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희 감독, 韓 우주 SF '승리호'가 탄생하기까지
입력: 2021.02.22 05:00 / 수정: 2021.02.22 05:00
승리호가 드디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 시장의 여건 때문에 우주 SF가 나오지 못했을 뿐이라며 한국 영화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자신했다. /넷플릭스 제공
'승리호'가 드디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 시장의 여건 때문에 우주 SF가 나오지 못했을 뿐"이라며 한국 영화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자신했다. /넷플릭스 제공

"고민 걱정 많았던 작품…팀원들 덕분에 만족스럽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각양각색 별이 수 놓인 너른 우주,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비행선들의 전투. 이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21년은 다르다. 한국의 감성과 기술력으로 구현된 '승리호'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세계인들이 보는 가운데 출격했으니 말이다.

조성희 감독은 한국 우주 SF 블록버스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승리호'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작품은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 태호(송중기 분), 장선장(김태리 분), 타이거 박(진선규 분), 업동이(유해진 분)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 분)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는다. 제작 초기 기존 한국의 SF 영화가 그랬듯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그 편견들을 보란듯이 깨트렸다. 완성도 높은 CG로 화려한 볼거리를 완성했고 이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들도 살아 숨쉬었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한국만의 감성으로 위트도 잡았다.

'승리호'는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수 차례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플랫폼 특성상 큰 수익을 거두진 못했지만 전 세계인에게 소개되는 장점을 가져갔다. 그리고 공개 하루 만에 전세계 영화부문 스트리밍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를 차지했다. 조성희 감독은 "세계인들의 반응이 설레고 신기할 따름"이라며 '승리호'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냈다.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 '승리호'가 우여곡절 끝에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아쉬운 것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커요. 작품이 즉각적으로 해외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게 처음이라 설레기도 신기하기도 해요. 어떤 형태로든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영화관에서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시청하시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에요. 가능하면 헤드폰을 쓰고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승리호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는다. /넷플릭스 제공
'승리호'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는다. /넷플릭스 제공

-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라는 의미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계속해 장르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승리호'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기획될 때 다른 우주 SF 작품도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몇몇은 지금 촬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 작품이 우주 SF로 부각됐는데 그냥 부담보다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한국 콘텐츠가 나오길 바라는 기대가 더 커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작살 로봇 업동이는 유해진의 모션 캡처로 만들어졌다. 그를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에게 제 작품이 선택받은 거죠.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캐릭터였고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은 유해진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익숙한 목소리라 그가 눈에 그려지지만 감수해야 했어요. 실제로 촬영하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캐릭터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셨어요.

- 대부분 기대치를 웃도는 컴퓨터그래픽이었다고 평가한다. 감독으로서도 꼭 받고 싶었던 평가이기도 할 것 같다.

한국은 이미 컴퓨터그래픽에 있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국 영화 시장의 여건 때문에 '승리호' 같은 작품들이 탄생되지 못했을 뿐이에요. 작업을 하며 CG아티스트들과 미술팀이 다양한 장르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들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대요. 누군가는 커다란 괴물을, 누군가는 대도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을요. 그래서인지 '승리호' 작업에 더 의욕과 열의를 불태워줬어요. 그들과 일하며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해주더라고요. 그 노력들을 보면서 몇 번이고 감사했습니다.

작살 로봇 업동이는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제공
작살 로봇 업동이는 유해진의 모션 캡처 연기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제공

- CG 작업을 하며 중점을 둔 부분들은 무엇인가.

할리우드 영화에 비교당하지 않게끔 하는 게 목표였어요. 할리우드는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곳이에요. 우리에게 그 정도의 자본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 영화의 악역을 서양인으로 설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의도가 있진 않아요. '승리호'를 준비하며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어요. 낙원으로 그려지는 UTS는 국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업이에요. 그 UTS를 발판으로 삼고 있는 악당이니 기업인들을 모델로 구상했어요. 그런데 추리니 대부분 미국의 기업가였고 남자였죠.

-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에 이어 '승리호'에도 아역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의도적으로 아이를 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작업을 하다 보면 작품 자체의 도덕적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게 돼요. 아이들은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역이 등장하면 영화가 나쁘고 못된 사람들만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예린 양은 오디션으로 캐스팅됐어요.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 친구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영화는 태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장선장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매력적인 여성 리더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컴퓨터를 잘하거나, 손재주가 좋다거나, 싸움을 잘한다거나. 이런 능력들로 부각되기보다는 팀 전체를 아우르는 캡틴, 그리고 커다란 인물처럼 보이길 원했어요. 사실 등장인물들 가운데 모든 사건의 실체에 유일하게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대의와 자신의 철학도 가지고 있고요. 이걸 어떻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알아주시니 기분 좋습니다. 구구절절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홀로 나아가고 사건 깊숙이 들어가고자 하는 의지만 보여주는 것도 멋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조성희 감독은 다음에도 우주 SF를 연출하게 된다면 더 완벽하게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조성희 감독은 "다음에도 우주 SF를 연출하게 된다면 더 완벽하게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 우주 SF의 후발주자인 만큼 같은 장르의 작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참신함을 춰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사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에요. 많은 우주 SF가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너무 결이 다르면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결론적으로는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기로 했어요. 대신 지금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부각했어요. 늘 돈 걱정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요.

- 그 외에 '승리호'를 만들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우주에서의 폭발, 나노봇 효과. 이런 것들은 디자인적 요소도 많이 들어가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들어요. 하지만 최대한 근거를 가지고 설정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작게는 우주정거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의 작업 수기, 그들이 느낀 감정변화들까지 캐치해보려고 노력했어요.

- '승리호'를 이미 본 관객들, 그리고 앞으로 볼 관객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민이 참 많았던 영화에요. 다음엔 더 완벽하게 해보고 싶어요. 인물 언어 설정 모든 게 자칫하면 새롭지 않게 될 수 있고 또 자칫하면 너무 낯설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돌이켜보니 참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네요. 그저 온 가족이 두 시간 동안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래요. 앞으로는 한국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왔으면 합니다. 한국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더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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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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