 잣대를 들이밀도록 했다. 하지만 '여신강림'의 차은우는 달랐다. 감정 표현이 서툰 이수호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했고 몇몇 장면에는 여유롭게 애드리브도 첨가했다. 여기에 임주경(문가영 분)과의 로맨스, 한서준(황인엽 분) 강수진(박유나 분)과의 갈등도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 인기리에 작품을 끝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기대를 정말 많이 했는데 그 기대만큼이나 시청자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작품을 하는 동안 시청률이나 반응을 찾아보진 않아서 잘 몰랐어요. 주변에서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많이들 이야기해주셔서 알았어요. 지금으로서는 무사히 탈 없이 끝났구나 싶어요. 촬영 전 6개월간 고민 과정까지 1년 가까이 '여신강림'과 함께했어요. 후련하고 아쉽고 여러 감정이 남았습니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 원작의 작품에서 연기한 기분은?
개인적으로는 절반 정도만 비슷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적으로 외적으로 모두요. 웹툰 원작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은 원작 팬들은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요. 하지만 장점이 더 많았어요. 이미 작품이 나와 있으니 구체화시키기 조금은 수월했어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그저 감사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극 중 차은우(오른쪽)는 문가영과 커플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tvN 제공 |
1년간 함께했으니 이수호 캐릭터를 향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다.
처음 대본을 통해 수호를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웹툰에서는 그저 멋진 친구처럼 느껴졌는데 대본에는 수호가 가진 아픔 같은 게 느껴졌어요. 고등학생이 겪기 힘든 사건들을 겪었으니 크게 다가왔어요.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수호를 잘 알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호의 마음 깊이 들어갔고 그만큼 애틋한 마음도 커졌어요. 후반부에는 '수호가 성장해서 아픔을 극복하고 세상 누구 보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들이 쉽사리 꺼내지 않는 콤플렉스가 있다. 이수호는 내면적인 것이었는데 인간 차은우에게도 감추고 싶은 부분이 존재하나.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 본 모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이 모습이 비쳐졌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요. 극 중 수호가 임주경의 외모가 아닌 본질적인 내면을 바라보고 사랑하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수호와 같은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차은우 연기가 늘었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여신강림' 속 자신의 연기에 몇 점을 주고 싶나.
60점을 주고 싶어요. 늘 그랬듯 부족한 면도 많았지만 수호를 통해 사람들에게 '차은우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를 알려준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의 수호는 조금 어렵다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정이 쉽게 바뀌는 느낌이 아니라 사소한 걸로 변화를 줘야 했어요. 너무 차가웠다가 아픔을 딛고 성장하고, 극복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니까요. 수호가 가진 마음을 시청자분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수호를 연기하면서 '아 이게 몰입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기도 했어요. 대본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여자 주인공 문가영과 케미도 좋았다. 비결 같은 게 있나.
제가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 작품 정말 좋은 상대 배우를 만났던 것이에요. 제가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잘 받아주셨어요. 호흡도 잘 맞는 편이었고요. 운이 참 좋았어요(웃음). 비결까진 모르겠어요. 리허설 때부터 서로 필요할 때 스스럼없이 부탁할 수 있는 사이였어요. 비결이라면 이게 비결일 것 같아요.
-몇몇 장면은 너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는 것도 같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애드리브가 점점 많아졌어요. 13회부터는 기존 대사가 끝나도 감독님이 컷을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캐릭터가 됐다는 마음으로 대사를 해봤고 그러다 보니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주경이가 합격하고 기뻐하는 장면은 너무 많이 찍어서 어떤 게 쓰일지 모를 정도였어요. 본방송을 보고 '아 저게 선택됐구나' 했죠.
차은우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촬영이라 현장이 늘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판타지오 제공 |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었고 비슷한 나이 또래 배우들도 많았다. 현장 분위기도 활기찼을 것 같다.
현장이 늘 즐거웠어요. 그 나이 또래 친구들이 교실에 있고 수학여행도 가고 그러다 보니 늘 화기애애했어요. 같은 반 친구들이 모여있는 분위기처럼 저도 즐거웠습니다. 장난도 많이 치고 늘 시끌시끌한 살아있는 느낌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생으로 생활하면서 그런 시절을 보내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교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가 기분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다.
아쉬움이나 부담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씩 보여드리면 된다고 늘 생각해요. 이렇게 '여신강림'을 통해서도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으니까요. 아직 보여드릴 게 많아요. 다음 작품에서 인사를 드리게 된다면 또 다를 거예요.
-후반부 감정 연기가 많았다. 배우로서 버겁지 않았나.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힘들기도 했고 서사가 깊다 보니 상상을 하는 게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냥 수호에 조금 더 집중했고 아픔을 딛고 일어나 극복한다는 것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각오뿐이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수호로서 더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는데 하지 못하니 혼자 슬퍼지기도 했고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적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촬영 중에 눈시울이 붉어진 걸 봤어요. 그때 '나 그래도 나쁘지 않나 보다' 했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뿌듯해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로맨틱 코미디가 좀 많다. 이 장르를 향한 애정이 있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특별히 로코를 하고 싶다는 건 없어요. '여신강림'은 학원물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장르가 있어요. 코미디 액션 호러 로맨스 다 있죠. 다양한 장르를 간접 체험해본 느낌이에요. 그리고 주짓수도 하게 됐는데 흥미로워서 기회가 된다면 코미디와 액션을 모두 해보고 싶어요. 작품 선택은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 좋은 메시지가 담겼다면 더 좋아요.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가 좋으면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신축년 소띠의 해다. 97년생 소띠 스타 차은우의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굉장히 기분 좋고 뜻깊어요. 늘 활동하며 '소의 해는 언제 오지' 했는데 올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우선의 목표는 '여신강림'을 무사히 마쳤으니 아스트로로 멋지게 활동하는 거예요. 컴백을 준비 중인데 이번에는 꼭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해보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차은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